뜨거운 피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그 순간, 세상은 붉은빛으로 물든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주먹이 저절로 움켜쥐어진다. 그 찰나에 우리는 야수가 되어버린다. 이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분노만이 우리를 지배한다.
분노는 마치 산불과 같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애써 쌓아온 관계들, 소중히 여겨온 신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존중까지도. 화가 난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베어낸다. 그리고 그 상처는 우리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한 번 저지른 행동은 시간을 되돌려도 지워지지 않는다.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밤마다 잠자리에서 되뇌는 그 순간들.
"만약 그때 잠깐만 참았다면..." "만약 그때 한 걸음 물러섰다면..."
후회는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눌러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는 더욱 견디기 어려워진다. 분노의 순간은 지나가지만, 그 결과는 영원히 남는다. 깨진 유리창처럼, 아무리 붙여도 금이 간 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배워야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 순간,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용기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추는 지혜를. 그 짧은 정지는 우리를 구원하는 생명줄이 된다. 분노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성숙한 인간의 몫이다.
진정한 강함은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스리는 데 있다.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비가 그친 후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스며드는 물기와 함께, 마음 한편에 맺힌 응어리도 천천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숲길에 접어들자 코끝을 스치는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빗물에 씻긴 풀잎들이 뿜어내는 청량한 생명력, 그리고 젖은 흙이 토해내는 깊고 묵직한 대지의 숨결. 이 향기들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위로였고, 치유였으며, 새로운 시작의 약속이었다.
20년 전,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도 나는 이런 숲길을 걸었다. 그때의 나는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고,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길을 걷지만, 이제는 고독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 고요한 시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비 온 뒤의 숲은 모든 것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먼지는 씻겨 내리고, 공기는 맑아지며, 생명들은 더욱 생생하게 숨 쉰다. 나 역시 이 숲길을 걸으며 조금씩 새로워진다. 어제의 피로와 근심은 젖은 낙엽 아래 묻어두고, 오늘의 평온함만을 가슴에 담는다.
반려견 코코와 함께 걷던 지난 가을이 떠오른다. 그 작은 발걸음이 만들어내던 소리, 그리고 그가 킁킁거리며 맡던 이 똑같은 향기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가 된다. 크고 작음, 사람과 동물의 구별 없이 모두가 이 향기로운 세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상쾌한 풀냄새와 흙냄새가 알려주는 것은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였다. 비가 와야 꽃이 피고, 고요해야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혼자여야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이제 나는 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이렇게 조용히, 혼자서, 자연의 품 안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첫 번째 선택 앞에 서 있다.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5분만 더 누워있을 것인가. 사소해 보이는 이 순간부터 하루는 수백 개의 갈래길로 이어진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우리는 선택한다. 미소를 지을지, 고개를 돌릴지. 말을 걸지, 침묵을 지킬지.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오늘을 만들고, 오늘들이 모여 한 해를 만들며, 그 해들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
때로는 거대한 기로 앞에 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것인가, 홀로 설 것인가.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가, 모험을 감행할 것인가. 이런 순간들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아진다. 마음은 천 갈래로 찢어지고, 밤잠을 설치며 무수한 가능성들을 저울질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삶은 우리를 재촉한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로, 흔들리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다.
놀라운 것은 그 선택들이 우리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후회와 만족을 넘어서, 선택 자체가 우리의 색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실패한 선택들조차 우리를 더 깊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빚어낸다.
오늘도 우리는 선택한다. 두려움에 굴복할지, 용기를 낼지. 과거에 매여 있을지, 미래를 향해 걸어갈지. 삶이란 결국 이 끝없는 선택의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확신이 서지 않아도, 우리는 계속 선택하며 살아간다.
빗줄기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치고 나면, 어김없이 그 작은 개울가로 발걸음이 향했다. 장마가 불러온 풍성한 물살 사이로 은빛 비늘들이 번쩍이며 춤추고 있었고, 나는 맨발로 차가운 물속을 헤집으며 그 작은 생명들을 쫓았다.
