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하모닉(지휘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셋째 날 연주곡은 딱 한 곡,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이었다. 당장 틸레만이 무대로 올라오는 모습부터 범상치 않았다. 90여 분의 대곡임에도 보면대는 없었다. 단짝 빈 필과 단골 곡 브루크너를 연주할 때는 악보도 필요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첫 악장 도입부 더블베이스의 연속 피치카토부터 가슴이 뛰었다. 곧이어 현과 관이 빚어내는 깊고 두꺼운 소리의 층. 구조로는 건축물, 악기로는 오르간에 비유되는 그 사운드다. 과거의 거장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현재 지구 최강의 '브루크너 조합'일 듯싶었다.
이날도 경탄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2악장 아다지오는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서 은은하고 여유 있었다. 3악장에서도 잊기 쉬운 춤곡의 그루브를 제대로 실렸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모든 걸 일상의 일과처럼 척척 해내는 악단의 능력이다. 남들이 고봉 험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겹게 등정할 때, 이들은 그저 또 하나의 음악회처럼 수행해낸다. 올 가을 베를린 필에 버금가는 악단은 오로지 빈 필뿐일 것이다. #크리스티안틸레만#빈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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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빈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지휘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셋째 날 연주곡은 딱 한 곡,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이었다. 당장 틸레만이 무대로 올라오는 모습부터 범상치 않았다. 90여 분의 대곡임에도 보면대는 없었다. 단짝 빈 필과 단골 곡 브루크너를 연주할 때는 악보도 필요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첫 악장 도입부 더블베이스의 연속 피치카토부터 가슴이 뛰었다. 곧이어 현과 관이 빚어내는 깊고 두꺼운 소리의 층. 구조로는 건축물, 악기로는 오르간에 비유되는 그 사운드다. 과거의 거장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현재 지구 최강의 '브루크너 조합'일 듯싶었다.
이날도 경탄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2악장 아다지오는 억지로 쥐어짜지 않아서 은은하고 여유 있었다. 3악장에서도 잊기 쉬운 춤곡의 그루브를 제대로 실렸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모든 걸 일상의 일과처럼 척척 해내는 악단의 능력이다. 남들이 고봉 험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겹게 등정할 때, 이들은 그저 또 하나의 음악회처럼 수행해낸다. 올 가을 베를린 필에 버금가는 악단은 오로지 빈 필뿐일 것이다. #크리스티안틸레만 #빈필하모닉
2 weeks ago (edited) | [YT] |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