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산책

# 그렇게 바라봐 주셔서 행복합니다.

청계천이다.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내 위를 지나다닌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지나간다. 급한 걸음으로, 전화기에 매달려, 다른 생각에 잠겨서.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이런 사람이 온다. 내 곁에 앉아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오늘 2025년 9월 26일, 그런 사람을 또 만났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나를 보았다. 내가 흘러가는 모습을, 버드나무 가지가 물 위에 드리워진 모습을, 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시선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시원한 그늘을, 평화로운 휴식을, 마음의 위로를.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건 단순했다. 그냥 누군가 나를 봐주는 것.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때로 잊혀진다. 높은 빌딩들 사이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그냥 배경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내 위를 걷지만 나를 보지는 않는다. 내 소리를 듣지만 귀 기울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모든 것이 보상받는다. 누군가 진짜로 나를 바라봐줄 때, 내 존재를 인정해줄 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렇게 바라봐 주셔서 행복합니다.”

이 한 마디에 내 모든 마음이 담겨 있다.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대단한 찬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봐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벤치에 앉은 그 사람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진짜로 봐주기를 원하는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외롭지 않다고 느끼고 싶은 마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관심 받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서로를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서로를 바라봐주는 순간이. 그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사람이 일어나 간다. 나는 여전히 여기 흐르고 있을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언제든 다시 누군가 나를 바라봐주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바라봐주는 사람에게, 나도 같은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당신을 바라봐서 행복했다고. 그뿐이라고.

작은 시선 하나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작은 관심 하나가 외로운 존재를 살아있게 만든다.

1 week ago | [Y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