손바닥만 한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았을 때의 그 벅찬 기쁨이란.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햇살에 무지개를 그리고, 개울가 버들잎새들이 바람에 속삭이던 그 여름날들. 시간은 마치 개울물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급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던 그때, 세상은 온통 놀이터였고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했다. 어느새 그 실개천은 복개되어 사라지고, 대신 회색 아스팔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맨발로 뛰어다니던 아이도 어른이 되어 구두를 신고 그 길을 지나간다. 이제는 물고기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자연의 속삭임 대신 도시의 소음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가끔, 비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그 기억이 살아난다. 차가운 개울물의 감촉과 작은 물고기의 꿈틀거림, 그리고 그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어딘가에는 그런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 묻지 않은 기쁨과 경이로움이 여전히 그곳에 살아 숨 쉬며, 우리가 잊고 지낸 진짜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고 말한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처럼, 시간이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가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는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스무 살의 나는 생과일 같았다. 단단하고 신맛이 강했으며, 아직 달콤함을 모르는 풋내기였다. 서른 살의 나는 햇볕을 받으며 색깔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마흔을 넘어서자 비로소 단맛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실패라는 서리를 맞고, 이별이라는 바람에 흔들리며,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젊은 시절의 모서리들이 둥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웃음에 깊이가 생기고, 눈물에 의미가 담기며, 침묵에도 온기가 스며든다는 것을. 예전엔 성급하게 답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질문 자체를 음미할 줄 안다.
오십 후반이 된 지금, 나는 잘 익은 과실 같다. 껍질은 조금 거칠어졌을지 모르지만, 속살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젊은이들의 조급함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이 아직 모르는 인생의 깊은 맛을 조용히 음미한다.
주름 하나하나는 웃었던 기억의 흔적이고, 희끗해진 머리칼은 견뎌낸 시간들의 훈장이다. 더 이상 거울 속 모습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읽는다.
나이듦은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어설픈 꿈들이 현실적인 지혜로, 날카로운 야망이 따뜻한 포용력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익어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고유한 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 나는 의사의 말을 그대로 전할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냉혹한 진실 대신,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곧 나아지실 거예요"라고 속삭였다. 그 순간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거짓말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진실한 사랑이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하지 말라고 배웠다. 정직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진실만이 올바른 길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깨달은 것은, 때로는 진실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사람을 베어낸다는 사실이었다. 친구의 꿈을 향한 열정 앞에서 "넌 재능이 없어"라는 잔인한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 앞에서 "네가 틀렸어"라는 차가운 사실을 어떻게 그대로 내뱉을 수 있을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침묵'이라는 회색지대가 있고, '배려'라는 이름의 작은 거짓들이 있다. 아이가 그린 서툰 그림을 보며 "참 잘 그렸네"라고 말하는 것,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 이것들이 모두 엄밀히 말하면 거짓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나는 그날 밤 알았다. 진실의 가치는 그것이 누군가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에 있지, 단순히 사실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때로는 작은 거짓말이 큰 진실보다 더 진실하고, 침묵이 말보다 더 웅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내 거짓말 속에서 평안을 찾으셨고, 나는 그 거짓말 속에서 진정한 효도의 의미를 발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정직이 아니라 지혜로운 판단이다.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할지, 언제 날카로운 진실을 택하고 언제 부드러운 거짓을 선택할지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성숙한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단희TV
제목 : 나이는 선물이고, 낡음은 선택이다
그녀는 일흔이 넘으셨지만 새로운 스마트폰 앱을 배우며 손자에게 이모티콘을 보내신다. 반면 마흔 살 직장인은 "요즘 젊은 애들은 이해 못하겠어"라며 고개를 젓는다. 누가 더 늙었을까?
우리는 착각하고 있었다. 주름살과 흰머리카락을 보며 늙음을 재단하고, 생일이 올 때마다 한 살 더 많아진 숫자에 한숨을 쉰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달력 위의 숫자가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서서히 쌓여가는 먼지들이다.
"예전에는 좋았는데"라는 말이 입에 붙기 시작할 때, "내가 젊었을 때는"이라는 회상이 현재보다 빛나 보일 때, 우리는 이미 낡아가기 시작한다. 나이는 시간이 주는 선물이지만, 낡음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는 포기다.
스무 살 청년이 새로운 것을 거부하며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그는 이미 늙은 것이다. 반대로 칠십 살 할아버지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젊다.
