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쉬세요.

어쩌다 공원을 사랑하게 된 조경가 아저씨와
산책에 미친 PD 아저씨의
두둥실 공원읽기 프로젝트


공원읽기

문래창작촌을 지나 공원으로 향하는 아침. 철을 자르고 붙이는 소리가 멈춘 골목에 고요한 햇살과 바람이 내려앉습니다. 마음속 복잡했던 생각의 철들도 왠지 모르게 정돈되는 기분입니다.

느티나무와 벚나무가 함께 늘어선 길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철제 조형물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어느새 소박한 몸짓의 문래동 근린공원이 다가옵니다. 이곳엔 사람들의 바람과 필요, 작지만 단단한 지혜들이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공원 한가운데 농구대에는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이용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밤늦은 덩크슛을 원했을지 모르지만, 공원은 더 많은 이들의 평온한 밤을 위해 손을 들어준 듯합니다.
만약 농구장이 도로 쪽으로 옮겨졌다면 어땠을까요? 규칙을 완화하기보다 공간의 배치를 다시 묻는 일. 어쩌면 그것이 오래된 공원을 더 다정하게 만드는 해답일지도 모릅니다.

공원 안쪽 운동기구 공간엔 양면 시계가 걸려 있습니다. 어느 방향에서든 보이는 이 시계는, 공원을 함께 쓰는 모두의 시간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 아래, 아이들은 놀고 어르신들은 장기를 두며 시간을 나눕니다. 졸졸 흐르는 수경시설에서 아이들이 손과 발을 담그는 풍경이 오래된 공원에 오늘의 숨결을 더해줍니다.

이 공원은 작지만 단단합니다. 각자의 일상이 조용히, 그러나 나란히 흐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곳. 오늘도 문래동 근린공원은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 권정삼

3 months ago (edited) | [YT] | 1

공원읽기

안녕하세요. 구독자여러분.
공원읽기에서 공원 읽어주는 아저씨로 활약하시는 정삼쌤의 컬럼을 소개합니다.
월간 <환경과 조경> 5월호에 기재되었습니다.
www.lak.co.kr/greenn/view.php?id=595&cid=66778

"나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공원이 아닌 공원들, 제도 바깥의 조경적 실천과 조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 우리는 공원이라는 제도와 관계없이 공원의 감각을 일상에서 마주하고 재구성하고 있을까? 쇼핑 공간의 조경은 분명 오프라인 리테일의 대형화와 체류 시간 증대 전략의 흐름 속에서, 장식적 조경으로부터 관계 중심의 조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등의 공간이 어떻게 공원의 감각적 공공성을 대체하거나 확장해왔는지 살피는 과정은 “공원이 아닌 곳에서의 공원성”과 “공원에서의 공원성” 모두를 주목하게 한다. 그것은 쇼핑 공간에서의 유사공원성을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조경이 할 수 있는 질문과 실천의 틈을 찾으려는 시도다. 도시생활자의 감각이 앞으로 조경, 쇼핑 공간, 어바니즘 사이의 유연한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꿈에서 보 고픈 사람들을 만나다니, 오늘은 분명 운수 좋은 날이다. 허나 현실을 자각할수록 꿈의 장면들은 희미해진다. 내일이 오기 전에 소멸되는 조각들을 메타로그(metalogue)로 맞춰본다."

4 months ago (edited) | [YT] | 7

공원읽기

“공원을 둘러싼 나지막한 5층 아파트, 저 멀리 보이는 고즈넉한 높이의 교회 십자가. 도시에 강렬한 햇살이 가득한 한낮, 이곳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거목이 만들어준 적당한 캐노피 그늘이 살랑인다.나시고랭 쌀처럼 하얀 꽃을 피운 이팝나무 아래, 대청공원은 오늘도 포근하고 다정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 정삼's blog
brunch.co.kr/@designer39/5

5 months ago | [YT] | 4

공원읽기

어린이‘ ’대‘ ’공원‘이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설계한 정원 속에서, 우리는 꽃과 나무 사 이에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면 충분할까? 어쩌면 어린이대공원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Made by Adults“, ”Designed by Experts“라는 상표를 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설계하고 이름 붙인 공원이 아니라, 아이들의 발걸음과 질문에서 출발하는 공간. 어린이들에 의해 기획되고, 디자인되고, 시공되고, 관 리되는 공간. 다음 리뉴얼이 있다면, 그 시작은 이런 상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어린이대공원에서, 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어린이대공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brunch.co.kr/@designer39/4

5 months ago | [YT] | 5

공원읽기

성내천의 앞면과 뒷면, 그리고 벚나무의 재발견

서울 동남권을 길게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 성내천. 오래전에는 농경지의 물길이었고, 지금은 보행자와 자전거, 반려견과 유모차가 함께 흐르는 일상의 감각 축이 되었습니다.

