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천국의 영화 및 음악공간Mental Heaven

멘탈천국입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본 영화들의 감상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본문에 앞서 최근 대형 산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였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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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 ★ 9.5 / 10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주요 부문(작품, 감독, 여우주연, 각본) 을 수상 받았다는 소식에 한참 뒤늦게 본 작품이었고 그에 걸맞는 파급력과 여운이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신데렐라를 연상케 하다가 침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가 색다른 편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각자 받은 명령과 업무라는 이유로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주는데 이는 더욱 현실감과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냈고 인물들의 티키타카가 미치도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야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정서적으로 약간 불쾌한 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이것을 버텨낸다면 계약이라는 키워드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부조리극과 깊은 여운을 안겨주고 마음을 후벼파는 결말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서브스턴스 ★ 8.5 / 10 ★

이 작품도 <아노라> 처럼 뒤늦게 봤는데 제가 대체 뭘 본 건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바디호러물은 매니아틱한 장르이기도 하지만 단순 외모지상주의, 미디어를 의식하는 비판을 넘어 자기혐오에 관한 심도있는 고찰 때문에 한 때 호러 영화를 즐겨보았던 저 조차도 순간 몸에서 무언가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주인공에게서 자기혐오로 가득했던 저의 모습이 보이면서도 "내가 살아오면서 해왔던 자기혐오는 이 영화 앞에서 한 줌의 모래와 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자신을 더욱 아껴주고 사랑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개연성과 핍진성이 후반으로 갈 수록 영화의 메세지를 위해 생략하는 부분들이 꽤 많이 보였고 심지어 초반부에서는 디테일이 S급, 감성은 B급이라는 느낌도 꽤 강하게 들었습니다. 작품의 전체적인 성격과 연출을 봤을 때 의도 된 부분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좋게 평가하는 만큼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얼빈 ★ 8 / 10 ★

작년에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작품입니다.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냉소적인 연출과 시점으로 인물들을 바라보려 하는 감독의 완고한 고집이 깃든 영화였습니다. 어떠한 서사적 쾌감이나 스펙타클한 연출은 없었지만 그 덕분에 역사적 인물을 찬양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간 안중근' 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관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과감하고 심도있는 연출 방식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다만 작품 자체로 할 이야기가 많지는 않기에 관람 당시 느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적어봤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 6.5 / 10 ★

최근에 MCU의 작품성이 아쉬운 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건질만 했던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지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지는 아쉬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매력있는 장치들로 새로운 캡틴을 띄워주고 있으나 영화가 진행 될 수록 '크리스 에반스' 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싶습니다. 활공액션은 매우 좋았으나 지상에서의 육탄전이 둔탁하여 초반부의 흥미 또한 부족하더군요. 정치적인 이슈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이해 되지만 비현실적이라 몰입이 떨어지는 요소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썬더볼트 로스' 의 추가 된 서사와 레드헐크 씬이 짧지만 강렬했어서 이를 어느정도 상쇄 시켜주는 부분은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단점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적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장점이 많은 것도 아니여서 기대에 약간 못 미치는 평작이라고 느꼈습니다.



퇴마록 ★ 7 / 10 ★

영화를 보면서 제작 환경을 크게 의식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전에 여러 정보를 들었기에 이 작품 만큼은 개봉 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쳐주고 싶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지금 시대에서 보기엔 클리셰 범벅인 설정이었지만 그 짜임새가 튼튼하고 작화도 훌륭한 덕분에 딱히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애니메이션에서 점프 스케어를 구현하는 실력이 상당했습니다. 미리 예고하는게 친절해서 놀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구도를 굉장히 잘 살려낸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만 제작 환경 탓에 이야기가 생략 된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많아 일부 장면들을 제외하면 그닥 몰입 할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였다는게 참 아쉽더군요. 또한 원작을 모르는 상태였다 보니 오컬트의 디테일을 조금이나마 기대했으나 밑도 끝도 없이 초능력 배틀물로 진행 되니 후반부는 아예 멍하니 봤던 기억도 있습니다. 빈틈은 명확하지만 간만에 응원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음은 변함 없습니다.



