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로 왔습니다. '피티 옴므'가 한창입니다. 세상 멋쟁이들이 목에 깁스를 한 채 골목길과 광장을 누비며 온갖 가오를 잡고 있지만, 구멍 난 유니클로 카고 팬츠를 3년째 입고 다니는 저한테는 그냥 "어쩌라고?"입 니다.
피렌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꾸며 놓은 르네상스 테마파크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팔라초 스 트로치 때문입니다.
팔라초 스트로치는 르네상스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한 이곳에서 배짱 좋게 컨템포러리 전시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 안젤름 키퍼, 트레이시 에민 등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가 있을 때 마다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 작가 KAWS는 특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같은 컨템포러리라 하더라도 한 걸음 더 나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미국적 쌈마이 팝아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니스 바른 목제 작품은 대리석 다비드를 찢어버렸고, 작품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원작 '수태고지'를 능멸하는 폼은 미쳤습니다.
하나 더, 이곳의 전시는 무료입니다. 놀이기구 티켓 사듯 뭐 하나 보려면 꼬 박꼬박 돈을 내야 하는 이 동네에서 꽤 짭짤한 일입니다. 피렌체와는 별개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두 번 이상 이곳을 찾는 이유는 로컬들 사이에선 흉물 취급받는 그 성당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도마뱀이 침 뱉듯이 내뿜는 분수를 보려고도 아닙니다. 몇 년째 찾고 있는 단골집, 보데가 루벤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나이 지긋한 루벤 형제가 운영하는 이 선술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집엔 꿀대구가 없습니다. 메뉴판도 없습니다. 바 위에 설치된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 중 먹음직스러운 것을 하나 골라 그냥 달라고 하면 됩니다. 오늘 뭐가 좋으냐고 물으면 루벤은 영안실 시체 보관고처럼 생긴 냉장고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맛있는 걸 만들어냅니다.
물론 숫자를 제외한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업장의 위치상 손님의 대부분은 거리의 여성들이거나, 이미 술에 거나하게 취해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고 있는 사람들, 아니면 영업을 끝낸 주변 가게 상인들입니다. 찐 로컬 가게임을 증명하듯 조악한 슬롯머신도 두 대나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기 위해 이 도시까지 오는 이유는 따끈한 치킨 수프 한 그릇 때문입니다. 제가 바르셀로나를 오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날씨 좋을 때 이 대표적인 오버투어리즘 도시를 찾는 건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추운 밤, 라발 지구의 어둑한 골목을 지나 집에 들어서면 루벤은 반가운 악수와 포옹을 건넨 뒤 묻지도 않고 치킨 수프 한 그릇을 내어줍니다.
토막 낸 닭다리와 당근, 양파. 대단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 수프는 신기할 정도로 감칠맛을 냅니다. 스페인에 미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수프에는 그런 인위적인 맛이 없습니다. 치킨 스톡의 뻔한 향도 아닙니다. 특별하다면 쇠고기 양지를 함께 넣고 끓였다는 점 정도입니다. 이 치킨 수프는 바르셀로나 밤공기에 얼어붙은 몸을 천천히 녹여주며 속을 단단히 다져줍니다. 수프에 들어간 잘게 자른 국수나 알파벳 모양의 파스타는 스페인의 B급, 아니 C급 감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곧이어 주문하지 않아도 깐냐에 한가득 따라주는 벨벳 같은 거품이 올라앉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면, 이곳이 내 고향인 것 같은 착각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루벤의 오마카세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이어지고, 어느새 나도 옆 아저씨처럼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게 됩니다.
몇 접시인지 모를 타파스와 몇 잔인지 세다 잊어버릴 만큼의 맥주를 마셔도 계산은 늘 50유로를 넘지 않습니다. 루벤은 그마저도 미안한 표정으로 계산서를 내밉니다.
오늘도 돌아갈 때는 손님들로 가득 찬 가게를 그대로 둔 채 밖으로 나와, 으슥한 골목길에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줍니다.
