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만난 나목처럼 한잎 두잎 다 떠나보내고만 내 아버지! 육신의 궁핍을 두 눈에 감추고 그렇게 84년의 아버지만의 차가운 겨울을 밟고 떠나셨다. (19380213~20210826)
아버지는 잔인한 문명에 의하여 발목이 잡혀 끝내 마른 숨을 쉬고 말았습니다. 거친 숨소리는 생의 정상에서 힘든 시간을 돌아보는 듯하였고 멈춘듯한 순간의 숨소리는 철부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가끔 짓는 엷은 미소에서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삶의 애착이 강하던 아버지는 20여 년 동안 80여 차례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아주 굵은 동아줄을 잘 붙잡고 견뎠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친가에 대해선 많은 것이 공유되지 않았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난의 궁핍을 목에 걸고 등짐을 지듯 사신 것밖엔 뚜렷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식탐이 많았던 아버지! 손가락으로 나온 배를 꾹~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행복해하는 아버지~ 아니, 내 아빠!
늦게 귀가하던 날에는 길목의 니어카에서 (귤, 군밤, 군고구마 등등) 떨이를 싹싹 긁어오시며 당신이 산 그것을 그분들 손에 나눠주며 "일찍 들어가 아이들과 나눠 먹게나! (드세요!)" 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그땐, 우리 집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 동생과 이야기 나누면서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동생이 말하길, "내가 7~8살 때였을 거야 그때 아빠는 택시 운전이 직업이었고 나는 림프샘결핵으로 학교에 못 가고 있었지. 어느 날 비후까스가 먹고 싶다는 나를 아버지는 어느 한 기사식당으로 데리고 갔어, 그런데 비후까스를 하나만 주문하여 내가 먹다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드셨어. 그때 1일분만 주문할 돈밖에 없었던 거지.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많네. 누나와 나 아버지가 서로 팔을 부딧치며 쿵후 연습하던 거 뭐라 했지? "피캔" 이었나..."
너무 소싯적 사소한 기억들이라 잊고 살았는데 그렇게 먹성 좋았던 아버지가 당신은 안 드시고 자식만 먹이셨던 그 마음 하나로만 우리는 또 한 번 아버지의 사랑을 추억해봅니다. 이제 아픔이 없는 밝은 곳에서 편안하게 행복하게 쉬시길 바라옵고
짧은 글이지만, 이 글을 아버지 영정에 받힙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끈적거리는 이 시간.. 어쩔 수 없이 내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나의 호흡을 이곳에 남겨둡니다.
시인 화필최성애 TX poet's world
아버지의 마른 숨
화필 최성애
겨울을 만난 나목처럼 한잎 두잎 다 떠나보내고만 내 아버지! 육신의 궁핍을 두 눈에 감추고 그렇게 84년의 아버지만의 차가운 겨울을 밟고 떠나셨다. (19380213~20210826)
아버지는 잔인한 문명에 의하여 발목이 잡혀 끝내 마른 숨을 쉬고 말았습니다. 거친 숨소리는 생의 정상에서 힘든 시간을 돌아보는 듯하였고 멈춘듯한 순간의 숨소리는 철부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가끔 짓는 엷은 미소에서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삶의 애착이 강하던 아버지는 20여 년 동안 80여 차례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아주 굵은 동아줄을 잘 붙잡고 견뎠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친가에 대해선 많은 것이 공유되지 않았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난의 궁핍을 목에 걸고 등짐을 지듯 사신 것밖엔 뚜렷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식탐이 많았던 아버지! 손가락으로 나온 배를 꾹~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행복해하는 아버지~ 아니, 내 아빠!
늦게 귀가하던 날에는 길목의 니어카에서 (귤, 군밤, 군고구마 등등) 떨이를 싹싹 긁어오시며 당신이 산 그것을 그분들 손에 나눠주며 "일찍 들어가 아이들과 나눠 먹게나! (드세요!)" 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그땐, 우리 집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 동생과 이야기 나누면서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동생이 말하길, "내가 7~8살 때였을 거야 그때 아빠는 택시 운전이 직업이었고 나는 림프샘결핵으로 학교에 못 가고 있었지. 어느 날 비후까스가 먹고 싶다는 나를 아버지는 어느 한 기사식당으로 데리고 갔어, 그런데 비후까스를 하나만 주문하여 내가 먹다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드셨어. 그때 1일분만 주문할 돈밖에 없었던 거지.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많네. 누나와 나 아버지가 서로 팔을 부딧치며 쿵후 연습하던 거 뭐라 했지? "피캔" 이었나..."
너무 소싯적 사소한 기억들이라 잊고 살았는데 그렇게 먹성 좋았던 아버지가 당신은 안 드시고 자식만 먹이셨던 그 마음 하나로만 우리는 또 한 번 아버지의 사랑을 추억해봅니다. 이제 아픔이 없는 밝은 곳에서 편안하게 행복하게 쉬시길 바라옵고
짧은 글이지만,
이 글을 아버지 영정에 받힙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끈적거리는 이 시간.. 어쩔 수 없이 내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나의 호흡을 이곳에 남겨둡니다.
08262021
Ps: 뉴욕의 라과디아로 가는 중 허리케인을 만나 지체되고 있네요.
춥고 배 고프고....
4 years ago | [YT]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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