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비의 바비위키

지금의 배우자랑 예전에 해외로 여행 나갔다가 카지노를 같이 간 적이 있어요.

여행 중에 짬을 내서 카지노를 같이 간 이유는 '도박이 왜 위험한가?', '왜 도박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가?'를 직접 보여주려고 간 거였죠.

저야 확률과 통계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있고 확률과 관련된 문제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편향성도 잘 알고 있는지라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러면 전문 갬블러들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그 분들은 카지노를 대상으로 게임하는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하는거니까요.

그럼에도 해외 나가면 가끔씩 카지노에서 소액으로 게임을 했던 건 카지노가 확률 이론이 실제로 구현되는 걸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섭니다. 예를 들어 홀수가 연속으로 10번 나오는 확률은 0.098%인데 이 정도면 사람들은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극히 적다 못해 사실상 없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카지노는 워낙 게임 시행 횟수가 많다 보니 그 정도는 흔하게 벌어지는 곳이죠.

아무튼 저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다를 수 있으니 한번 겪어보게 만들려고 같이 간 거였습니다. 그때 현금 들고 있는게 딱 50달러였고 돈 뽑기 귀찮아서 그냥 30달러 주고 한 번 해보라 했죠. 그러더니 룰렛에서 한 번은 따고, 다른 한 번은 잃기도 하고. 그리고 몇 번 따기도 하면서 잘 놀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몇 번 잃더니 남은 돈을 0에다 올인하는 급발진을 하는거에요. 참고로 0이 하나인 룰렛에서 숫자 하나에 베팅했을 때 딸 확률은 2.7% 정도 됩니다. 당연히 안되고 돈 다 날렸죠.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니 이전까지 숫자 나온 히스토리 보니까 이쯤 돼서 0이 나올 때가 됐다 라고 하는거에요. 아... 도박 하면 안되는 전형적인 유형의 사람이었던거죠. 솔직히 저 룰렛에서 0에 올인하는 사람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남은 20달러로 제가 예시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주사위에는 기억력이 없고 패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에 홀수가 3번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짝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말이죠. 그래서 베팅도 완벽하게 랜덤으로 홀수, 짝수, 빨간색, 검은색에 마구잡이로 했어요. 어차피 랜덤이기 때문에 전에 뭐가 나왔는지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했는데... 어... 계속 이깁니다.

일단 초반에 몇 번 이겨서 원금은 따로 확보한 다음부턴 이길 때마다 베팅 금액을 2배로 올렸거든요. 10달러 걸어서 이기면 받는 20달러 그대로 베팅하고, 또 이기니 40달러 받아서 그거 그대로 다시 베팅하고. 근데 계속 이기는거에요. 그래서 80달러 받고 다시 10달러부터 시작했는데 또 연속으로 이겼어요. 어느새 금액은 200달러를 넘어가고 있었죠.

그때 순간 드는 생각이 '야... 이거 조졌는데...' 싶더라고요. 도박으로 돈을 못 번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 건데 돈이 복사가 되는 걸 보여줬으니까요. 보통 초심자가 이런 거 경험하면 패가망신합니다. 돈을 더 많이 가지고 가서 더 큰 금액으로 하면 더 많이 벌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배우자가 옆에서 "돈이 복사가 된다고!!!"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조진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 번이라도 지면 미련 없이 일어나자 라고 얘기했고 딱 그때 졌습니다. 최종적으로 140달러가 남더라고요.

나가면서 이건 운이 너무 좋아서 그렇지 이런 일은 벌어지기 힘들다는 걸 설명하느라 바빴습니다. 확률적으로 보면 홀수가 연속으로 10번 넘게 나온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요. 카지노에선 곧잘 벌어지지만 한 개인에게는 굉장히 벌어지기 힘든 일이죠.

그렇게 딴 돈은 돌아오는 길에 지인들 줄 선물 사는데 썼습니다.

결론은... 게임은 게임으로만 하시고 도박 하지 마세요.

