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마당

[이경엽의 한자마당] 한자의 미래


우리말에 건재한 한자…사용 줄일 게 아니라 활용하는 법 찾아야

영남일보에 올린 글입니다.

발행일: 2023-07- 28

한자는 언제까지 살아남을까? 겉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한자는 이미 무대를 내려온 상태다. 한자를 섞어 쓴 읽을 거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직접 한자를 쓰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쯤 되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한자가 사라졌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자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 한글로만 충분하다는 소리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자여 안녕!'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한자는 우리의 문자 만은 아니다. 루쉰이 한자가 멸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말한 지 한 세기를 넘었으나, 지금 중국에서 한자는 그대로 유효하다. 간체자를 많이 만들었으나 그것 역시 또 하나의 한자일 뿐이다. 일본도 신자체를 도입하였으나, 한자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 시점에서 볼 때 중국과 일본이 한자를 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루쉰의 '한자 망국론'은 어느 곳에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한자를 지난 시대의 유물로 치부하고 뽐내는 기색이 가득한 곳은 오직 한국 뿐 아닐까?

우리가 쓰던 한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우리는 신문과 공문서와 책에서 미련 없이 한자를 버렸다. 한자로 쓰인 수많은 책은 아마도 도서관 수장고에서도 치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자를 배척하는 사람들이 승리에 취해 있는 지금도 한자는 범접하지 못할 자세로 국어사전에 똬리를 틀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한자를 모두 털어내지 않는 한 한국어는 한자에서 해방되었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고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국어사전을 한자의 구속에서 해방해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한자는 영원토록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열혈 운동가들은 어디에서 무엇 하는가,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는데……

한자를 혐오하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는 반대로,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이 표의 문자를 옭아매고 있던 족쇄를 풀어주고 있다. 문자를 종이에 한 장 한 장 인쇄하던 시대에는 한글과 로마자처럼 자판을 통한 입력 속도가 빠른 음소 문자가 편리하였으나 인터넷, AI 시대에 들어서며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빠른 입력이 더는 우수한 문자를 가리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대용량의 기억 장치 속에 축적된 문자 정보는 한글이나 한자를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길은, 우리말을 버리고 전혀 다른 언어로 읽고 쓰는 방법 외에는 없다. 우리말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한자는 여전히 우리말의 DNA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한자를 없애지 못하고, 우리말에서 한자 DNA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남은 길은 분명하다. 중국과 일본이 한자를 버리지 않듯 우리도 그 문자의 효용을 살려 최대한 활용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자가 어렵다는 말은 사실일 수도 있겠으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백 번을 양보하여 그것이 어렵다고 하여도 효용이 크다면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이 맞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우리말에 맞춤 제작된 한글이 있으므로 배워야 할 한자의 수를 중국과 일본에 비할 수 없이 줄일 수 있다.

이제 다시 '한자여 안녕!'이란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별이 아니라 다시 만남을 반가워하는 인사다. 한자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한자연구가

1 year ago (edited) | [YT] | 111



@seungjinlee836

좋은.칼럼.감사드립니다.. 좋은 조언을 깊이 받아 들입니다 .

1 year ago | 3  

@KoreaFirst

우리 고유의 것을 배척하는 것은 망국의 길이죠. 한자는 다시 사회적 추진으로 의무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한자를 모르니 동아시아 3국에서 한국이 언어력 문해력과 표현력이 꼴찌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널리 퍼지고, 우리 문화를 알뜰히 가꾸는 건전한 정신문화가 꽃피울 수 있도록 저 스스로도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1 year ago | 5  

@원으뜸-r4u

좋은 말씀입니다

1 year ago | 3  

@오정원-q6f

한자는 여전히 건실 합니다 일본 신자체 (속자 약자) 중공 간체자 한자 쓰고 있는한 한국 🇰🇷 한자는 그대로 유지 될겁

1 year ago | 2  

@realizer1686

한자가 죽어없어진다면 우리가 현재쓰는 말은 한자대신에 왜래어인 영어와함께 쓰여져야 온전한 소통이 되어져야 할것입니다 우리가사용하는 언어는 무미건조하여 표현하는 방법도 반쪽으로 될것같읍니다 기본이되는 한자를정해서 온전한 소통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1 year ago | 4  

@hyeonsseungsseungi

예전에는 그나마 월간조선에는 읽을 한자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조차도 없어서 읽을 게 없습니다.

1 year ago | 3  

@진진진-z8k

감사합니다

1 year ago | 3  

@이준원-g3q

한자를 배우면 문장의 이해력이 훨씬 빨라지는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최소한 기본자정도의 한자는 교육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 year ago | 5  

@이선희-n3h

한자를 다시 교육현장에서부터 사용해서 한자 문화권에 있는 나라이니 만큼 실용했으면 좋겠 습니다 6학년이 넘은 요즘 한자공부를 샘하고 공부하다보니 한자를 없앤게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그날은 영 안오겠지요?

1 year ago | 4  

@김현철-b9k

반갑습니다. 수고해주시는 덕분으로 한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한자공부를 하다보면 간혹 낱글자는 알겠는데 어휘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네이버에도 안 나오고.... 杳昧 아득할 묘, 어두울 매 묘매의 뜻이 무엇인가요?

1 year ago (edited) | 3  

@lsu-lq3kr

선생님의 강의 잘 보고있습니다. 애로사항이 있어 문의 드립니다. 우리 집 족보 책 웃대 어른 함자 중에 불 화(火) 변에 꽃 화(花)를 쓰신 분이 있는데 이 글자를 여기 저기 아무리 찾아 봐도 무슨 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훈과 음을 알 수 있겠습니까?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1 year ago | 1  

@솔라시도-s4d

낱말이야기 책은 안나옵니까?

1 month ago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