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며칠 전 광화문 근처 내수동 골목길을 거닐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싸인을 하나 발견했지요.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 그 새로운 경험.

그럼 또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쑥 들어갔지요.
경험하러.

“여기 디카페인 커피는 어떤 공법으로 카페인을 제거했나요?”

주인장은 살짝 당황한 듯 안 한 듯
“어, 음, 사탕수수로 하는 건데, 에틸… 뭐로 8번 추출했다고 해요.”

“아, 그럼 워터 공법, 그니까 물 추출, 이런 건 아닌가보네요.”

“네, 물 추출하고는 좀 다른 공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럼 에틸.. 뭐.. 라는 용매를 가지고 추출한 건가봐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살짝 실망스러웠습니다.
용매추출법은 커피원두에 용매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요.

초임계 이산화탄소 공법까지는 아니어도,
내심 스위스워터 공법이나
마운틴워터 공법으로 카페인을 제거했다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용매추출이라? ......
그래도 맛있다니까,
새로운 경험이라니까’

디카페인 싱글 오리진을 주문했습니다.
콜롬비아산 원두라고 써있었습니다.
홍차, 황설탕, 꿀의 향미가 있다는.

괜찮았습니다.
막 눈이 둥그래질만큼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커피집인지 더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저, 이 디카페인 원두가 어떤 브랜드의 원두인가요?”

“아, 생두 말씀이세요? 저희는 카페노갈레스 원두를 쓰고 있어요.”

빠르게 검색 들어갔습니다.
제가 ’국가공인검색사‘라서요. (그런 거 없음 ㅋ)

카페노갈레스는 커피 원두의 품종이 아니라
콜롬비아 원두를 수입해서 유통하는 회사 이름이었어요.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아마도 제가 마신 커피의 원두는
콜롬비아의 우일라(Huila)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인 듯 했고요,
어떤 공정으로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인지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Sugarcane decaffeinated”
즉, 사탕수수로 카페인을 제거한

아하, 사탕수수에서 유래하는
에틸 아세테이트(에틸초산)를 용매로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법이었어요.

에틸초산이라면
이건 에탄올 + 초산(식초 성분) 화합물로서
설령 조금 잔류한다 하더라도
별 걱정 없는 물질이었습니다.

최근에 ”디카페인 커피에 발암 물질이 남아있다“는
괴담이 또 돌았던 거 같아서요.

얼마 전 제가 영상 올렸던
에어프라이어 발암물질 괴담처럼요.

기회가 되면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 제거 공정에 대해서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디카페인 커피를 취급하는 커피숍에 가시면
어떻게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인지
한 번 슬쩍 물어보세요.

주인장이 커피에 얼마나 진심인지 슬쩍 엿볼 수 있을 겁니다.

#디카페인 #커피 #커피투어

1 year ago (edited) | [YT] | 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