스무 해가 넘도록 한국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 보니 고향에 대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족과 친지, 옛 친구, 정든 동네와 익숙한 골목길이 있는 곳이 고향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나에게는 바르셀로나의 으슥한 골목, 다 스러져가는 이 선술집이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일 돌아간다”고 말할 때마다 글썽이는 눈으로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못하는 루벤의 손에서 전해지는 치킨 수프 한 그릇의 온기는 결국 이곳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오늘 진짜 레전드 of 레전드, 대박을 맞았습니다. 저는 지금 필라델피아에 와 있습니다. 최근 새로 문을 연 칼더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저 멀리서 어딘가 낯이 익은 분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 나 저분 아는데…’ 하고 생각하며 가까워지는 순간— 오. 마이. 갓.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존경하고, 제 채널에서도 수없이 다루어 온 그분, 자우메 플렌자(Jaume Plensa) 였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순간 정신이 하얘지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냅다 뛰어가 그냥 폴더 인사를 날렸습니다. 용기 내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감사 인사도 드리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아직도 손이 떨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쭤봤습니다. “선생님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맞나요?” 직접 말씀하시길, ‘자우메 플렌자’ 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하시네요. 오늘은… 제게 정말 꿈이 현실이 된 날입니다.
지난 몇주간 정신없이 싸돌아 다녔습니다.일단 뉴욕으로 가서 바르셀로나, 빌바오를 거쳐 파리에서 아트바젤을 구경하고 지금은 함부르크에 와 있습니다.다른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보니 유튜브에 신경을 못 쓰다가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네요. 아직 나폴리와 암스텔담, 시카고, 필라델피아 일정이 남아있는데보여드릴 작품들은 한가득이고 마음이 급합니다…
8월에는 절대 여행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공공미술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자우메 플렌자의 작품이 나폴리와 잘츠부르크에 설치되었다가 8월 중순, 열흘 간격으로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죠. “이건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 전날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끊고 허둥지둥 짐을 챙겨 허겁지겁 떠났지만… 가 보니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이미 철거…. 그동안 전 세계 공공미술을 보러 다녔지만 전시가 연장되는 경우는 있어도 예정보다 일찍 철거되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플렌자의 초대형 작품 다섯 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대급 전시라 더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어야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식당에 재료가 떨어져야 평소 안 먹던 메뉴를 시키듯 뜻밖의 선물이 있었습니다. 나폴리에선 멋진 밤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잘츠부르크에선 예상치 못한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나폴리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엔 린츠와 그라츠,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막상 일부러 찾기에는 애매한 도시들을 들러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이때 잘츠부르크로 바로 갔어야…), 이후 비엔나와 프라하까지 여정을 이어가며 데이비드 체르니의 최신작도 감상했습니다. 지금은 뉴욕으로 건너와 하이라인과 파크 애비뉴의 작품들로 마무리했습니다.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놓친 것만큼이나 또 다른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본 여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과 보람이 뒤섞인, 조금은 다르게 기억될 공공미술 여행. 멋진 작품들 영상으로 만들어 곧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는 잘츠부르크입니다. 사실 이번 공공미술 투어의 메인 이벤트가 바로 이곳 레지던츠플라츠에서 열린 자우메 플렌사(Jaume Plensa) 전시였습니다. 광장 분수대를 중심으로 그의 대형 작품 다섯 점이 원형으로 둘러싸인, 정말 어디서도 보기 힘든 역대급 전시. 그런데, 잘츠부르크 당국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분명히 8월 29일까지 전시라고 나와 있었는데… 나폴리 사건도 있고 해서 혹시 몰라 미리 27일에 왔는데… 하지만 도착해 보니 이미 철거. 웹사이트에는 아직도 “29일까지 전시”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제 눈 앞엔 텅 빈 광장…