나이 드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지만, 낡아가는 것은 마음의 선택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만난 예순 살 청강생.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더 열심히 필기하고, 더 많은 질문을 던지던 그분을. "배우고 싶은 게 아직 많아서요"라며 수줍게 웃던 그 미소에는, 스무 살 청년들보다 더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낡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더 이상 놀라지 않는 것이다. 감동하지 않는 것이다. 꿈꾸지 않는 것이다. 피부에 주름이 늘어나는 것보다, 마음에 주름이 늘어나는 것이 더 무섭다. 몸은 시간 앞에서 항복할 수 있지만, 영혼만큼은 끝까지 젊음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진짜 나이 듦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경험이 쌓이는 것이고, 지혜가 깊어지는 것이고,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넓어지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너그러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나이 듦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워보자. 오늘도 낯선 음악에 귀 기울여보자. 오늘도 아이처럼 무언가에 감탄해보자. 거울 속 내 얼굴은 어제보다 하루 더 늙었지만, 내 마음만큼은 여전히 스물한 살의 호기심을 간직하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나이 드는 것은 축복이지만, 낡아가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니까.
- 단희쌤 -
3 weeks ago (edited) | [YT] |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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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초의 참음이 30년의 평화를 만든다
뜨거운 피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그 순간, 세상은 붉은빛으로 물든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주먹이 저절로 움켜쥐어진다. 그 찰나에 우리는 야수가 되어버린다. 이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분노만이 우리를 지배한다.
분노는 마치 산불과 같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애써 쌓아온 관계들, 소중히 여겨온 신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존중까지도. 화가 난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을 베어낸다. 그리고 그 상처는 우리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한 번 저지른 행동은 시간을 되돌려도 지워지지 않는다. 몇 초 만에 벌어진 일이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밤마다 잠자리에서 되뇌는 그 순간들.
"만약 그때 잠깐만 참았다면..."
"만약 그때 한 걸음 물러섰다면..."
후회는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눌러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는 더욱 견디기 어려워진다. 분노의 순간은 지나가지만, 그 결과는 영원히 남는다. 깨진 유리창처럼, 아무리 붙여도 금이 간 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배워야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 순간,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용기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추는 지혜를. 그 짧은 정지는 우리를 구원하는 생명줄이 된다. 분노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성숙한 인간의 몫이다.
진정한 강함은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스리는 데 있다.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 단희쌤 -
4 weeks ago (edited) | [YT]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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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년 만에 찾은 내 마음의 고향
비가 그친 후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스며드는 물기와 함께, 마음 한편에 맺힌 응어리도 천천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숲길에 접어들자 코끝을 스치는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빗물에 씻긴 풀잎들이 뿜어내는 청량한 생명력, 그리고 젖은 흙이 토해내는 깊고 묵직한 대지의 숨결. 이 향기들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위로였고, 치유였으며, 새로운 시작의 약속이었다.
20년 전,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도 나는 이런 숲길을 걸었다. 그때의 나는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고,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길을 걷지만, 이제는 고독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 고요한 시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비 온 뒤의 숲은 모든 것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먼지는 씻겨 내리고, 공기는 맑아지며, 생명들은 더욱 생생하게 숨 쉰다. 나 역시 이 숲길을 걸으며 조금씩 새로워진다. 어제의 피로와 근심은 젖은 낙엽 아래 묻어두고, 오늘의 평온함만을 가슴에 담는다.
반려견 코코와 함께 걷던 지난 가을이 떠오른다. 그 작은 발걸음이 만들어내던 소리, 그리고 그가 킁킁거리며 맡던 이 똑같은 향기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가 된다. 크고 작음, 사람과 동물의 구별 없이 모두가 이 향기로운 세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상쾌한 풀냄새와 흙냄새가 알려주는 것은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였다. 비가 와야 꽃이 피고, 고요해야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혼자여야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이제 나는 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이렇게 조용히, 혼자서, 자연의 품 안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을.
- 단희쌤 -
4 weeks ago (edited) | [YT]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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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알아가는 고통, 깨달아가는 축복
어린 시절, 세상은 단순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엄마의 손은 따뜻했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배웠다. 하늘이 파란 이유를,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엄마의 손이 거칠어져 가는 이유를. 알수록 세상은 복잡해졌고, 단순했던 아름다움은 조각조각 부서져갔다.
