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와 하루

칼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속담이 있다. 국가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고용과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제도들은 분명 소중한 호의다. 장애인 고용 장려금, 안마 바우처 서비스 등 이미 상당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부 안마원에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근로지원인 제도까지 악용하며 공적 재정을 탐욕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를 ‘벼슬’로 착각하고, 호의를 권리인 양 남용하는 행태는 이제 단호히 뿌리 뽑아야 한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위한 지원, 이미 충분하다
국가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직업적 자립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왔다. 장애인 고용 장려금은 사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할 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한다. 안마 바우처 서비스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고객을 확보하고 수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러한 지원은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배제되지 않고, 당당히 노동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안전망이다.
그럼에도 일부 안마원에서는 이 호의에 만족하지 않고, 근로지원인 제도마저 부당하게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중증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예약 전화 응대나 문서 처리 같은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1대1 보조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운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안마원에서는 근로지원인을 안마사 개인의 업무가 아닌, 업장 운영 전반을 위한 직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운터 업무, 세탁, 청소, 심지어 주방 요리까지 시키는 사례가 버젓이 드러나고 있다.
본인부담금 대납, 부정수급의 명백한 증거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근로지원인 제도를 이용하려면 안마사 본인이 월 5만 원가량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함에도, 일부 안마원에서는 이 부담금마저 대납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부담금은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정말로 근로지원인이 필요한 안마사라면 이 정도 금액을 부담하며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안마원이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근로지원인을 안마사 보조가 아닌 업장 운영비 절감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꼼수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호의를 권리인 줄 착각하며 제도를 악용하는 명백한 증거다.
이런 행태는 여러 문제를 낳는다. 첫째, 공적 재정이 낭비된다. 근로지원인 인건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이를 업장 운영비로 전용하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배신이다. 둘째, 진짜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이 엉뚫한 곳에 쓰이면 정작 필요한 이들의 기회가 줄어든다. 셋째, 성실히 제도를 이용하는 안마사와 사업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업계 전체의 신뢰가 추락한다.
내부 고발의 벽과 위장조사의 필요성
문제는 부정수급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안마원 업계는 시각장애인 근로자들 간의 인맥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내부 고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보 시 취업 불이익이나 업계 내 소문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관리 체계는 신고 접수 후 개별 점검에 의존하기 때문에 선제적 단속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위장조사가 필수다. 위장조사는 불법 도박, 마약, 성매매 단속 등에서 이미 실효성을 입증한 수사기법이다. 조사관이 안마 바우처 사용자나 근로지원인 지원자로 위장해 현장을 방문하면, 근로지원인이 안마사 보조가 아닌 일반 업무를 수행하는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분기별 또는 반기별 무작위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고, 철저한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 아래 위장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안마 바우처 사용 내역과 현장 실태를 비교해 대리 사용이나 허위 작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강력한 제재와 신고자 보호
부정수급 적발 시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환수, 지원 중단, 과징금 부과, 필요 시 형사고발까지 이어지는 명확한 제재 체계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안마원은 부정수급으로 적발되어 상당한 추징금을 부과받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신고자 보호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익명성과 신변 보호를 보장하고, 지역 장애인단체와 협력해 안전한 제보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점검 결과를 연간 보고서로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지 말라
국가의 지원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자립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호의다. 하지만 이 호의를 권리인 줄 착각하며 근로지원인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장애인 근로자, 성실한 사업주, 그리고 사회 전체에 피해를 준다. 안마원을 운영하며 직원이 필요하다면 정당히 임금을 지급하고 고용하면 된다. 근로지원인이 필요한 안마사라면 본인부담금을 내고 정당히 지원을 받으면 된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특정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지, 안마원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제 안마사들과 시민들이 나서서 부정수급을 신고하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켜야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탐욕을 뿌리 뽑고, 근로지원인 제도가 정말로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노동권과 사회적 신뢰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때다. 용기 내어 신고하자.

1 month ago | [Y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