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측근에게 헐값에 넘기는 대가로 케이에이치(KH)그룹 배상윤 회장의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기로 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을 만난 뒤, 배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각종 별건 수사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2022년 5월쯤 내부 논의 끝에 국외 도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배 회장의 국외 도피와 골프장 운영권 헐값 이전에 이 의원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살피기 위해 최근 조경식 전 KH강원개발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각종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으로도 번질 수 있어 주목된다.
경찰, 이철규 의원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
28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장이 접수된 이 의원에 대해 수사에 돌입했다.
이 의원은 2022년 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등에 연루된 배 회장을 만나 '사건을 검찰과 조율해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청탁·알선을 하고, KH그룹이 보유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이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케이엑스(KX)그룹 최상주 회장 쪽에 넘기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워치독>이 확보한 조 전 부회장의 녹취, 자필 메모 등에 따르면 당시 '63빌딩 중식당 회동'에는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린 이 의원과 배 회장 외에도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 회장,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지인인 ㄱ교수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변호사법상 사건과 관련한 청탁이나 알선을 위해 제3자에게 이익을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은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이 의원의 청탁·알선 의혹에 대해 폭로한 조 전 부회장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고, 조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전자법 감정) 등을 통해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
조 전 부회장은 <워치독>과 인터뷰에서 "1년에 현금 매출만 약 190억 원 나오는 45홀짜리 골프장을, 말도 안되는 5년간 보증금 10억 원에 넘기는 대가로 검찰을 조용히 시키겠다고 해서 운영권을 넘겨줬다"며 "63빌딩 중식당 회동에 대해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배 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의원이 저희 뒷배가 돼 주고 검찰을 조용히 시켜놓고 '너 그때 부를게, (나가 있다가) 그때 들어와' 라는 확약이 돼 있어서, 배 회장이 국외로 나가게 된 것"이라며 "배 회장은 도피하기 전 자기가 살기 위해 어마어마한 이권의 사업장을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엔 헐값에 골프장 운영권 넘긴 흔적들
조 전 부회장의 증언대로, '63빌딩 중식당 회동'이 이뤄진 직후인 2022년 2월 16일 KX그룹 쪽의 레저 업체와 KH강원개발 사이엔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관련 계약이 이뤄졌다.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책임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KX그룹 최 회장의 아들과 딸이 약 66%의 지분을 보유한 '레저플러스'는 임대차보증금 10억 원에 KH강원개발이 매입한 알펜시아 골프장의 운영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임대차 기간은 2022년 3월 15일부터 5년이었으며, 서면 협의만으로 5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KX그룹 쪽이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넘겨받은 시점은 KH그룹이 골프장과 리조트 등 알펜시아 시설 전체를 인수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KH강원개발은 지난 2021년 8월 알펜시아를 7115억 원에 매입했다. 700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2022년 2월 20일 잔금을 납부했다. 잔금을 치르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알펜시아 내 핵심 사업인 골프장만 떼서 운영권을 다른 업체에 넘긴 셈이다.
조 전 부회장은 "그만한 매출이 나오는 사업장을 보증금 10억 원에 남한테 5년간 운영을 맡긴다는 게, 단 하루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그룹 입장에선 답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알펜시아 인수 직후 골프장에서만 200억 원대의 매출이 전망됐음에도 다른 업체에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는 점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실제 '알펜시아 실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KH그룹이 알펜시아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2021년 알펜시아 골프장 매출은 총 164억 1000만 원이었지만,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 전체를 인수한 뒤 2022년 297억 4000만 원, 2023년 281억 9900만 원, 2024년 261억 5400만 원 등으로 꾸준히 250~300억 원 사이의 매출을 올렸다.
