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이트의 영국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은 수많은 요소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인간 역시 신체와 정신이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 요소들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충돌하면서도 적절한 균형 속에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한 요소가 다른 요소를 완전히 지배하거나 제거하려 들면, 그 균형은 무너지고 결국 전체의 존속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정치 이념이든, 종교든, 인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이나 재물, 종파 등에서 우위를 점한 집단이 나머지를 억압하고 말살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시도를 한 세력은 잠시 승리한 듯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다양한 생각과 감성, 상상력, 창의력을 가진 다수의 힘 앞에 무너졌습니다. 오늘날 인류 문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예는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연합군의 승리는 다양성의 가치와 힘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후 인류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번영을 이어왔지요.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존재입니다. 2차 대전 종전이 올해로 80년을 맞았는데, 그 승리의 주역이자 최대 수혜국인 미국이 가장 먼저 그 교훈을 잊고 있는 듯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다수를 힘으로 제압해 지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인류 전체의 균형 잡힌 생존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진리는 우파·좌파, 진보·보수, 기독교·이슬람, 흑인·백인 구분 없이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의 논리도, 그 선을 넘으면 결국 공멸로 이어집니다. 사자가 아무리 강해도 정글의 모든 짐승이 함께 달려들면 도망칠 수밖에 없듯, 사자도 자신이 사냥의 균형을 유지해야 생존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표범이나 하이에나가 눈에 거슬려도 공존을 택하는 것이지요.

내 생각과 다르다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적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자이크의 조각처럼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전체 그림이 완성됩니다. 내가 속한 “우리”가 혹시 자연 전체가 아닌 단지 “사자 무리”는 아닌지, 내가 말하는 “질서”가 혹시 전체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은 아닌지, 2차 대전의 교훈을 되새기며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전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 제국도 폭력과 차별의 그림자를 안고 있었지만, 나치 독일처럼 인종 청소를 신앙처럼 실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영국은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신들의 ‘질서와 균형’을 확장하려 했습니다. 그 제국은 결국 해체되었지만, 영국은 여전히 건재하며, 제국의 후손인 영연방(Commonwealth)은 지금도 평등한 관계 속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뒤를 이어 세계의 운영자가 된 미국이, 그 소중한 교훈을 잊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착각해 잘못 실행한 듯한 모습이지요.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자연에 자정 능력이 있듯, 인간 사회에도 그리고 미국인들 마음속에도 자정 능력은 존재합니다.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세계의 질서와 균형이 다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2 months ago (edited) | [Y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