미키17 ★ 6 / 10 ★

사전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였어서 기대를 내려놓고 봤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설명할 것, 진행해야 할 것, 의미부여 할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주아주 느린 호흡으로 2시간 동안 모든 걸 풀어내야 하다보니 스토리를 전개하는 부분에서 불만이 생기는 부분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분명히 생각해 볼 거리가 있었지만 곱씹어 볼 생각도 하기 전에 새로운 주제로 순식간에 넘어가니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의 은유들이 매우 많은데 비해 얕게 느껴지더군요. 차라리 1막, 2막 이런식으로 챕터를 나누었으면 몰입은 약간 끊길 수 있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생각 정리도 되고 이야기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대에 개봉했던 시스템에 저항하는 내용의 영화들을 보는 느낌이라 깊게 생각해 보기 이전에 흥미, 재미에서 아웃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콘클라베 ★ 9 / 10 ★

이제 막 4월이 된 기준으로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갑작스런 교황의 죽음으로 새로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를 진행한다는 흥미로운 주제와 더불어 어떠한 기교도 부리지 않고 점잖게 추악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우직하게 이끌고 나가는게 숨막히도록 일품이었습니다. 필요한 순간에만 강조하고 중요할 때 한 발 물러서는 등등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덕에 투표 장면은 늘 예측불허 하며 색다른 심리 스릴러를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알면 알 수록 눈에 담기는게 많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주요 인물들의 이름만 잘 파악한다면 작품을 즐기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친절한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과연 종교가 이어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만드는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백설공주 ★ 3 / 10 ★

여러모로 말이 많았지만 좋은 연기력과 그럴 듯 한 현대적 각색만 잘 되었다면 크게 신경 썼던 요소가 아니었기에 개봉 당일 약간의 기대를 안고 보고 왔습니다. 결과는 뭐...점수 보면 아시겠죠ㅎㅎ;;;

캐스팅? 연기? 뮤지컬 연출? 이런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뮤지컬은 자본의 맛도 느껴지고 '마크 웹' 감독의 화려한 연출 덕에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각색 된 스토리가 개연성, 핍진성이 말도 안 되게 엉망진창이라 앞서 "초반부 인상 나쁘지 않은데?" 싶었던 감정들을 전부 말아먹었습니다.

백설공주를 띄워주기 위해 모든 인물들을 1차원적 사고방식으로 만들고 병사들이 보초를 서야 할 곳에 없어서 탈출과 도망을 밥 먹듯이 하며 일곱 난쟁이+일곱 도적떼 조합으로 캐릭터 정돈이 되지 않아 병풍 수준의 역할 분산으로 얼굴만 비추는 캐릭터들이 있는 등등 문제점으로 볼 부분들이 훨씬 많지만 이 쯤 하겠습니다...ㅠ

결론적으로 <뮬란>, <인어공주> 때 보다는 연기와 연출이 좋아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어김없이 엉터리 각본에 의해 수 많은 배우와 제작진들이 희생양이 된 비운의 작품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기획한 디즈니는 다시 한번 큰 위기를 겪겠군요...



플로우 ★ 8.5 / 10 ★

아니 <와일드 로봇> 을 제치고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했다고?! 라는 호기심에 관람을 했고 앞서 올렸던 해석 글이 있기 때문에 정정하자면 제 인생영화 리스트에 들어간 작품이 되었습니다.

1인 제작인 것도 놀라운데 무료 프로그램으로만 만들었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준수한 애니메이션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한 동물들의 리얼한 모션들이 영화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성경 내용 일부를 모티브로 삼아 단 한 마디의 대사 없이 심오한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생각보다 성경을 바탕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소름돋게 보이는 요소들이 많아 굉장히 감명 깊더군요.

굳이 성경을 바탕으로 보지 않아도 생존 할 수 없는 재난 속에서 서로 말도 안 통하는 동물들이 어떻게든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는 여러모로 대단한 작품임을 꼭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자세한건 앞서 게시한 플로우 해석 글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 모든 작품들을 좀 더 자세하게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따라주질 않는군요ㅠㅠ

그나마 이렇게라도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 남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극장 갈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month ago | [Y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