2 months ago (edited) | [YT] | 777



@꾸꾸꾸맨

“돈이 복사가 된다고!!!!” 이부분에서 개웃음ㅋㅋㅋㅋㅋㅋ

2 months ago | 113

@Prime_J_Kor

초심자의 행운을 신이 버린사람 이라고 불리는게 그 처음접할때 느낀 도파민을 못잊어서 더욱 빠져들어서 그렇다네요.

2 months ago | 173  

@ttdox3028

'이때 올인했으면 얼마나를 벌었던거야'<<제일 위험

2 months ago | 85  

@Chwalyonghada

목소리가 들린다 들려 ㅋㅋㅋㅋ

2 months ago | 50  

@parkballpen

'지금의 배우자' 라는 표현이 묘하게 어색하면서도 틀린 표현은 아니라 되게 미묘하네요ㅋㅋ

2 months ago | 42

@스피노진구

진짜 스토리텔링 솜씨 좋으셔 넘 재밌어요

2 months ago (edited) | 3

@pupwannabe5664

이런 경험 의외로 많죠. 도박은 아니지만 과외할 때 독립변수 설명한다고 잘 안 된다고 보여주려고 했는데 잘 되어서 진땀 뺀 기억 있었음. 사람은 논리적인 추론은 아니더라도 미신이나 징크스 등 뭐든지 개연성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는 쪽으로 진화를 했고 덕을 봤기 때문에 따로 공을 들이지 않으면 벗어나는게 쉽지는 않죠.

2 months ago | 18  

@nkp1145

아니나 다를까 배우자가 옆에서 "돈이 복사가 된다고!!!"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조진겁니다. 이 부분 표현이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month ago | 22

@미코-c6i

분명 장문의 글을 봤는데 왜 귀가 즐겁지?

2 months ago | 6

@user-gkcycic

‘0이 나올 때가 됐다’ 이 말이 정말ㅋㅋ 뭐라 말하기 복잡하네요. 이건 마치 과거의 주식 그래프를 보고 ‘이젠 오를 때가 됐다’, 혹은 ‘그래프 기울기를 봐라 오늘도 상승장 확실하다’ 라고 하는 것과 동일. 주가는 시장의 상황, 회사의 재무구조, 경쟁력 등으로 대부분 결정되는거니 과거의 그래프 모양은 아무 상관이 없죠. 이렇듯 룰렛도 과거의 결과는 아예 상관이 없죠. 이번 게임 룰렛을 돌리는 손에 따라 달라질 뿐.

2 months ago | 51  

@greentea414

유튜브 글에 음성지원 기능이 생겼다길래 와 봤는데 진짜 들리네요.

2 months ago | 2

@user-sy6qj8vq9s

용기를 얻고 정선가는길입니다 응원해주세요

2 months ago | 3

@Achashverosh

뭐야. 왜 결론을 알고 읽는데 스릴있지... 형 웹소설 연재 시작해주세요.

2 months ago | 0

@brandlee5089

청소년 도박이 작년 한해 큰 키워드였죠. 그 여파인지 청소년 과목 중 경제관념을 위한 과목이 말만되다 바로 올해 적용된게 떠오르네요❤

2 months ago | 5

@coolwy923

저도 유학가서 다른 유학생 친구들따라 멋모르고 빠칭코 들어가서 한 3배로 남겨먹고 왔는데 처음엔 환전하고 싱글벙글했다가 문득 게임장 안을 보니 초점없는 눈으로 빠칭코 기계 버튼만 탁탁 누르는 아저씨 아줌마들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확 들더라구요... 진짜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2 months ago | 5

@jayjay_j

너무 기다렸습니다 🎉

2 months ago | 0

@꽗뜵뼶콗쭀큯랁덺

자산 관리는 맡기는게 최고죠. 운에.. 이번에는 진짜루..!

1 month ago | 3

@Reirano

???: 님빨리 여기 돈거셈 돈나옴

2 months ago | 3

@sjake4048

도파민 원샷을 느끼고 싶었던 걸지도...

1 month ago | 0

@dr.9650

그게 김바비님한테 일어나서 다행이지 배우자분께 일어났으면 상상만해도 무섭습니다.

2 months ago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