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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미의 사운드트랙 공연 티켓을 선물로 드립니다.
✔ 이벤트 기간: 2025.9.3(수) ~ 2025.9.10(수)
✔ 당첨자 발표: 2025.9.11(목) 낮 12시 (총 5명, 개별 연락)
✔ 경품: 2025 롯데콘서트홀 마티네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9/18일자 공연 티켓 (1인당 2장, 총 10장 / 일시:2025.9.18(목) 11시 30분)
✔ 공연정보 : www.lotteconcerthall.com/kor/Performance/ConcertDe… ✔ 이벤트 참여 방법
금지곡은 정권에 의해 연주할 수 없게 된 곡이라면 반대로 작곡가 스스로 발표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흔히 '책상 서랍 속의 작품'이라고 부르는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이 대표적이다.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로 호된 시련을 겪은 작곡가가 발표를 미뤘던 곡이다. 완성 사반세기 이후인 1961년에야 뒤늦게 빛을 보았다.
흥미로운 건 작곡가의 목숨을 구했던 '탄원서' 같은 교향곡 5번은 지금도 인기곡인데 비해서 이 곡은 여전히 연주 기회가 드물다는 점이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가운데 경기 필하모닉(지휘 샤오치아 뤼)의 연주회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음악이든 영화든 철없던 시절에는 단순하고 명약관화한 것들에 이끌렸는데, 나이가 들면서 반대로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교향곡이 그렇다. 왜 썼을까, 왜 서랍 속에 넣었을까, 왜 뒤늦게 다시 꺼냈을까. 경기 필은 외향과 내면적인 단락들을 칼로 두부 자르듯 일도양단하는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1시간여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를 무사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선 전반에는 같은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했다. 이 협주곡 2악장에는 우크라이나 민요에서 비롯한 주제가 나온다. 예전 교향악축제에서 '빵 사세요'라는 가사를 붙여서 부른 적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격정과 탄식이 어우러진 이런 곡들을 협연하기 위해선 작두 타는 듯한 결기가 필요하다. 최하영의 첼로는 20세기 작품들과 '맞춤복'처럼 잘 어울린다.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최하영#샤오치아뤼 아뤼 #경기필하모닉
누구도 읽지 못한 신작 소설과 누구도 아직 듣지 못한 신곡을 한자리서 듣는다면. 올해 힉엣눙크 페스티벌에서 세종솔로이스츠가 흥미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키메라의 땅' 일부를 무대에서 직접 낭독하고 이 소설에 바탕한 작곡가 김택수의 신곡 '키메라 모음곡'을 초연한 것. 베르베르의 낭독 사이에 8악장의 모음곡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테면 '북 콘서트'나 '오디오 북' 같은 음악회였다.
흥미로운 건 소설과 음악 사이의 장르적 이질성이었다. 신인류의 탄생과 구인류와의 갈등을 다룬 베르베르의 소설은 SF적 성격이 강한 반면, 김택수의 모음곡은 의고적 성격이 두드러졌다. 바흐의 작품처럼 바로크 모음곡의 구성을 가져왔고 현악 합주에 플루트, 기타와 함께 하프시코드를 가미했다. 심지어 갈등과 충돌에 관한 장에서는 중세 '디에스 이래(분노의 날)' 주제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질적 장르의 공존이라는 점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유사 바로크 음악도 떠올랐다.
소설에서 신인류의 탄생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이름이 '메타포르포즈(변용)'다. 그런 의미에서도 후반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은 적절한 선곡이었다. 단악장 형식의 이 곡은 2차 세계 대전 패전을 앞두고 작곡됐다. 미리 의도했든 아니든 과거의 전쟁(2차 대전)과 지금의 전쟁(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대한 곡을 연이틀 연주한 셈이 됐다. 한편으로는 무척 아이로니컬했다. #베르나르베르베르#김택수#세종솔로이스츠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세종솔로이스츠는 1975년생 이스라엘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했다.
얼핏 '슬퍼할 때와 춤출 때'라는 부제만 보면 지극히 서정적인 추모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국제 정치적으로 지극히 논쟁적이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다.
당장 해설 책자에 실린 작곡가의 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만은 "특히 나의 조국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찾아욌다. 10월7일의 공습과 뒤이은 전쟁은 내게 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라고 적었다. 이 '10월 7일'은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던 날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실제 이 협주곡에서도 낮고 부드러운 현악 합주를 배경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이 유대적 정서의 주제를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아델 앤서니 부부가 협연을 맡았다. 이들 부부는 이 협주곡을 헌정 받기도 했다.
