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마당

[이경엽의 한자마당] 문해력과 문장력… 줄임말·철자법 파괴 같은 비문이 문해력에 끼치는 악영향 고려해야

영남일보에 올린 글입니다.
발행일 2022-12-30 제38면



문장을 잘못 쓰면 문해가 어려워진다!


글을 쓰는 이유는 읽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일 것이다.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었다면 그 글은 잘 쓴 글이며 또한 제대로 읽힌 글이 된다. 그러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글은 원인과 책임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글이 잘못 쓰였거나 아니면 제대로 읽히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글을 두고 읽는 사람의 문해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원인을 충분히 진단했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글이 상품이라면 문해력은 최종 소비자의 몫이지만, 글을 쓴 최초 생산자는 문장력으로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소비자가 그 상품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효용은 극대화되지 못한다. 또한, 수요가 아무리 절실해도 상품 자체가 불량하면 이것 역시 소비자의 효용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 글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것은 문해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으나 문장에도 책임이 있을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의 어휘력과 문해력을 염려하는 소리가 높은데 우리는 과연 문제의 본질을 꼼꼼히 모두 점검하고 있는가?

우리의 낮은 문해력을 두고 말할 때 독서의 부족이나 빈약한 어휘력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 당연하므로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다. 한자어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어휘의 측면에서 한자와 한자어 공부에 좀 더 노력할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서와 어휘력을 중시하는 주장은 대체로 글을 읽는 독자의 위치에서 이 문제를 보게 된다. 읽을 글이 있다는 것은 글을 쓴 필자가 있음을 전제로 하지만, 모든 필자가 좋은 문장을 생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읽기를 권할 수 있거나 읽어 나무랄 데 없는 글은 대체로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것이겠지만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글들은 전문적인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쓴 이른바 '비문(非文)'으로 가득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오가는 수많은 SNS의 문장은 글 줄임이 대세이며 철자법 파괴는 유행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두서없는 메시지와 댓글이 읽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하며, 부정확하거나 부적합한 어휘와 무심한 오탈자는 수수께끼 풀이를 넘어 곤혹스럽게까지 만든다. 멀쩡한 문해력을 가진 사람도 교묘히 직조된 것 같은 비문에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가 문해력을 이야기할 때면 비문이 미치는 악영향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비문을 비롯한 문장 파괴는 우리말과 우리글의 어려운 문법에도 어느 정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한글은 쉬워도 한국어는 어렵다는 주장은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의 의견만은 아니다. 우리 자신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어렵지 않고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어디 있으랴. 그러나 모든 것은 준비하기에 달려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중에 독서를 강조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중시하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쓰는 사람이 비문을 생산하면 읽는 사람은 저절로 문해력이 낮아진다. 문해력의 해결책을 독서와 어휘력에만 두지 말고 문장력에도 일정한 책임을 두고 교육의 방향을 잡고 내용을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글을 적는 내내 이 글 또한 독자의 문해력 저하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할까 걱정과 두려움이 태산보다 높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경엽 <한자연구가>

2 years ago (edited) | [YT] | 111



@江湖之龍

맞는말씀입니다 미사려구를 많이 사용하며 책을 출판하는분들도 많습니다

2 years ago (edited) | 4  

@여환탁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나 접속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말이 안 되는 문장을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걸로 압니다 한자 유래의 우리말도 정확히 알고 써야할 것입니다

2 years ago | 5  

@원으뜸-r4u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2 years ago | 4  

@이준원-g3q

선생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2 years ago | 5  

@jinwoo_16

공감합니다. 문해력을 문제삼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쓰는 이의 문장력에 관한 논의를 배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신세대의 문해력 문제는 어려운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함에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한자 공부의 필요성이 당시 크게 재조명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2 years ago | 6  

@촌놈-p1b

게다가 문법에 맞지 않는 글도 수두룩하고. 당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ㆍㆍㆍ. 어휘 부족은 둘째고.

2 years ago | 4  

@조정환-k7f

강사님 글에 동감합니다. 문해력 부족으로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목소리 크기와 성질로 조직을 이끄려는 이가 많아지는것 같아 우려됩니다. 그래도 한자마당 수강생들은 그러신분들은 없으신것 같습니다. 아.. 목소리를 들을순 없네요. ! 내일 2022년 마지막날 아침수업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years ago | 7  

@오정원-q6f

비문 관한 여러 방안 제시 장문 잘읽어 보았습니다

1 year ago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