성내천의 ‘앞면’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나란히 뻗은 보행로와 자전거길입니다. 고도로 기획된 이 공간 위로는 벚나무 가로수가 계절의 지붕처럼 드리워지고, 반듯한 길과 매끄러운 동선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성내천의 진짜 흥미로운 면은 ‘뒷면’에 있습니다. 아산병원 쪽 경사면을 따라 펼쳐진 소박한 오솔길. 치밀한 계획보다는 수수히 다듬어진 이 공간은, 오히려 더 풍성한 감정과 따뜻한 인상을 전해줍니다. 소래풀은 뜻하지 않게 군락을 이루고, 박태기나무는 웃자란 채 나름의 리듬을 뽐내며, 수많은 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숨을 쉽니다. 무계획은 아니지만 분명 기획을 벗어났고, 어쩌면 기획의 힘을 훌쩍 넘어선 공간. 그 안에서는 자연의 시간과 도시의 시간이 미묘하게 포개집니다.

성내천은 그렇게, 입체적으로 읽을 때 진짜 재미가 납니다.
공간도, 시간도. 물길의 앞면도, 뒷면도.

그리고 여기에, 성내천의 자랑이자 계절의 안내자, 벚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4월 초, 자기소개가 끝날 무렵 자신의 꽃을 떨굽니다.
많은 분들이 그 순간을 ‘벚꽃엔딩’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시작입니다. 버건디 와인색으로 물든 꽃받침을 남긴 채, 열매를 맺고, 여름을 지나면 빠르게 붉은 단풍을 준비합니다. 겨울엔 누구보다 먼저 잎을 떨구죠. 낙엽을 통해 가을을 알리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의 경계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나무.

그래서 벚나무는 계절의 선봉장이라 불릴 만합니다. 이름을 바꿀 수 있다면 ‘가나무, 강나무’가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계절의 1번 타자니까요.

그리고 저는, 살짝 고쳐 ‘벗나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계절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고맙고 상냥한 친구 같아서요.

-이봐, 봄이야.
-헤이, 여름 왔어.
-저기, 가을이야.
-휴우, 겨울이야…

벚나무는 그렇게 수많은 커팅과 엔딩, 스타팅과 부스팅을 반복합니다.

성내천은 그 모든 리듬의 무대입니다.


- 글. 권정삼

5 months ago | [YT] | 2

공원읽기

백만송이 장미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청아한 하얀소나무 백송이 여기 서촌의 낮은 건물 어딘가에 서있습니다. 화려한 벚꽃은 금새 떨어져 벗 잃은듯 정적을 남기는데 반해 이 수려한 백송은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가장 큰 한그루가 모진 풍파를 겪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가꾸었다는 나머지 세 나무들은 그 주변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세월의 축적을 고스란히 자신의 상아색 껍질로 드러냅니다.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은 나무들은 동네의 품격을 높입니다. 그런 나무들은 인간들이 건축한 자극적인 형상 또는 슴슴한 형상의 건물들과도 기꺼이 친구가 되어줍니다. 나무들은 자신을 땅에 앉혔던 사람들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서촌에 가면 이 백송에게 몇마디 안부인사를 건네보세요. 수피 몇미리가 흔들리는 장면을 발견한다면 주변 어린아이에게도 이 백송을 소개시켜주세요. 그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이곳에 발걸음을 옮겼을때 백송이 먼저 안부인사를 건넬지도 모릅니다.

글. 사진 : 정삼

공원읽기 에피소드 서촌 편
https://youtu.be/6-xX7izis7k

6 months ago | [YT] | 6

공원읽기

저희가 다섯 번째로 찾아간 공원은 서울 한복판의 '공개공지'(public open space)입니다.
누군가의 섬세한 배려가 녹여져 있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작은 공원.
을지로입구와 광화문에 가시면 꼭 들러보세요.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쉬기 위해 이런 숨겨진 작은 공원을 알아두신다면 도시생활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것 같습니다.
여러분 주변의 빌딩에도 좋은 공개공지 공간들이 있을 거예요.
맘껏 누려보세요.

6 months ago | [YT] | 3

공원읽기

네번째 공원읽기 에피소드는 구독자여러분께 추천드리는 다섯 권의 책 이야기입니다.
알면 더 잘 보이고, 유심히 보면 더 사랑하게 되겠죠?

https://youtu.be/2Vnq9LU7AsU?feature=...

6 months ago (edited) | [YT] | 3

공원읽기

공원읽기 세번째 에피소드를 전합니다.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한강의 진짜 아름다운 공원을 걸었습니다.

7 months ago (edited) | [Y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