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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홍콩 필하모닉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5번. 홍콩 필하모닉의 연주곡은 공교롭게도 나흘 전 런던 필의 둘째 날 공연과 같았다. 결코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비교는 불가피했다.

우선 런던 필의 협연자였던 손열음은 곡의 영역을 극한까지 확장시키는 느낌이었다. 특히 첫날인 14일 협연이 그랬다. 1악장 독주는 카푸스틴처럼 들렸고, 서정적인 2악장은 애이불비의 모차르트, 후반부는 장난끼 넘치는 프로코피예프 같았다. 요컨대 낭만이라는 카테고리에 한정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해석을 과감하게 덧입혔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이 곡이 손에 들러붙어 있기에 가능한 시도인 듯했다.

홍콩 필의 협연자였던 선우예권도 말 그대로 칼을 갈고 나온 것 같았다. '선우예권이 저렇게 단호한 연주자였나' 싶을 만큼 물러서거나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정공법에 가까웠지만 가속 페달을 살짝 밟은 느낌이었다.

후반 연주곡이었던 교향곡 5번도 대조적이었다. 첫날부터 런던 필의 연주에는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의 주문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었다. '여리게'에서는 거의 실내악에 가깝게 소리를 줄이고 절정에서 한껏 터뜨려서 대비의 효과를 노렸다. 자연스러운 곡의 흐름이 끊기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 만큼 과감한 대목들도 있었다.

반면 홍콩 필은 20세기로 되돌아간 듯한 전통적 접근에 가까웠다. 후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에서는 안정적 금관이 돋보였다. 특히 '호른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2악장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놀라운 건 차이콥스키뿐 아니라 첫곡인 진은숙의 '수비토 콘 포르차'부터 낯설게 여기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콩 필은 전임 야프 판 즈베던 시절부터 과감하고 진취적 시도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홍콩 필의 경우는 외국 단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악단의 수준과 홍콩 음악계의 실력을 곧바로 등치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괄목상대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과연 우리는 해외에서 저런 소리를 내고 있을까. 간혹 여유있게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간담이 서늘해져서 나올 적이 있다. 이날이 그랬다.#홍콩필하모닉 #리오쿠오크만 #선우예권

4 weeks ago (edited) | [Y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