나폴리에 왔습니다. 지난 6월, 자우메 플렌자가 나폴리 시청 광장에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10월에 파리 갈 때 들러서 보면 되겠다..” 하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시 마지막 날이 8월 19일! 😱 (그러니까 바로 내일이더군요.) 그래서 또 급하게 지나가는 비행기를 잡아 타고 오게 되었습니다. 어제 밤 8시에 티켓팅 → 오늘 오후 5시 비행기 탑승 ✈️ → 중간에 환승 해 가며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건가… 작품이 별로면 어쩌나…”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막상 눈앞에 딱~ 나타나니… 역시 자우메 플렌자! 🙌 숙소에 짐만 던져두고 바로 달려가서 촬영했는데, 전화기 들고 걸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 일단 작품을 확인했으니 오늘은 쉬고, 내일 제대로 찍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8월에 이탈리아, 그것도 나폴리라니… 저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네요 🤣
밀라노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 볼로냐에 한 열흘 머물다 시에나로 왔습니다. 여긴 정말 중세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동네네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 갑자기 말을 탄 기사가 나타나 후다닥 지나갈 것 같은 느낌입니다. 토스카나의 중심도시 답게 음식도 와인도 너무나 맛있습니다. 가격도 밀라노의 반 정도 느낌?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 이곳에서 조용히 정리 하다가 나폴리로 내려갈 예정 입니다. 아니쉬 카푸어 지하철역 오픈 했나 확인 해 봐야죠
결국 파리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심한 두통과 고열로 아트 바젤 기간 5일 동안 미식의 도시 파리 병원에서 각종 항생제가 페어링으로 나오는 병원 음식들과 함께(저녁엔 농어도 나옵니다) 잊지 못 할 식도락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올해 아트 바젤 파리는 완전 통으로 날려 먹은 거죠. 퇴원 안된다는 거 죽어도 좋다는 서류에 사인 후 집으로. 열시간이 넘는 목숨건 비행 후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직행 아묻따 다시 입원 현재 회복 중입니다.
올해도 따끈따끈한 아트 바젤 파리 현장 소식 전해 드리려 했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빨리 회복해서 다른 재미있는 작품 영상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길바닥 미술관
피렌체로 왔습니다. '피티 옴므'가 한창입니다. 세상 멋쟁이들이 목에 깁스를 한 채 골목길과 광장을 누비며 온갖 가오를 잡고 있지만, 구멍 난 유니클로 카고 팬츠를 3년째 입고 다니는 저한테는 그냥 "어쩌라고?"입 니다.
피렌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꾸며 놓은 르네상스 테마파크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팔라초 스 트로치 때문입니다.
팔라초 스트로치는 르네상스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한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한 이곳에서 배짱 좋게 컨템포러리 전시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 안젤름 키퍼, 트레이시 에민 등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가 있을 때 마다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번 작가 KAWS는 특히 관심을 끌었습니다. 같은 컨템포러리라 하더라도 한 걸음 더 나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미국적 쌈마이 팝아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니스 바른 목제 작품은 대리석 다비드를 찢어버렸고, 작품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원작 '수태고지'를 능멸하는 폼은 미쳤습니다.
하나 더, 이곳의 전시는 무료입니다. 놀이기구 티켓 사듯 뭐 하나 보려면 꼬 박꼬박 돈을 내야 하는 이 동네에서 꽤 짭짤한 일입니다. 피렌체와는 별개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 week ago | [YT]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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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바르셀로나에 와 있습니다.
족히 이 도시를 스무 번은 넘게 방문했을 것 같습니다.
해마다 두 번 이상 이곳을 찾는 이유는 로컬들 사이에선 흉물 취급받는 그 성당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도마뱀이 침 뱉듯이 내뿜는 분수를 보려고도 아닙니다. 몇 년째 찾고 있는 단골집, 보데가 루벤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나이 지긋한 루벤 형제가 운영하는 이 선술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집엔 꿀대구가 없습니다. 메뉴판도 없습니다. 바 위에 설치된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 중 먹음직스러운 것을 하나 골라 그냥 달라고 하면 됩니다. 오늘 뭐가 좋으냐고 물으면 루벤은 영안실 시체 보관고처럼 생긴 냉장고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맛있는 걸 만들어냅니다.
물론 숫자를 제외한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업장의 위치상 손님의 대부분은 거리의 여성들이거나, 이미 술에 거나하게 취해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고 있는 사람들, 아니면 영업을 끝낸 주변 가게 상인들입니다. 찐 로컬 가게임을 증명하듯 조악한 슬롯머신도 두 대나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기 위해 이 도시까지 오는 이유는 따끈한 치킨 수프 한 그릇 때문입니다. 제가 바르셀로나를 오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날씨 좋을 때 이 대표적인 오버투어리즘 도시를 찾는 건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추운 밤, 라발 지구의 어둑한 골목을 지나 집에 들어서면 루벤은 반가운 악수와 포옹을 건넨 뒤 묻지도 않고 치킨 수프 한 그릇을 내어줍니다.
