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미술관

8월에는 절대 여행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공공미술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자우메 플렌자의 작품이 나폴리와 잘츠부르크에 설치되었다가 8월 중순, 열흘 간격으로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죠. “이건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 전날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끊고 허둥지둥 짐을 챙겨 허겁지겁 떠났지만… 가 보니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이미 철거…. 그동안 전 세계 공공미술을 보러 다녔지만 전시가 연장되는 경우는 있어도 예정보다 일찍 철거되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잘츠부르크는 플렌자의 초대형 작품 다섯 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대급 전시라 더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어야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식당에 재료가 떨어져야 평소 안 먹던 메뉴를 시키듯 뜻밖의 선물이 있었습니다. 나폴리에선 멋진 밤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잘츠부르크에선 예상치 못한 작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나폴리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엔 린츠와 그라츠,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막상 일부러 찾기에는 애매한 도시들을 들러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이때 잘츠부르크로 바로 갔어야…), 이후 비엔나와 프라하까지 여정을 이어가며 데이비드 체르니의 최신작도 감상했습니다. 지금은 뉴욕으로 건너와 하이라인과 파크 애비뉴의 작품들로 마무리했습니다.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놓친 것만큼이나 또 다른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본 여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움과 보람이 뒤섞인, 조금은 다르게 기억될 공공미술 여행. 멋진 작품들 영상으로 만들어 곧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month ago | [Y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