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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세종솔로이스츠는 1975년생 이스라엘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했다.

얼핏 '슬퍼할 때와 춤출 때'라는 부제만 보면 지극히 서정적인 추모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국제 정치적으로 지극히 논쟁적이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다.

당장 해설 책자에 실린 작곡가의 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만은 "특히 나의 조국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찾아욌다. 10월7일의 공습과 뒤이은 전쟁은 내게 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라고 적었다. 이 '10월 7일'은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이 있었던 날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실제 이 협주곡에서도 낮고 부드러운 현악 합주를 배경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이 유대적 정서의 주제를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아델 앤서니 부부가 협연을 맡았다. 이들 부부는 이 협주곡을 헌정 받기도 했다.

물론 작곡가는 국적이 있고 얼마든지 입장과 견해를 밝힐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에게 히틀러와 스탈린을 모두 비판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소비되는 방식이다. 아마도 이날 음악회에 참석한 한국 관객 대부분은 이런 사전 정보를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이 협주곡의 공동 위촉과 아시아 초연은 세종솔로이스츠가 맡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든다. 과연 세종솔로이스츠는 이스라엘의 입장과 정서에 바탕한 이 곡과 작곡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일까. 예술의 이름으로 질문해야 할 때 거꾸로 예술의 이름으로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 점이 의아하고 답답했다. #길샤함 #아델앤서니 #세종솔로이스츠

1 week ago | [Y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