물론 작곡가는 국적이 있고 얼마든지 입장과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에게 히틀러와 스탈린을 모두 비판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소비되는 방식이다. 아마도 이날 음악회에 참석한 한국 관객 대부분은 이런 사전 정보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이 협주곡의 공동 위촉과 아시아 초연은 세종솔로이스츠가 맡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든다. 과연 세종솔로이스츠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정서에 바탕한 이 곡과 작곡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일까. 예술의 이름으로 질문해야 할 때 거꾸로 예술의 이름으로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 점이 의아하고 답답했다. #길샤함#아델앤서니#세종솔로이스츠
실은 공연 시작 전부터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바로 어제 협주곡 두 곡을 협연한 연주자가 바로 다음날 실내악을 공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실내악 공연 20분 전까지도 복도에 나와서 주변 분들과 유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베를린필 수석은 실력뿐 아니라 담력까지 보나 싶었다. 물론 후반 출연이니 정확하게는 1시간여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충격의 강도가 줄어들진 않았다. 베를린필 호른 수석인 중국 출신의 쩡윈이었다. 연이틀 놀랄 채비가 끝난 셈이었다.
후반 연주곡은 베토벤의 7중주. 이 곡을 이렇게 열심히 들은 적이 있었는지 내심 반성했다. 실내악의 특성상 전날만큼 충격이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호른이 5악장 도입부를 끌고 가거나 바순 클라리넷과 합을 맞출 적마다 깜짝깜짝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증 대인'과의 음악 대화 같았다. 관현악과 실내악을 결합한 서울시향 기획은 크게 칭찬 받을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쩡윈#윤젱#서울시향
남성 중저음 가수들의 합동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전반의 베르디 ' 리골레토'였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주인공 리골레토, 베이스 연광철은 자객 스파라푸칠레 역을 맡아서 이중창을 펼친 것이다. 피아노 전주가 끝날 무렵 천천히 들어와서 연기를 곁들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페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날 무대는 중저음 성악가들의 음색과 음역, 음량까지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콩쿠르에서 즐겨 불렀던 아리아를 들려준 김기훈은 당시 심사위원들이 왜 감동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무엘 윤은 연기와 표정으로도 노래하는 듯했는데 특히 '오텔로'의 이아고는 전막을 보고픈 심경이었다.
전반의 피아노 반주도 드라마틱해서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기선 '3명창'이 맞는 말이겠지만. 반면 독일과 한국 가곡들을 부른 후반에는 현악 앙상블을 곁들였다. 슈베르트 '마왕'에서는 극적 효과가 배가됐지만 다른 몇몇 곡에서는 필연적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부터 베르디 '돈 카를로'까지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른 오페라도 적지 않았다. 차례로 등장해서 독창을 하는데도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머릿속에서는 오페라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무대에서 펼쳐보인 기획력도 빛났다.
전반적 객석 분위기는 좋았지만 중간 입퇴장이 유난히 잦았다. 아마도 초대권 때문인 듯했다. 이들의 앙코르는 한국 가곡들이었다. 확실히 '스리 테너'보다는 낮고 묵직했다. #사무엘윤#연광철#김기훈
서울시향 연주회의 작곡가는 브람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모두 호른 연주자의 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협연자인 베를린필 수석인 쩡윈 역시 3대째 '호른 가족'이다. 호른의, 호른에 의한, 호른을 위한 날이 된 셈이었다.
전반 첫 곡은 1960년생 독일 작곡가 글라네르트의 '넓은 땅'이었다. 브람스 교향곡 4번 첫 악장의 유명한 주제를 비틀면서 출발했다. 주제의 골격만 남긴 채 공포 영화나 판타지 영화 음악을 연상시키는 내용물들로 교체했다. 작곡가는 헨체의 제자. 조성이나 선율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스승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음악회는 시간을 거스르는 역순행적 구성이었다. 전반 슈트라우스 말년의 호른 협주곡 2번을 협연한 뒤 후반에 무서운 10대 시절의 협주곡 1번으로 이어갔다. 전반 협연이 끝난 뒤 쩡윈은 "아직 연주할 협주곡이 하나 더 있는 걸 아시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두 곡의 협주곡을 마친 뒤에도 다시 재즈 풍의 초절기교 앙코르까지 곁들엤다. 흠잡을 구석 없는 기교와 편안하고 안정적인 호흡보다 여유 있는 미소가 더 두려웠다. 더불어 호른은 실수투성이 악기라는 통념도 깨진 날이 됐다. #윤젱#쩡윈#서울시향
박규민은 지난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부악장으로 들어간 바이올리니스트. 금호아트홀 연세 독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도 없이 바이올린만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바흐와 이자이, 프로코피예프와 버르토크까지 무반주 곡들로 독주회를 꾸몄다.
