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내 이어폰 속
작은 무대를 틀면
감미로운 음악이
낡은 레코드처럼
흐르고

창을 토닥이는
빗소리의 속삭임은
살가운 반주로 보태져
은은히 밤을 적시는
잠 못 드는 세상에
살며시 깨어 있다.


Starry Cottage

다사에는 1998년쯤 개업한
'오르막석쇠집'이 있다.
한길이 만들어지기 전 예전 30번국도
오르막길 옆에 자리한 노포 맛집으로
대구 인근에서는 최고로 소문난
연탄구이집이다.

오후 5시에 오픈, 여섯시 반이 넘으면
여지없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입구에서 인도를 따라 늘어선 줄은
수미터는 기본이지만 모두들 불평없이
그저 묵묵히 기다릴뿐이다.

최고 인기메뉴는 오직 ‘석쇠 한 판’이다.
잡다한 주문 필요않고 자리를 잡은 다음
소주나 맥주만 선택하면 된다.
좀 더 세심하게 주문을 한다면야
소주의 종류가 참소주냐 참이슬이냐의
정도차이...

소주 두어병을 나누어 마시고
국수나 된장찌개밥을 먹으면
한두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마는
살가운 분위기에 묘하게 취하는 건
결코 소주탓만은 아니리라.

스무남은개의 드럼통테이블이
닳고 낡아 반들반들해진 이십오년지기 단골집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자리 그대로다.
네온빛 없는 간판은 길게 줄선 애주객들을
늘상 그렇게 맞이한다.

월욜은 빼고..

1 month ago | [Y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