토막 낸 닭다리와 당근, 양파. 대단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 수프는 신기할 정도로 감칠맛을 냅니다. 스페인에 미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수프에는 그런 인위적인 맛이 없습니다. 치킨 스톡의 뻔한 향도 아닙니다. 특별하다면 쇠고기 양지를 함께 넣고 끓였다는 점 정도입니다. 이 치킨 수프는 바르셀로나 밤공기에 얼어붙은 몸을 천천히 녹여주며 속을 단단히 다져줍니다. 수프에 들어간 잘게 자른 국수나 알파벳 모양의 파스타는 스페인의 B급, 아니 C급 감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곧이어 주문하지 않아도 깐냐에 한가득 따라주는 벨벳 같은 거품이 올라앉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면, 이곳이 내 고향인 것 같은 착각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루벤의 오마카세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이어지고, 어느새 나도 옆 아저씨처럼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게 됩니다.
몇 접시인지 모를 타파스와 몇 잔인지 세다 잊어버릴 만큼의 맥주를 마셔도 계산은 늘 50유로를 넘지 않습니다. 루벤은 그마저도 미안한 표정으로 계산서를 내밉니다.
오늘도 돌아갈 때는 손님들로 가득 찬 가게를 그대로 둔 채 밖으로 나와, 으슥한 골목길에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줍니다.
스무 해가 넘도록 한국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 보니 고향에 대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족과 친지, 옛 친구, 정든 동네와 익숙한 골목길이 있는 곳이 고향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나에게는 바르셀로나의 으슥한 골목, 다 스러져가는 이 선술집이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일 돌아간다”고 말할 때마다 글썽이는 눈으로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못하는 루벤의 손에서 전해지는 치킨 수프 한 그릇의 온기는 결국 이곳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2 weeks ago | [YT]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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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오늘 진짜 레전드 of 레전드, 대박을 맞았습니다.
저는 지금 필라델피아에 와 있습니다. 최근 새로 문을 연 칼더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저 멀리서 어딘가 낯이 익은 분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 나 저분 아는데…’ 하고 생각하며 가까워지는 순간—
오. 마이. 갓.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존경하고, 제 채널에서도 수없이 다루어 온 그분, 자우메 플렌자(Jaume Plensa) 였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순간 정신이 하얘지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냅다 뛰어가 그냥 폴더 인사를 날렸습니다. 용기 내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감사 인사도 드리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아직도 손이 떨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쭤봤습니다.
“선생님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맞나요?”
직접 말씀하시길, ‘자우메 플렌자’ 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하시네요.
오늘은… 제게 정말 꿈이 현실이 된 날입니다.
2 months ago | [YT]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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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지난 몇주간 정신없이 싸돌아 다녔습니다.일단 뉴욕으로 가서 바르셀로나, 빌바오를 거쳐 파리에서 아트바젤을 구경하고 지금은 함부르크에 와 있습니다.다른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보니 유튜브에 신경을 못 쓰다가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네요.
아직 나폴리와 암스텔담, 시카고, 필라델피아 일정이 남아있는데보여드릴 작품들은 한가득이고 마음이 급합니다…
2 months ago | [YT]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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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8월에는 절대 여행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공공미술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자우메 플렌자의 작품이 나폴리와 잘츠부르크에 설치되었다가 8월 중순, 열흘 간격으로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죠. “이건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 전날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끊고 허둥지둥 짐을 챙겨 허겁지겁 떠났지만… 가 보니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이미 철거…. 그동안 전 세계 공공미술을 보러 다녔지만 전시가 연장되는 경우는 있어도 예정보다 일찍 철거되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플렌자의 초대형 작품 다섯 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대급 전시라 더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어야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식당에 재료가 떨어져야 평소 안 먹던 메뉴를 시키듯 뜻밖의 선물이 있었습니다. 나폴리에선 멋진 밤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잘츠부르크에선 예상치 못한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나폴리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엔 린츠와 그라츠,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막상 일부러 찾기에는 애매한 도시들을 들러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이때 잘츠부르크로 바로 갔어야…), 이후 비엔나와 프라하까지 여정을 이어가며 데이비드 체르니의 최신작도 감상했습니다. 지금은 뉴욕으로 건너와 하이라인과 파크 애비뉴의 작품들로 마무리했습니다.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놓친 것만큼이나 또 다른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본 여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과 보람이 뒤섞인, 조금은 다르게 기억될 공공미술 여행. 멋진 작품들 영상으로 만들어 곧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4 months ago | [YT]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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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여기는 잘츠부르크입니다.