전반은 흡사 음악의 '끝말 잇기'와도 같았다. 바흐 파르티타 3번의 선율은 다음 곡인 이자이 소나타 2번 도입부에서 다시 모습을 내비친다. 이자이가 경의의 의미로 인용한 것이다. 박규민의 바이올린은 초반부터 호쾌하고 거침없었다. 동시에 활에 불필요한 힘이 실리지 않아서 매끄럽고 유연했다.
후반은 프로코피예프와 버르토크였다. 프로코피예프의 독주 소나타 때는 보면대에 악보를 올려놓았지만 버르토크 때 다시 치웠다. 보면대 유무와 관계없이 무서운 자기 확신이 돋보였다.
'샤콘의 템포로'라고 적힌 버르토크 소나타 첫 악장에서 다시 바흐가 어른거렸다. 무반주 곡의 역사는 끊임없이 바흐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당연히 앙코르는 바흐의 샤콘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의 바흐보다 훨씬 힘있고 묵직하게 들렸다. #박규민#바이올린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루아 드 스와르트와 류트 연주자 토마스 던포드의 듀오 무대. 공연 말미에 17세기 영국 선술집에서 불리던 선율을 관객들에게 일러준 뒤 즉석에서 남녀 이중창으로 부르게끔 했다. 거기에 바이올린과 류트, 던포트의 테너 음성까지 곁들이니 금세 예술의전당이 주점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앙코르에서는 비틀스와 아리랑까지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연주했다. 앞선 본공연 도중에도 아리랑과 라디오헤드의 선율을 슬쩍슬쩍 가미했다. 즉흥 연주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살린 셈이었다. 실제로 던포드는 비틀스를 변곡한 음반을 내기도 했고 재즈에도 관심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날 공연은 17~18세기 영국 음악들을 중심으로 꾸몄다. 도서관에서 직접 찾아낸 악보를 처음으로 연주하는 '초연 무대'라고 했다. 작곡가도 곡명도 심지어 악기도 낯선 무대에 잔뜩 겁부터 집어 먹었다. 하지만 고음악의 즐거움은 음악 본연의 즐거움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일러준 무대. 맘이 편해져서 이따금 고개가 스르르 떨어지긴 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청해서 보고 싶을 만큼 전반적 맵시가 빼어났다. 올해 최고의 고음악 무대 가운데 하나가 됐다. #테오팀랑글루아드스와르트#토마스던포드
보통 전주곡은 작품을 시작하는 역할을 하는 곡. 하지만 얀 리시에츠키는 바흐부터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거쳐 메시앙과 구레츠키까지 전주곡들만으로 하나의 음악회를 구성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으로 전반 문을 열었다. 요컨대 '전주곡들의 전주곡'이 된 셈이다. 그 뒤에 곡과 곡 사이에 휴식도, 중간 박수도 없이 이어가니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 같았다. 이를테면 '세계 전주곡 기행'이라고 할까.
전반이 다양한 전주곡의 모둠 요리라면. 후반은 하나의 일품 요리 같았다. 후반에는 다시 쇼팽의 전주곡(Op. 28) 24곡을 연주했다. 결과적으로 빗방울 전주곡은 두 번 들려준 셈이 됐다. 시대와 장르, 작곡가들을 넘나드는 기획력과 절제와 폭발을 효과적으로 거듭하는 연주까지 나무랄 구석이 없었다. 갈수록 연주자의 기획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얀리시에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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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 발표: 2025.9.11(목) 낮 12시 (총 5명, 개별 연락)
✔ 경품: 2025 롯데콘서트홀 마티네 <황수미의 사운드트랙> 9/18일자 공연 티켓 (1인당 2장, 총 10장 / 일시:2025.9.18(목)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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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ours ago | [YT]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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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클래식 레볼루션
금지곡은 정권에 의해 연주할 수 없게 된 곡이라면 반대로 작곡가 스스로 발표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흔히 '책상 서랍 속의 작품'이라고 부르는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이 대표적이다.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로 호된 시련을 겪은 작곡가가 발표를 미뤘던 곡이다. 완성 사반세기 이후인 1961년에야 뒤늦게 빛을 보았다.