배 회장은 결국 KX그룹 쪽에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고, 이 의원을 만난 지 약 2개월 뒤인 2022년 5월 '대북송금 사건'과 배임·횡령 혐의 사건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정부 차원의 제재는 계속됐다. 배 회장이 도피한 이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에서 입찰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1년 뒤인 지난해 4월 5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 의원과 약속한 뒤) 이제 다들 살겠다고 안도를 했는데, 약속이 안 지켜졌다"며 "(외국으로) 도망가게 해놓고, 일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김성태·조경식, 골프장 되찾으려 권성동에 로비
경찰이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문자와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등에는 배 회장과 '경제 공동체'이자, 알펜시아 인수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이 골프장 운영권을 되찾기 위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로비한 정황도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과 라이벌 관계로 알려진 권 의원을 통해 '역(逆) 로비'한 정황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11일 조 전 부회장에게 권 의원의 강릉 선거사무소를 찾아가 사진을 보내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회장이 문자 보낸 당일 권 의원은 강릉시 교동에 '동행 캠프'라는 이름의 4·10총선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조 전 부회장은 "개소식에 직접 찾아갔을 뿐 아니라, 김성태·배상윤 회장의 아들들 명의로 화환도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14일 카카오톡 메시지에선 조 전 부회장이 "권 박사님(권성동 지칭) 이용하시는 비밀 요정 왔습니다,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전 회장이 "ㅇㅋ(오케이), 물어 뜯어"라고 답장한 내용도 확인됐다. 권 의원에게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과 국외 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 사건 등에 대해 은밀하게 청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조 전 부회장은 "강릉에서 권 의원에게 골프장을 찾아야 되겠다 도와달라고 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이 의원에게) 전화해서, '형, 죽을려고 뭔 짓을 하고 다녀'라고 그러더라"며 "골프장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 의원이 '내가 무슨 상관이냐, 나는 (배상윤 회장) 일면식도 없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했다가, 63빌딩 중식당 얘기가 나오니까 그때서야 '만났다'고 수그러졌다"고 전했다.
조 전 부회장과 권 의원이 만나고 이틀 뒤인 지난해 6월 16일엔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과 관련해 언론에 제보하기 위한 보도자료 초안도 만들어졌다.
김 전 회장과 조 전 부회장은 텔레그램에서 "KX최상주 회장, 대통령 측근 빙자해 수백억 원 대 이권 챙겨 - 윤핵관 현직 의원 포함 윤 대통령 최측근들이 들러리 역할"이라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검토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회장이 주장한 취지가 그대로 담겼으며, 지난해 12월 말 <JTBC> 기자에게도 전달됐다.
보도자료를 논의한 텔레그램 메시지 중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첨삭해 준 흔적도 확인됐다. 조 전 부회장은 자료를 첨삭해 준 인물에 대해 "언론인 출신으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했던 윤정식 전 KT텔레캅 사외이사"라고 지목했다.
이후 권 의원에 대한 로비와 별개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은 계약 기간인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올해 상반기 KH그룹에 넘어왔다. KH그룹 관계자는 "(KX그룹 쪽의) 골프장 운영과 시설 관리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골프장이 KH그룹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KX그룹 쪽과 분쟁이 있었지만, 협의해서 마무리된 걸로 안다"고 전했다.
KX그룹 "터무니 없는 주장…이철규와 무관"
KX그룹 관계자는 <워치독>과 통화에서 조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전부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알펜시아 골프장 실적과 관련해서도 "골프장 운영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우리 그룹이 운영하면서, 골프중계 사이트를 갖고 서울 고객들을 대량으로 보내서 매출이 좋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른자위 골프장을 헐값에 줬다는 주장하는데, 회계법인이 실사한 자료에는 몇십억씩 적자가 예상된다고 나와있다"며 "KH그룹은 골프장 운영에 전문성이 없는 기업이어서 (우리 그룹이) 리조트 전체에서 골프장 부분만 (운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권 계약을 위해) 2021년 8월부터 접촉을 시작했고, 이철규 의원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회장이 63빌딩 중식당 회동에 참석했다고 지목한 ㄱ교수는 "최상주 회장와 이철규 의원은 알지만, 배상윤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워치독>은 이 의원에게도 '63빌딩 중식당 회동' '경찰 수사 착수' 등에 대해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이 의원은 지난 6월 30일 <워치독>의 관련 질의에 "배상윤 회장은 개인적 친교가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면서도, "20대 대선을 앞둔 시기에 우연히 여러 명(5명 이상을 기억함)이 식사하는 자리에 합석한 바 있을 뿐"이라며, '회동' 자체에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권 의원은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서울청 반부패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것은 맞지만,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TV허재현
[단독] 이철규 '알펜시아 골프장' 개입 의혹…경찰, 수사 착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조경식 참고인 조사
제3자에 운영권 등 넘기고 수사 무마 청탁 의혹
조경식 "5년간 10억 보증금, 헐값에 운영권 넘겨"
"이철규 약속받고 국외 도피 전에 이권 넘긴 것"
계약서도 골프장 5년 임차에 10억 보증금 명시
김성태·조경식, 골프장 되찾으려 권성동에 로비
카톡에 "권 박사 비밀요정에 왔다" "물어뜯어"
권성동 만난 뒤 보도자료 만들어 JTBC에도 제보
KX그룹 "터무니 없는 주장…이철규와도 무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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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측근에게 헐값에 넘기는 대가로 케이에이치(KH)그룹 배상윤 회장의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기로 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을 만난 뒤, 배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각종 별건 수사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2022년 5월쯤 내부 논의 끝에 국외 도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배 회장의 국외 도피와 골프장 운영권 헐값 이전에 이 의원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살피기 위해 최근 조경식 전 KH강원개발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각종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으로도 번질 수 있어 주목된다.