지식이 쌓일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났다. 사람들의 가면 뒤 진심이, 사회의 어두운 구석이, 내 마음 깊숙한 곳의 상처들이. 무지했을 때는 몰랐던 고통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어떤 날은 모르고 살았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복잡한 진실들이 눈을 찌를 때, 단순한 무지가 차라리 축복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깨달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고통을 늘리는 것이 아니었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힘이 생겼다.
세상은 여전히 아는 만큼만 보인다. 하지만 이제 알고 있다. 보이는 세상이 넓어질수록, 사랑할 수 있는 것들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 단희쌤 -
1 month ago | [YT] |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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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희TV
제목 : 천 번의 결정, 하나의 인생
아침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는 순간, 우리는 이미 첫 번째 선택 앞에 서 있다.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5분만 더 누워있을 것인가. 사소해 보이는 이 순간부터 하루는 수백 개의 갈래길로 이어진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우리는 선택한다. 미소를 지을지, 고개를 돌릴지. 말을 걸지, 침묵을 지킬지.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오늘을 만들고, 오늘들이 모여 한 해를 만들며, 그 해들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
때로는 거대한 기로 앞에 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것인가, 홀로 설 것인가.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가, 모험을 감행할 것인가. 이런 순간들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아진다. 마음은 천 갈래로 찢어지고, 밤잠을 설치며 무수한 가능성들을 저울질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삶은 우리를 재촉한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로, 흔들리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다.
놀라운 것은 그 선택들이 우리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후회와 만족을 넘어서, 선택 자체가 우리의 색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실패한 선택들조차 우리를 더 깊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빚어낸다.
오늘도 우리는 선택한다. 두려움에 굴복할지, 용기를 낼지. 과거에 매여 있을지, 미래를 향해 걸어갈지. 삶이란 결국 이 끝없는 선택의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확신이 서지 않아도, 우리는 계속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이자 숙명이다.
- 단희쌤 -
1 month ago (edited) | [YT] |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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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차표 한 장에 담긴 용기
기차표를 끊을 때 "1명"이라고 말하는 순간, 묘한 떨림이 온다. 50대 남자의 혼자 떠나는 여행. 이 단순한 행위가 왜 이토록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플랫폼에 서 있던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커플들이 손을 잡고 있고, 가족들이 웃으며 대화한다. 그들 사이에서 혼자 선 내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50대에 혼자 여행이라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기차가 출발하면서 그 마음은 달라진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에게 맞출 필요도 없이. 가고 싶은 곳에서 내리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문다.
여행지의 작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 사장님이 "혼자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네, 혼자가 편해서요"라고 담담히 답한다.
산 정상에 혼자 서 있을 때, 나는 알았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는 것을. 외로움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지만, 고독은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다. 바람이 뺨을 스치고, 세상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다.
호텔 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만난 사람들, 본 풍경들, 느낀 감정들을 곱씹어본다. 나이 들어서야 알았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과 얼마나 솔직해지느냐였다는 것을.
50대 남자의 혼자 떠나는 여행은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에게로 가는 가장 용기 있는 여행이다.
- 단희쌤 -
1 month ago (edited) | [YT] |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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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희TV
제목 : 마음 속 실개천은 아직도 흐르고 있다
빗줄기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치고 나면, 어김없이 그 작은 개울가로 발걸음이 향했다. 장마가 불러온 풍성한 물살 사이로 은빛 비늘들이 번쩍이며 춤추고 있었고, 나는 맨발로 차가운 물속을 헤집으며 그 작은 생명들을 쫓았다.
