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이사

한 사람의 죽음은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약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와상(臥床) 상태에 이르고, 그 이후에야 요양과 간병의 과정을 거쳐 서서히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이 사망할 때 단지 ‘생명’만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사람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것들을 남깁니다.
재산적인 문제, 정서적인 유산, 심리적 상처, 감정의 갈등, 가족 관계, 신체와 장례 절차, 법적 책임, 반려동물, 각종 계약, 부채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남겨지게 됩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단순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도움을 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가족이 이 역할을 맡아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그 ‘누군가’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사람은 언제든 마음이 바뀔 수 있는 존재이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죽음 준비의 핵심 문제로 떠오릅니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묻게 됩니다. “과연 누가 이 일을 담당할 것인가?” “누가 한 사람의 마지막 삶을 정리해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복지나 장례의 영역이 아니라, 신뢰와 책임, 윤리와 제도의 복합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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