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설날은 때때옷 입고 차례를 지내는 날이다. 도시로 나간 형님 누님이 고향에 오는 날이기도 하다. 며칠 전부터 들뜬 분위기는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 엄마들은 차례상에 올릴 음식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중에서도 가래떡을 뽑기 위해 쌀을 불려야 한다. 달콤한 조청도 만들어야 한다.
엄마는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틔웠다.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온기를 유지하면 싹이 튼다. 깨물어 보면 달짝지근하다. 맥아를 건조한 다음 맷돌에 갈아 가루를 만든다. 바로 이것이 조청의 원료가 되는 엿기름이다.
엿기름은 단술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인다. 간단하다. 찬밥에 엿기름을 넣고 미지근한 물을 붓고는 따뜻한 곳에 하루만 숙성해도 달콤한 단술이 만들어진다. 한자어로는 식혜라 하지만 소싯적에는 단술이라 했다. 단 것이 없었던 어렵고 힘든 세상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역력하다.
단술은 조청을 만드는 원료이다. 가마솥에 넣고 고아 수증기를 날려 보내야 한다. 눌어붙음을 방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저어주어야 한다. 불 조절 역시 경험으로 터득한 비법이 동원되어야 농도가 적당한 조청을 만들 수 있다. 조청과 두부를 만드는 것이 명절 음식 중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가는 작업 끝에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조청을 끈적할 때까지 고아 굳히면 엿이 된다. 굳어진 엿을 열을 가해 늘리기를 반복하면 흰색으로 변하면서 구멍이 송송한 가래엿이 만들어진다. 엿장수가 아닌 이상 조청 단계에서 멈추어 꿀단지에 보관하고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종지에 담아냈다.
떡살은 방앗간에까지 운반해야 한다. 그 양이 많다 보니 손수레에 실어 내가 도맡아 했다. 엄마는 뒤에서 밀고 나는 앞에서 끌고는 오리정도 가야만 떡방앗간이 나온다. 평지를 가는 길이기에 힘들지는 않았지만 한 시간 이상을 끌고 가야 한다. 방앗간에 도착하면 이미 만들어진 떡을 얻어 허기를 면하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며 기다렸다.
가래떡은 떡국용과 무늬로 누른 떡, 두 가지로 뽑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은 차가운 물에 담겼다. 잘린 떡은 소쿠리에 담아 손수레에 실었다. 다시 집으로 가야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웃집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양이 많지 않은 집은 머리에 이고 들고 갔다.
집에 다다라 조청을 찍어 먹어보았다. 꿀맛이다. 꿀을 먹어보지 않아 그 맛이 어떤지는 몰라도 달콤 쫄깃하면서 넘어가는 가래떡 맛은 설 명절 음식 중에 으뜸이다.
명절이면 때때옷을 장만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던 엄마는 요양병원에 있다.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하는 엄마가 불쌍하다.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다는 현실에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글썽인다. ‘엄마! 조청 만들어 줘요?’ 면회 가면 말해 볼 것이다.
말까시TV
^엄마가 만들어 준 조청^
까치 까치설날은 때때옷 입고 차례를 지내는 날이다. 도시로 나간 형님 누님이 고향에 오는 날이기도 하다. 며칠 전부터 들뜬 분위기는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 엄마들은 차례상에 올릴 음식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중에서도 가래떡을 뽑기 위해 쌀을 불려야 한다. 달콤한 조청도 만들어야 한다.
엄마는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틔웠다.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온기를 유지하면 싹이 튼다. 깨물어 보면 달짝지근하다. 맥아를 건조한 다음 맷돌에 갈아 가루를 만든다. 바로 이것이 조청의 원료가 되는 엿기름이다.
엿기름은 단술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인다. 간단하다. 찬밥에 엿기름을 넣고 미지근한 물을 붓고는 따뜻한 곳에 하루만 숙성해도 달콤한 단술이 만들어진다. 한자어로는 식혜라 하지만 소싯적에는 단술이라 했다. 단 것이 없었던 어렵고 힘든 세상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역력하다.
단술은 조청을 만드는 원료이다. 가마솥에 넣고 고아 수증기를 날려 보내야 한다. 눌어붙음을 방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저어주어야 한다. 불 조절 역시 경험으로 터득한 비법이 동원되어야 농도가 적당한 조청을 만들 수 있다. 조청과 두부를 만드는 것이 명절 음식 중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가는 작업 끝에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조청을 끈적할 때까지 고아 굳히면 엿이 된다. 굳어진 엿을 열을 가해 늘리기를 반복하면 흰색으로 변하면서 구멍이 송송한 가래엿이 만들어진다. 엿장수가 아닌 이상 조청 단계에서 멈추어 꿀단지에 보관하고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종지에 담아냈다.
떡살은 방앗간에까지 운반해야 한다. 그 양이 많다 보니 손수레에 실어 내가 도맡아 했다. 엄마는 뒤에서 밀고 나는 앞에서 끌고는 오리정도 가야만 떡방앗간이 나온다. 평지를 가는 길이기에 힘들지는 않았지만 한 시간 이상을 끌고 가야 한다. 방앗간에 도착하면 이미 만들어진 떡을 얻어 허기를 면하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며 기다렸다.
가래떡은 떡국용과 무늬로 누른 떡, 두 가지로 뽑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은 차가운 물에 담겼다. 잘린 떡은 소쿠리에 담아 손수레에 실었다. 다시 집으로 가야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웃집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양이 많지 않은 집은 머리에 이고 들고 갔다.
집에 다다라 조청을 찍어 먹어보았다. 꿀맛이다. 꿀을 먹어보지 않아 그 맛이 어떤지는 몰라도 달콤 쫄깃하면서 넘어가는 가래떡 맛은 설 명절 음식 중에 으뜸이다.
명절이면 때때옷을 장만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던 엄마는 요양병원에 있다.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하는 엄마가 불쌍하다.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다는 현실에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글썽인다. ‘엄마! 조청 만들어 줘요?’ 면회 가면 말해 볼 것이다.
1 year ago (edited) | [Y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