손바닥만 한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았을 때의 그 벅찬 기쁨이란.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햇살에 무지개를 그리고, 개울가 버들잎새들이 바람에 속삭이던 그 여름날들. 시간은 마치 개울물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급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던 그때, 세상은 온통 놀이터였고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했다. 어느새 그 실개천은 복개되어 사라지고, 대신 회색 아스팔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맨발로 뛰어다니던 아이도 어른이 되어 구두를 신고 그 길을 지나간다. 이제는 물고기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자연의 속삭임 대신 도시의 소음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가끔, 비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그 기억이 살아난다. 차가운 개울물의 감촉과 작은 물고기의 꿈틀거림, 그리고 그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어딘가에는 그런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 묻지 않은 기쁨과 경이로움이 여전히 그곳에 살아 숨 쉬며, 우리가 잊고 지낸 진짜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단희쌤 -
2 months ago (edited) | [YT]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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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희TV
제목 : 나이듦이라는 아름다운 완성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고 말한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처럼, 시간이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가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는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스무 살의 나는 생과일 같았다. 단단하고 신맛이 강했으며, 아직 달콤함을 모르는 풋내기였다. 서른 살의 나는 햇볕을 받으며 색깔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마흔을 넘어서자 비로소 단맛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실패라는 서리를 맞고, 이별이라는 바람에 흔들리며,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젊은 시절의 모서리들이 둥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웃음에 깊이가 생기고, 눈물에 의미가 담기며, 침묵에도 온기가 스며든다는 것을. 예전엔 성급하게 답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질문 자체를 음미할 줄 안다.
오십 후반이 된 지금, 나는 잘 익은 과실 같다. 껍질은 조금 거칠어졌을지 모르지만, 속살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젊은이들의 조급함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이 아직 모르는 인생의 깊은 맛을 조용히 음미한다.
주름 하나하나는 웃었던 기억의 흔적이고, 희끗해진 머리칼은 견뎌낸 시간들의 훈장이다. 더 이상 거울 속 모습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읽는다.
나이듦은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어설픈 꿈들이 현실적인 지혜로, 날카로운 야망이 따뜻한 포용력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익어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고유한 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더 익어간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 단희쌤 -
2 months ago (edited) | [YT] |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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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희TV
제목 :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한 마지막 거짓말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 나는 의사의 말을 그대로 전할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냉혹한 진실 대신,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곧 나아지실 거예요"라고 속삭였다. 그 순간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거짓말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진실한 사랑이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하지 말라고 배웠다. 정직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진실만이 올바른 길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깨달은 것은, 때로는 진실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사람을 베어낸다는 사실이었다. 친구의 꿈을 향한 열정 앞에서 "넌 재능이 없어"라는 잔인한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 앞에서 "네가 틀렸어"라는 차가운 사실을 어떻게 그대로 내뱉을 수 있을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침묵'이라는 회색지대가 있고, '배려'라는 이름의 작은 거짓들이 있다. 아이가 그린 서툰 그림을 보며 "참 잘 그렸네"라고 말하는 것,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 이것들이 모두 엄밀히 말하면 거짓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나는 그날 밤 알았다. 진실의 가치는 그것이 누군가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에 있지, 단순히 사실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때로는 작은 거짓말이 큰 진실보다 더 진실하고, 침묵이 말보다 더 웅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내 거짓말 속에서 평안을 찾으셨고, 나는 그 거짓말 속에서 진정한 효도의 의미를 발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정직이 아니라 지혜로운 판단이다. 언제 말하고 언제 침묵할지, 언제 날카로운 진실을 택하고 언제 부드러운 거짓을 선택할지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성숙한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 단희쌤 -
2 months ago | [YT]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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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희TV
제목 : 바람의 방향을 바꾸려던 어리석은 시간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선장이 파도의 방향을 바꾸려 애쓰는 동안, 배 안의 구멍은 점점 더 커져간다. 우리는 모두 그런 선장이다.
세상의 모든 불의에 분노하고, 정치인들의 결정에 밤잠을 설치며, 타인의 성공에 질투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불안해한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우리의 모든 에너지가 빨려 들어간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 우리의 마음과 시간을 집어삼킨다.
그러는 사이, 정작 우리 손 안에 있던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 빠져나간다. 아이의 첫 걸음마를 놓치고, 부모님의 안부 전화를 미루고, 꿈꿔왔던 책 한 권 읽기를 또 내일로 미룬다. 우리가 직접 만질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먼지처럼 쌓여간다.
이제야 알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던 그 마음이, 정작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소홀함으로 이어졌다는 진실을.
하지만 늦지 않았다.
오늘부터라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폭풍 속에서 노를 젓는 대신, 배 안의 구멍을 메우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을 돌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제의 시작이다.
- 단희쌤 -
2 months ago (edited) | [YT] |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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