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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마음 속 실개천은 아직도 흐르고 있다


빗줄기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치고 나면, 어김없이 그 작은 개울가로 발걸음이 향했다. 장마가 불러온 풍성한 물살 사이로 은빛 비늘들이 번쩍이며 춤추고 있었고, 나는 맨발로 차가운 물속을 헤집으며 그 작은 생명들을 쫓았다.

손바닥만 한 피라미 한 마리를 잡았을 때의 그 벅찬 기쁨이란.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햇살에 무지개를 그리고, 개울가 버들잎새들이 바람에 속삭이던 그 여름날들. 시간은 마치 개울물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급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던 그때, 세상은 온통 놀이터였고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했다. 어느새 그 실개천은 복개되어 사라지고, 대신 회색 아스팔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맨발로 뛰어다니던 아이도 어른이 되어 구두를 신고 그 길을 지나간다. 이제는 물고기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자연의 속삭임 대신 도시의 소음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가끔, 비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그 기억이 살아난다. 차가운 개울물의 감촉과 작은 물고기의 꿈틀거림, 그리고 그때 느꼈던 순수한 기쁨이.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어딘가에는 그런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 묻지 않은 기쁨과 경이로움이 여전히 그곳에 살아 숨 쉬며, 우리가 잊고 지낸 진짜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단희쌤 -

2 months ago (edited) | [YT] |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