사실 이번 공공미술 투어의 메인 이벤트가 바로 이곳 레지던츠플라츠에서 열린 자우메 플렌사(Jaume Plensa) 전시였습니다.
광장 분수대를 중심으로 그의 대형 작품 다섯 점이 원형으로 둘러싸인, 정말 어디서도 보기 힘든 역대급 전시.
그런데,
잘츠부르크 당국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분명히 8월 29일까지 전시라고 나와 있었는데…
나폴리 사건도 있고 해서 혹시 몰라 미리 27일에 왔는데…
하지만 도착해 보니 이미 철거.
웹사이트에는 아직도 “29일까지 전시”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제 눈 앞엔 텅 빈 광장…
저한테 왜 이러는걸까요?
나폴리 황당 사건 이후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더 더 더 착하게 살아야겠나 봅니다.
4 months ago | [YT]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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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나폴리에 왔습니다.
지난 6월, 자우메 플렌자가 나폴리 시청 광장에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10월에 파리 갈 때 들러서 보면 되겠다..” 하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시 마지막 날이 8월 19일! 😱 (그러니까 바로 내일이더군요.) 그래서 또 급하게 지나가는 비행기를 잡아 타고 오게 되었습니다. 어제 밤 8시에 티켓팅 → 오늘 오후 5시 비행기 탑승 ✈️ → 중간에 환승 해 가며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건가… 작품이 별로면 어쩌나…”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막상 눈앞에 딱~ 나타나니… 역시 자우메 플렌자! 🙌
숙소에 짐만 던져두고 바로 달려가서 촬영했는데, 전화기 들고 걸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
일단 작품을 확인했으니 오늘은 쉬고, 내일 제대로 찍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8월에 이탈리아, 그것도 나폴리라니… 저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네요 🤣
5 months ago (edited) | [YT]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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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밀라노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 볼로냐에 한 열흘 머물다 시에나로 왔습니다. 여긴 정말 중세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동네네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 갑자기 말을 탄 기사가 나타나 후다닥 지나갈 것 같은 느낌입니다. 토스카나의 중심도시 답게 음식도 와인도 너무나 맛있습니다. 가격도 밀라노의 반 정도 느낌?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 이곳에서 조용히 정리 하다가 나폴리로 내려갈 예정 입니다. 아니쉬 카푸어 지하철역 오픈 했나 확인 해 봐야죠
10 months ago | [YT]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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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밀라노에 와 있습니다. 온지 한달이 넘어가는데 이런 저런 바쁜 일들 땜빵하느라 영상을 한참 못올리고있네요. 역시 저같은 저사양에게 멀티태스킹은 무리인가봅니다. 곧 재밌는 영상 편집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 months ago | [YT]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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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미술관
결국 파리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심한 두통과 고열로 아트 바젤 기간 5일 동안 미식의 도시 파리 병원에서 각종 항생제가 페어링으로 나오는 병원 음식들과 함께(저녁엔 농어도 나옵니다) 잊지 못 할 식도락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올해 아트 바젤 파리는 완전 통으로 날려 먹은 거죠. 퇴원 안된다는 거 죽어도 좋다는 서류에 사인 후 집으로. 열시간이 넘는 목숨건 비행 후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직행 아묻따 다시 입원 현재 회복 중입니다.
올해도 따끈따끈한 아트 바젤 파리 현장 소식 전해 드리려 했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빨리 회복해서 다른 재미있는 작품 영상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year ago (edited) | [YT]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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