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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차표 한 장에 담긴 용기


기차표를 끊을 때 "1명"이라고 말하는 순간, 묘한 떨림이 온다. 50대 남자의 혼자 떠나는 여행. 이 단순한 행위가 왜 이토록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플랫폼에 서 있던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커플들이 손을 잡고 있고, 가족들이 웃으며 대화한다. 그들 사이에서 혼자 선 내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50대에 혼자 여행이라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기차가 출발하면서 그 마음은 달라진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에게 맞출 필요도 없이. 가고 싶은 곳에서 내리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문다.

여행지의 작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 사장님이 "혼자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네, 혼자가 편해서요"라고 담담히 답한다.

산 정상에 혼자 서 있을 때, 나는 알았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는 것을. 외로움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지만, 고독은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다. 바람이 뺨을 스치고, 세상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다.

호텔 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만난 사람들, 본 풍경들, 느낀 감정들을 곱씹어본다. 나이 들어서야 알았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과 얼마나 솔직해지느냐였다는 것을.

50대 남자의 혼자 떠나는 여행은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에게로 가는 가장 용기 있는 여행이다.


- 단희쌤 -

1 month ago (edited) | [YT] |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