경찰, 이철규 의원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
28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장이 접수된 이 의원에 대해 수사에 돌입했다.
이 의원은 2022년 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등에 연루된 배 회장을 만나 '사건을 검찰과 조율해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청탁·알선을 하고, KH그룹이 보유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이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케이엑스(KX)그룹 최상주 회장 쪽에 넘기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워치독>이 확보한 조 전 부회장의 녹취, 자필 메모 등에 따르면 당시 '63빌딩 중식당 회동'에는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린 이 의원과 배 회장 외에도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 회장,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지인인 ㄱ교수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변호사법상 사건과 관련한 청탁이나 알선을 위해 제3자에게 이익을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은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이 의원의 청탁·알선 의혹에 대해 폭로한 조 전 부회장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고, 조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전자법 감정) 등을 통해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
조 전 부회장은 <워치독>과 인터뷰에서 "1년에 현금 매출만 약 190억 원 나오는 45홀짜리 골프장을, 말도 안되는 5년간 보증금 10억 원에 넘기는 대가로 검찰을 조용히 시키겠다고 해서 운영권을 넘겨줬다"며 "63빌딩 중식당 회동에 대해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배 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의원이 저희 뒷배가 돼 주고 검찰을 조용히 시켜놓고 '너 그때 부를게, (나가 있다가) 그때 들어와' 라는 확약이 돼 있어서, 배 회장이 국외로 나가게 된 것"이라며 "배 회장은 도피하기 전 자기가 살기 위해 어마어마한 이권의 사업장을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엔 헐값에 골프장 운영권 넘긴 흔적들
조 전 부회장의 증언대로, '63빌딩 중식당 회동'이 이뤄진 직후인 2022년 2월 16일 KX그룹 쪽의 레저 업체와 KH강원개발 사이엔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관련 계약이 이뤄졌다.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책임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KX그룹 최 회장의 아들과 딸이 약 66%의 지분을 보유한 '레저플러스'는 임대차보증금 10억 원에 KH강원개발이 매입한 알펜시아 골프장의 운영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임대차 기간은 2022년 3월 15일부터 5년이었으며, 서면 협의만으로 5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KX그룹 쪽이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넘겨받은 시점은 KH그룹이 골프장과 리조트 등 알펜시아 시설 전체를 인수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KH강원개발은 지난 2021년 8월 알펜시아를 7115억 원에 매입했다. 700억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2022년 2월 20일 잔금을 납부했다. 잔금을 치르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알펜시아 내 핵심 사업인 골프장만 떼서 운영권을 다른 업체에 넘긴 셈이다.
조 전 부회장은 "그만한 매출이 나오는 사업장을 보증금 10억 원에 남한테 5년간 운영을 맡긴다는 게, 단 하루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그룹 입장에선 답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알펜시아 인수 직후 골프장에서만 200억 원대의 매출이 전망됐음에도 다른 업체에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는 점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조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실제 '알펜시아 실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KH그룹이 알펜시아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2021년 알펜시아 골프장 매출은 총 164억 1000만 원이었지만,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 전체를 인수한 뒤 2022년 297억 4000만 원, 2023년 281억 9900만 원, 2024년 261억 5400만 원 등으로 꾸준히 250~300억 원 사이의 매출을 올렸다.
