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하루, 지금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울 남겨보는 일상의 시간 경험


지금산책

# 청춘의 각도

당당한 청춘의 용기에 제 눈이 머물렀다.

회색 건물 벽에 두 줄기의 푸른 생명이 붙어 있었다. 똑바로 위로 뻗은 것도 아니고, 같은 방향을 향한 것도 아니었다. 각자 미묘하게 다른 각도로, 자신만의 방향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 세상이 정해놓은 수직선을 따르지 않는 그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을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정답’이라는 각도에 맞춰 살아왔다. 남들처럼 빠르게, 남들처럼 높이, 남들처럼 똑바로.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면 불안했고, 조금이라도 느리면 초조했다.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모두 같은 각도, 같은 속도,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야 했다.

하지만 저 두 청춘은 달랐다.

천천히 자랐다. 꾸준히 자랐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랐다. 한 줄기는 조금 더 높이, 다른 줄기는 조금 더 옆으로. 경쟁하지 않았다. 비교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으로 자신만의 각도를 만들어갔다.

외로워 보였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갈 때 홀로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언제나 외로워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 속에 진짜 아름다움이 있었다.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용기, 느려도 괜찮다고 믿는 여유, 다르게 자라도 괜찮다는 자신감.

이어령 교수는 말했다. “남들처럼 같은 방향으로 가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가라.” 저 두 줄기가 그 말을 실천하고 있었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비정상’을 당당히 선택했다. 건물 벽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말이다.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 성장이다. 남보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같은 각도로 서는 것이 안전한 게 아니라, 자신만의 각도를 찾는 것이 진짜 용기다.

건물 벽이라는 견고한 장벽에 붙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청춘. 매일매일 1밀리미터씩 뿌리를 내리며 결국 그 딱딱한 세상에 자리를 잡았던 그들. 화려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가장 극적인 승리를 이뤄낸 그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당당함은 크고 화려한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작아도, 느려도, 외로워 보여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진짜 당당함이었다. 청춘의 용기는 무모한 도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눈치 보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자기만의 각도를 지켜가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였다.

“청춘의 각도로 계속 가보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금 청춘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수직선을 따르지 않겠다고. 빠르게 가라는 세상의 재촉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외로워 보여도 괜찮다고. 느려도 괜찮다고. 다른 각도여도 괜찮다고.

저 두 줄기처럼,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향으로, 나만의 각도를 만들어가며 살겠다. 그것이 진짜 아름다운 청춘이니까. 그것이 진짜 당당한 인생이니까.

회색 건물 벽에 붙어 선 푸른 생명 두 줄기가 오늘도 내게 말한다. “괜찮아요. 당신의 각도로 계속 가세요. 그게 가장 아름다운 거예요.”

당당한 청춘의 용기에 제 눈이 머물렀다. 그리고 그 용기를 배워, 나도 청춘의 각도로 계속 가보려 한다.

1 week ago | [YT] | 0

지금산책

# 그렇게 바라봐 주셔서 행복합니다.

청계천이다.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내 위를 지나다닌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간다. 급한 걸음으로, 전화기에 매달려, 다른 생각에 잠겨서.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이런 사람이 온다. 내 곁에 앉아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오늘 2025년 9월 26일, 그런 사람을 또 만났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보았다. 내가 흘러가는 모습을, 버드나무 가지가 물 위에 드리워진 모습을, 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시선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시원한 그늘을, 평화로운 휴식을, 마음의 위로를.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건 단순했다. 그냥 누군가 나를 봐주는 것.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때로 잊혀진다. 높은 빌딩들 사이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그냥 배경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내 위를 걷지만 나를 보지는 않는다. 내 소리를 듣지만 귀 기울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모든 것이 보상받는다. 누군가 진짜로 나를 바라봐줄 때, 내 존재를 인정해줄 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렇게 바라봐 주셔서 행복합니다.”

이 한 마디에 내 모든 마음이 담겨 있다.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대단한 찬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봐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벤치에 앉은 그 사람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진짜로 봐주기를 원하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외롭지 않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관심 받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서로를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서로를 바라봐주는 순간이. 그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사람이 일어나 간다. 나는 여전히 여기 흐르고 있을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언제든 다시 누군가 나를 바라봐주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바라봐주는 사람에게, 나도 같은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당신을 바라봐서 행복했다고. 그뿐이라고.

작은 시선 하나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작은 관심 하나가 외로운 존재를 살아있게 만든다.

1 week ago | [YT]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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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움

산책 중, 내가 당신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한참을 그 앞에 머물렀다. 가시에 둘러싸인 밤송이가 스스로 벌어져 속의 윤기 나는 열매들을 세상에 내어놓고 있었다. 텅 빈 껍질만 남은 채로 말이다. 산길 흙바닥에 굴러다니는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숭고해 보였을까.

진정한 성취란 무엇인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내어주는 것임을. 밤나무는 일 년 내내 햇빛과 비와 바람을 받아 정성껏 기른 열매를 아무런 조건 없이 땅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무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완성한다. 백석산의 고즈넉한 산길에서 만난 이 작은 생명체가 내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밤송이를 보며 문득, 너무 오랫동안 채우는 것에만 몰두해 왔다는 것을.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사랑을 얻으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언제, 어떻게 내어놓을 것인가였다. 꽉 쥔 주먹 안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없다. 가득 찬 컵에는 더 이상 부을 것이 없다.

비움은 포기가 아니다. 비움은 용기다. 자신이 간직해온 소중한 것들을 세상과 나누는 용기, 완벽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타인 앞에 서는 용기, 실패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시도하는 용기다. 밤송이가 가시를 세우며 열매를 보호하다가도 결국 자신을 열어젖히듯, 우리도 때로는 방어막을 내리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풍요로운 사람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장 강한 사람은 모든 것을 견뎌내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은 모든 것을 비우시는군요, 새로운 것을 담겠지요, 저를 담으시면 됩니다.” 서로의 빈 공간에~

조금씩 비워간다. 고집스러운 편견들을, 의미 없는 소유욕들을, 남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들을.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새로운 경험들이,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들이 들어온다.

비우는 것은 잃는 것이 아니었다. 비우는 것은 시작하는 것이었다.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었다. 사진 속 그 작은 열매가 가르쳐준, 삶의 가장 큰 지혜였다.

1 week ago (edited) | [YT] | 0

지금산책

당신은 푸른 나무숲속 사이로 헤엄치고, 지나가는 바람마저 옛이야기 정겹다.

3 months ago | [YT] | 2

지금산책

한 줄 한 줄 당신 흔적처럼 결따라 온 종일 둥근 결 미소 결 보여요.

3 months ago | [YT] | 1

지금산책

하얀 창가에 파아란 어린 바람 사이로, 싱그러운 당신 숨소리 들려오네요.

3 months ago | [YT] | 1

지금산책

빛과 바람의 화가 | 마음 둥글둥글, 표정에도 미소또한 둥글고, 잔잔한 바람에도 은은한 밝은 미소 온기가 보여요.

3 months ago | [YT] | 2

지금산책

아침은 고요하지만, 당신 미소는 그 틈 사이로 밝은 향기가 새어 나와요.

3 months ago | [Y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