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서류상의 내가 태어난 날이다. 실제 생일은 이보다 빠르다. 하지만 당시 수원세브란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미약한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뱃속이 아닌 인큐베이터에서, 나는 삶의 첫 라운드를 위태롭게 시작했다. 출생신고는 당연히 미뤄졌다. 호적에 올리는 것이 무의미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다. 나는 살아남았고,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51년이 흐른 오늘, 공교롭게도 나의 13번째 책이 인쇄에 들어갔다. 제목은 ‘포기할까 했더니 아직 3라운드’.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이 조심스럽게 건네는 어떤 상징일까.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을 책의 첫 장을 상상한다. 그것은 세상에 막 태어난 존재의 여린 숨결과도 같다. 51년 전, 그날의 나처럼.
이번 책의 제목처럼, 나 역시 수없이 포기를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글쓰기는 외로운 싸움이다. 누구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라운드다. 워드프로세서의 검은 배경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나는 내 안의 수많은 적들과 마주해야 했다. 재능의 한계, 경험의 부족, 세상에 대한 무지. 그것들은 링 위의 상대보다 더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날려왔다. 몇 번이고 무릎을 꿇었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이제 그만 링에서 내려오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오늘, 인쇄소의 기계가 나의 13번째 책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51년 전, 인큐베이터 속에서 위태롭게 숨을 쉬던 아이처럼, 이 책 또한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나는 링의 한가운데 서서, 새로운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공 소리를 듣는다.
아드레날린 연구소 : 터프한 인생실험실
‘포기할까 했더니 아직 3라운드'
9월 4일. 서류상의 내가 태어난 날이다. 실제 생일은 이보다 빠르다. 하지만 당시 수원세브란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미약한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뱃속이 아닌 인큐베이터에서, 나는 삶의 첫 라운드를 위태롭게 시작했다. 출생신고는 당연히 미뤄졌다. 호적에 올리는 것이 무의미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다. 나는 살아남았고, 비로소 세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51년이 흐른 오늘, 공교롭게도 나의 13번째 책이 인쇄에 들어갔다. 제목은 ‘포기할까 했더니 아직 3라운드’.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이 조심스럽게 건네는 어떤 상징일까.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을 책의 첫 장을 상상한다. 그것은 세상에 막 태어난 존재의 여린 숨결과도 같다. 51년 전, 그날의 나처럼.
이번 책의 제목처럼, 나 역시 수없이 포기를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글쓰기는 외로운 싸움이다. 누구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라운드다. 워드프로세서의 검은 배경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나는 내 안의 수많은 적들과 마주해야 했다. 재능의 한계, 경험의 부족, 세상에 대한 무지. 그것들은 링 위의 상대보다 더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날려왔다. 몇 번이고 무릎을 꿇었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이제 그만 링에서 내려오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오늘, 인쇄소의 기계가 나의 13번째 책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51년 전, 인큐베이터 속에서 위태롭게 숨을 쉬던 아이처럼, 이 책 또한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나는 링의 한가운데 서서, 새로운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공 소리를 듣는다.
9월 4일, 나의 두 번째 생일. 새로운 라운드는 시작되었다.
1 month ago | [YT] |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