흥미로운 건 작곡가의 목숨을 구했던 '탄원서' 같은 교향곡 5번은 지금도 인기곡인데 비해서 이 곡은 여전히 연주 기회가 드물다는 점이다.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가운데 경기 필하모닉(지휘 샤오치아 뤼)의 연주회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음악이든 영화든 철없던 시절에는 단순하고 명약관화한 것들에 이끌렸는데, 나이가 들면서 반대로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교향곡이 그렇다. 왜 썼을까, 왜 서랍 속에 넣었을까, 왜 뒤늦게 다시 꺼냈을까. 경기 필은 외향과 내면적인 단락들을 칼로 두부 자르듯 일도양단하는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1시간여에 이르는 장거리 코스를 무사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선 전반에는 같은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 2번을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했다. 이 협주곡 2악장에는 우크라이나 민요에서 비롯한 주제가 나온다. 예전 교향악축제에서 '빵 사세요'라는 가사를 붙여서 부른 적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격정과 탄식이 어우러진 이런 곡들을 협연하기 위해선 작두 타는 듯한 결기가 필요하다. 최하영의 첼로는 20세기 작품들과 '맞춤복'처럼 잘 어울린다.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최하영 #샤오치아뤼 아뤼 #경기필하모닉
2 days ago | [YT]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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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베르나르 베르베르×김택수
누구도 읽지 못한 신작 소설과 누구도 아직 듣지 못한 신곡을 한자리서 듣는다면. 올해 힉엣눙크 페스티벌에서 세종솔로이스츠가 흥미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키메라의 땅' 일부를 무대에서 직접 낭독하고 이 소설에 바탕한 작곡가 김택수의 신곡 '키메라 모음곡'을 초연한 것. 베르베르의 낭독 사이에 8악장의 모음곡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테면 '북 콘서트'나 '오디오 북' 같은 음악회였다.
흥미로운 건 소설과 음악 사이의 장르적 이질성이었다. 신인류의 탄생과 구인류와의 갈등을 다룬 베르베르의 소설은 SF적 성격이 강한 반면, 김택수의 모음곡은 의고적 성격이 두드러졌다. 바흐의 작품처럼 바로크 모음곡의 구성을 가져왔고 현악 합주에 플루트, 기타와 함께 하프시코드를 가미했다. 심지어 갈등과 충돌에 관한 장에서는 중세 '디에스 이래(분노의 날)' 주제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질적 장르의 공존이라는 점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유사 바로크 음악도 떠올랐다.
소설에서 신인류의 탄생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이름이 '메타포르포즈(변용)'다. 그런 의미에서도 후반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은 적절한 선곡이었다. 단악장 형식의 이 곡은 2차 세계 대전 패전을 앞두고 작곡됐다. 미리 의도했든 아니든 과거의 전쟁(2차 대전)과 지금의 전쟁(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대한 곡을 연이틀 연주한 셈이 됐다. 한편으로는 무척 아이로니컬했다. #베르나르베르베르 #김택수 #세종솔로이스츠
6 days ago (edited) | [YT]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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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세종솔로이스츠는 1975년생 이스라엘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했다.
얼핏 '슬퍼할 때와 춤출 때'라는 부제만 보면 지극히 서정적인 추모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국제 정치적으로 지극히 논쟁적이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다.
당장 해설 책자에 실린 작곡가의 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만은 "특히 나의 조국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찾아욌다. 10월7일의 공습과 뒤이은 전쟁은 내게 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라고 적었다. 이 '10월 7일'은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던 날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실제 이 협주곡에서도 낮고 부드러운 현악 합주를 배경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이 유대적 정서의 주제를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아델 앤서니 부부가 협연을 맡았다. 이들 부부는 이 협주곡을 헌정 받기도 했다.