배 회장은 결국 KX그룹 쪽에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고, 이 의원을 만난 지 약 2개월 뒤인 2022년 5월 '대북송금 사건'과 배임·횡령 혐의 사건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정부 차원의 제재는 계속됐다. 배 회장이 도피한 이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에서 입찰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1년 뒤인 지난해 4월 5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 의원과 약속한 뒤) 이제 다들 살겠다고 안도를 했는데, 약속이 안 지켜졌다"며 "(외국으로) 도망가게 해놓고, 일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김성태·조경식, 골프장 되찾으려 권성동에 로비
경찰이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문자와 카카오톡·텔레그램 메시지 등에는 배 회장과 '경제 공동체'이자, 알펜시아 인수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이 골프장 운영권을 되찾기 위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로비한 정황도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과 라이벌 관계로 알려진 권 의원을 통해 '역(逆) 로비'한 정황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11일 조 전 부회장에게 권 의원의 강릉 선거사무소를 찾아가 사진을 보내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회장이 문자 보낸 당일 권 의원은 강릉시 교동에 '동행 캠프'라는 이름의 4·10총선 선거사무소를 열었다. 조 전 부회장은 "개소식에 직접 찾아갔을 뿐 아니라, 김성태·배상윤 회장의 아들들 명의로 화환도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14일 카카오톡 메시지에선 조 전 부회장이 "권 박사님(권성동 지칭) 이용하시는 비밀 요정 왔습니다,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 전 회장이 "ㅇㅋ(오케이), 물어 뜯어"라고 답장한 내용도 확인됐다. 권 의원에게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과 국외 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 사건 등에 대해 은밀하게 청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조 전 부회장은 "강릉에서 권 의원에게 골프장을 찾아야 되겠다 도와달라고 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이 의원에게) 전화해서, '형, 죽을려고 뭔 짓을 하고 다녀'라고 그러더라"며 "골프장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 의원이 '내가 무슨 상관이냐, 나는 (배상윤 회장) 일면식도 없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했다가, 63빌딩 중식당 얘기가 나오니까 그때서야 '만났다'고 수그러졌다"고 전했다.
조 전 부회장과 권 의원이 만나고 이틀 뒤인 지난해 6월 16일엔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과 관련해 언론에 제보하기 위한 보도자료 초안도 만들어졌다.
김 전 회장과 조 전 부회장은 텔레그램에서 "KX최상주 회장, 대통령 측근 빙자해 수백억 원 대 이권 챙겨 - 윤핵관 현직 의원 포함 윤 대통령 최측근들이 들러리 역할"이라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검토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회장이 주장한 취지가 그대로 담겼으며, 지난해 12월 말 <JTBC> 기자에게도 전달됐다.
보도자료를 논의한 텔레그램 메시지 중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첨삭해 준 흔적도 확인됐다. 조 전 부회장은 자료를 첨삭해 준 인물에 대해 "언론인 출신으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했던 윤정식 전 KT텔레캅 사외이사"라고 지목했다.
이후 권 의원에 대한 로비와 별개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은 계약 기간인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올해 상반기 KH그룹에 넘어왔다. KH그룹 관계자는 "(KX그룹 쪽의) 골프장 운영과 시설 관리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골프장이 KH그룹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KX그룹 쪽과 분쟁이 있었지만, 협의해서 마무리된 걸로 안다"고 전했다.
KX그룹 "터무니 없는 주장…이철규와 무관"
KX그룹 관계자는 <워치독>과 통화에서 조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전부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알펜시아 골프장 실적과 관련해서도 "골프장 운영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우리 그룹이 운영하면서, 골프중계 사이트를 갖고 서울 고객들을 대량으로 보내서 매출이 좋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른자위 골프장을 헐값에 줬다는 주장하는데, 회계법인이 실사한 자료에는 몇십억씩 적자가 예상된다고 나와있다"며 "KH그룹은 골프장 운영에 전문성이 없는 기업이어서 (우리 그룹이) 리조트 전체에서 골프장 부분만 (운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권 계약을 위해) 2021년 8월부터 접촉을 시작했고, 이철규 의원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회장이 63빌딩 중식당 회동에 참석했다고 지목한 ㄱ교수는 "최상주 회장와 이철규 의원은 알지만, 배상윤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워치독>은 이 의원에게도 '63빌딩 중식당 회동' '경찰 수사 착수' 등에 대해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이 의원은 지난 6월 30일 <워치독>의 관련 질의에 "배상윤 회장은 개인적 친교가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면서도, "20대 대선을 앞둔 시기에 우연히 여러 명(5명 이상을 기억함)이 식사하는 자리에 합석한 바 있을 뿐"이라며, '회동' 자체에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권 의원은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서울청 반부패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것은 맞지만,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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