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기 | HeeChan

20살에 유튜브를 시작해 꾸준히 운영하던 어느 날, 동아리 회식 자리에 갔습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한 선배가 제 옆에 앉아 술잔을 건네며 물었습니다.

“희찬아, 전부터 궁금했는데… 너 올리는 영상이랑 글, 누가 보긴 해? 아니, 진짜 궁금해서 그래. 그렇게 진지한 주제의 콘텐츠를 누가 보는지 잘 이해가 안 돼서."

사실 이런 말을 처음 들은 건 아니었습니다. 동기든 선배든, 스쳐 지나가듯 비슷한 말을 하곤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속상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채널을 5년이나 운영했지만 구독자가 4,000명을 넘기지 못했으니, 그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얘기들을 ‘힌트’처럼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구독자가 늘고, 성과를 만들면 더 이상 이런 말을 듣지 않게 될 거라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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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6년 차, 드디어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그 후 약속이 부쩍 늘었고, 하루는 한 부장님과 식사 겸 술자리를 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분과의 자리라 설레는 마음으로 갔는데, 식사를 마치고 술자리에 앉자마자 이런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희찬아, 너 구독자가 몇 명이라고 했지?”
“최근에 10만 명 달성했습니다.”
“와, 꽤 많네. 근데… 그런 영상 누가 보긴 하니? 나는 사실 나는 너 영상 아예 안 봤거든. 그래서 궁금해서.”
“무거운 주제긴 하지만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10만 명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말이야… 인생 살다 보면 ‘아니다’ 싶을 땐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그런 영상… 솔직히 재미도 없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적당히 하다가 취업 준비해. 그런 결정이 진짜 용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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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로 살다 보면 친구들이 콘텐츠 상담을 해올 때가 있습니다. “뷰티 채널 해볼까?”, “운동 채널 어때?”, “영화 채널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은 속으로 ‘사람들이 저걸 정말 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생각이 틀릴 때가 많습니다. 제겐 ‘왜 저런 걸 찍지?’ 싶었던 영상이 수백만 뷰를 기록하기도 하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 시야가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것. 둘째, 내가 확신했던 가능성의 판단이 정말 자주 빗나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제가 “안 될 거다”라고 장담했던 아이디어가 잘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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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10만 명을 달성하면 이런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니다 싶으면 포기해라”, “너 영상 누가 보긴 하냐”는 말을 듣습니다. 아마 평생 안고 가야 할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마치 제가 유튜브 콘텐츠를 평가할 때 수없이 틀렸던 것처럼요. 그래서 누군가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하더라도, 그 말에 너무 흔들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제 가능성을 완벽히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현실적인 조언에 귀를 막아선 안 되는 것도 같습니다. 때로는 아프게 들리는 말 속에, 내가 외면했던 진실이 숨어 있을 때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려 합니다.
어쨌든 이 일이 즐겁거든요.

3 months ago | [YT] |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