물론 작곡가는 국적이 있고 얼마든지 입장과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에게 히틀러와 스탈린을 모두 비판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소비되는 방식이다. 아마도 이날 음악회에 참석한 한국 관객 대부분은 이런 사전 정보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이 협주곡의 공동 위촉과 아시아 초연은 세종솔로이스츠가 맡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든다. 과연 세종솔로이스츠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정서에 바탕한 이 곡과 작곡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일까. 예술의 이름으로 질문해야 할 때 거꾸로 예술의 이름으로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 점이 의아하고 답답했다. #길샤함 #아델앤서니 #세종솔로이스츠
1 week ago | [YT]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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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2교시 서울시향 실내악
실은 공연 시작 전부터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바로 어제 협주곡 두 곡을 협연한 연주자가 바로 다음날 실내악을 공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실내악 공연 20분 전까지도 복도에 나와서 주변 분들과 유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베를린필 수석은 실력뿐 아니라 담력까지 보나 싶었다. 물론 후반 출연이니 정확하게는 1시간여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충격의 강도가 줄어들진 않았다. 베를린필 호른 수석인 중국 출신의 쩡윈이었다. 연이틀 놀랄 채비가 끝난 셈이었다.
후반 연주곡은 베토벤의 7중주. 이 곡을 이렇게 열심히 들은 적이 있었는지 내심 반성했다. 실내악의 특성상 전날만큼 충격이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호른이 5악장 도입부를 끌고 가거나 바순 클라리넷과 합을 맞출 적마다 깜짝깜짝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증 대인'과의 음악 대화 같았다. 관현악과 실내악을 결합한 서울시향 기획은 크게 칭찬 받을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쩡윈 #윤젱 #서울시향
1 week ago | [YT]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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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교시 연광철, 사무엘 윤, 김기훈
남성 중저음 가수들의 합동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전반의 베르디 ' 리골레토'였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주인공 리골레토, 베이스 연광철은 자객 스파라푸칠레 역을 맡아서 이중창을 펼친 것이다. 피아노 전주가 끝날 무렵 천천히 들어와서 연기를 곁들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페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날 무대는 중저음 성악가들의 음색과 음역, 음량까지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콩쿠르에서 즐겨 불렀던 아리아를 들려준 김기훈은 당시 심사위원들이 왜 감동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무엘 윤은 연기와 표정으로도 노래하는 듯했는데 특히 '오텔로'의 이아고는 전막을 보고픈 심경이었다.
전반의 피아노 반주도 드라마틱해서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기선 '3명창'이 맞는 말이겠지만. 반면 독일과 한국 가곡들을 부른 후반에는 현악 앙상블을 곁들였다. 슈베르트 '마왕'에서는 극적 효과가 배가됐지만 다른 몇몇 곡에서는 필연적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부터 베르디 '돈 카를로'까지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른 오페라도 적지 않았다. 차례로 등장해서 독창을 하는데도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머릿속에서는 오페라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무대에서 펼쳐보인 기획력도 빛났다.
전반적 객석 분위기는 좋았지만 중간 입퇴장이 유난히 잦았다. 아마도 초대권 때문인 듯했다. 이들의 앙코르는 한국 가곡들이었다. 확실히 '스리 테너'보다는 낮고 묵직했다. #사무엘윤 #연광철 #김기훈
1 week ago (edited) | [YT]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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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서울시향
서울시향 연주회의 작곡가는 브람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모두 호른 연주자의 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협연자인 베를린필 수석인 쩡윈 역시 3대째 '호른 가족'이다. 호른의, 호른에 의한, 호른을 위한 날이 된 셈이었다.
전반 첫 곡은 1960년생 독일 작곡가 글라네르트의 '넓은 땅'이었다. 브람스 교향곡 4번 첫 악장의 유명한 주제를 비틀면서 출발했다. 주제의 골격만 남긴 채 공포 영화나 판타지 영화 음악을 연상시키는 내용물들로 교체했다. 작곡가는 헨체의 제자. 조성이나 선율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스승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음악회는 시간을 거스르는 역순행적 구성이었다. 전반 슈트라우스 말년의 호른 협주곡 2번을 협연한 뒤 후반에 무서운 10대 시절의 협주곡 1번으로 이어갔다. 전반 협연이 끝난 뒤 쩡윈은 "아직 연주할 협주곡이 하나 더 있는 걸 아시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두 곡의 협주곡을 마친 뒤에도 다시 재즈 풍의 초절기교 앙코르까지 곁들엤다. 흠잡을 구석 없는 기교와 편안하고 안정적인 호흡보다 여유 있는 미소가 더 두려웠다. 더불어 호른은 실수투성이 악기라는 통념도 깨진 날이 됐다. #윤젱 #쩡윈 #서울시향
1 week ago | [YT]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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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박규민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회
박규민은 지난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부악장으로 들어간 바이올리니스트. 금호아트홀 연세 독주회에서 피아노 반주도 없이 바이올린만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바흐와 이자이, 프로코피예프와 버르토크까지 무반주 곡들로 독주회를 꾸몄다.
