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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이듦이라는 아름다운 완성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고 말한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처럼, 시간이 우리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아가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는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스무 살의 나는 생과일 같았다. 단단하고 신맛이 강했으며, 아직 달콤함을 모르는 풋내기였다. 서른 살의 나는 햇볕을 받으며 색깔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마흔을 넘어서자 비로소 단맛이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실패라는 서리를 맞고, 이별이라는 바람에 흔들리며,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젊은 시절의 모서리들이 둥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웃음에 깊이가 생기고, 눈물에 의미가 담기며, 침묵에도 온기가 스며든다는 것을. 예전엔 성급하게 답을 찾으려 했지만, 이제는 질문 자체를 음미할 줄 안다.

오십 후반이 된 지금, 나는 잘 익은 과실 같다. 껍질은 조금 거칠어졌을지 모르지만, 속살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다. 젊은이들의 조급함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이 아직 모르는 인생의 깊은 맛을 조용히 음미한다.

주름 하나하나는 웃었던 기억의 흔적이고, 희끗해진 머리칼은 견뎌낸 시간들의 훈장이다. 더 이상 거울 속 모습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살아온 이야기들을 읽는다.

나이듦은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어설픈 꿈들이 현실적인 지혜로, 날카로운 야망이 따뜻한 포용력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익어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고유한 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더 익어간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 단희쌤 -

2 months ago (edited) | [YT] |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