전반은 흡사 음악의 '끝말 잇기'와도 같았다. 바흐 파르티타 3번의 선율은 다음 곡인 이자이 소나타 2번 도입부에서 다시 모습을 내비친다. 이자이가 경의의 의미로 인용한 것이다. 박규민의 바이올린은 초반부터 호쾌하고 거침없었다. 동시에 활에 불필요한 힘이 실리지 않아서 매끄럽고 유연했다.
후반은 프로코피예프와 버르토크였다. 프로코피예프의 독주 소나타 때는 보면대에 악보를 올려놓았지만 버르토크 때 다시 치웠다. 보면대 유무와 관계없이 무서운 자기 확신이 돋보였다.
'샤콘의 템포로'라고 적힌 버르토크 소나타 첫 악장에서 다시 바흐가 어른거렸다. 무반주 곡의 역사는 끊임없이 바흐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당연히 앙코르는 바흐의 샤콘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의 바흐보다 훨씬 힘있고 묵직하게 들렸다. #박규민 #바이올린
2 weeks ago (edited) | [YT]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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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교시 테오팀 랑글루아 드 스와르트와 토마스 던포드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루아 드 스와르트와 류트 연주자 토마스 던포드의 듀오 무대. 공연 말미에 17세기 영국 선술집에서 불리던 선율을 관객들에게 일러준 뒤 즉석에서 남녀 이중창으로 부르게끔 했다. 거기에 바이올린과 류트, 던포트의 테너 음성까지 곁들이니 금세 예술의전당이 주점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앙코르에서는 비틀스와 아리랑까지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연주했다. 앞선 본공연 도중에도 아리랑과 라디오헤드의 선율을 슬쩍슬쩍 가미했다. 즉흥 연주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살린 셈이었다. 실제로 던포드는 비틀스를 변곡한 음반을 내기도 했고 재즈에도 관심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날 공연은 17~18세기 영국 음악들을 중심으로 꾸몄다. 도서관에서 직접 찾아낸 악보를 처음으로 연주하는 '초연 무대'라고 했다. 작곡가도 곡명도 심지어 악기도 낯선 무대에 잔뜩 겁부터 집어 먹었다. 하지만 고음악의 즐거움은 음악 본연의 즐거움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일러준 무대. 맘이 편해져서 이따금 고개가 스르르 떨어지긴 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청해서 보고 싶을 만큼 전반적 맵시가 빼어났다. 올해 최고의 고음악 무대 가운데 하나가 됐다. #테오팀랑글루아드스와르트 #토마스던포드
3 weeks ago (edited) | [YT]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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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얀 리시에츠키 피아노 독주회
보통 전주곡은 작품을 시작하는 역할을 하는 곡. 하지만 얀 리시에츠키는 바흐부터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거쳐 메시앙과 구레츠키까지 전주곡들만으로 하나의 음악회를 구성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으로 전반 문을 열었다. 요컨대 '전주곡들의 전주곡'이 된 셈이다. 그 뒤에 곡과 곡 사이에 휴식도, 중간 박수도 없이 이어가니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 같았다. 이를테면 '세계 전주곡 기행'이라고 할까.
전반이 다양한 전주곡의 모둠 요리라면. 후반은 하나의 일품 요리 같았다. 후반에는 다시 쇼팽의 전주곡(Op. 28) 24곡을 연주했다. 결과적으로 빗방울 전주곡은 두 번 들려준 셈이 됐다. 시대와 장르, 작곡가들을 넘나드는 기획력과 절제와 폭발을 효과적으로 거듭하는 연주까지 나무랄 구석이 없었다. 갈수록 연주자의 기획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얀리시에츠키
3 weeks ago (edited) | [YT]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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