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오의 등산 story

아~~놔~!!!!
보름 동안 헛 지랄 한 것 같다.
장염이래서 장염약 먹었더니 안 낫고,
위염이래서 위염약 먹었더니 안 낫고,
그렇게~그렇게 내가 의사에게 이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이다 했더니
장염이건, 과대증이건 다 염증이니
약만 나흘치 줘놓고 보자~하더니.......

15일 째인 오늘도 아침부터 뒤틀리는 배를
안아보고, 쓰다듬어 보고, 달래보고....
행여 이놈 부대낄까 소식(小食)에 소식으로 버텼건만,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보다
더 길고, 먹는 것이 얼마 없으니 나올것이
있겠냐 만은, 그래도 내 곱창들은 한 방울의
물도 허락할 마음이 없는지 돌아서기 무섭게
쥐어짜는데 이젠.....나올 찌꺼기도 없다.....
희망이 절망이 될 때, 사람들은 신을 찾는다든가?
나는 신을 버리고 스러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통한의 의사를 다시 찾았다.

의사양반 본인도 당황했는지~
염증때문에 내시경 안된다더니,
그래서 CT나 찍어 보자더니,
아무래도 껄그러운지 냅다 내시경 하자네.....
끝까지 하지말고, 되는데 까지만 해보자고.....
뭐~예....어....하고나니 대뜸 관장을 해야된단다.
😰댄장~~

병원 오기전에 마지막 X물까지
다 쏟아 냈는데 관장은 무신~~~
이제 어둠의 동굴에선 물 한 방울
나올 것도 없는데......
관장 안해도 충분히 쥐어짜고
바닥까지 박박 긁어 다 쏟아 줬는데~

그래도 어쩌랴~
환자는 모르겠고 관장은 하겠다니.....
수줍게 내민 엉덩이 골에 싸~한
냉기가 스칠 때.....
골짜기 주변은 철옹성보다 강한
강골찬 철벽이 쳐지고 모든 신체의 신경은
서릿발처럼 일어섯다.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는 새색시처럼
몸을 배배꼬면서 어둠의 나락에서
환희의 세계로 힘찬 날개짓을 펼칠
내 안의 그놈들을 생각하며
화장실을 부둥켜안고 애걸복걸 해보고
식은땀까지 빨빨 흘리며 후들거리는 다리가
힘없이 주저앉는 순간까지 그들의 기대에
부응코자 무언가라도 나오길 바랬건만......

돌아온 건 칼로 도려 내는듯한 고통과
이미 텅 빈 내장의 냉소가 우리를 비웃듯이
우물속은 무(無)의 실체를 보여주고 .....
그야말로 고통만 남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투약으로 장이 찢어진 건지,
아니면 염증을 건드려 화를 돋군건지,
이런 고통은 진정 처음이었다......
의사양반 대뜸 급한대로 X-ray부터 찍잔다.
뒤틀리는 아랫배를 행여 손아귀에 쥔
모래가 빠져 나갈까하는 조바심으로 붙들고
골짜기에 쳐진 철옹성은 행여나 폭우에
힘없이 쓸려가듯 스르륵 풀어질까
단단히 힘을주고 들어갔다.

그 뒤로도 30여분을 발끝,손끝도 못 움직이고
숨은 겨우 붙은마냥 헐떡이며
이마엔 식은땀이 여름날 냉장고 밖에 내둔
사이다병의 이슬보다 굵고
백두산 장백폭포의 물줄기가 이정도일까?
미간과 턱선을 타고 내리는 땀줄기가
목을타고 흘러내린다.

수면도 아니고,
굵고 매끈한 것이 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부드러운듯 날카롭게 툭! 치고,
물빠진 논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미꾸라지 새끼처럼 꿈틀거리며 헤집고 다닌다.

다행히...용종 같은건 없다.
작년에 대장검사할 때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지만 정말 다행이다.
염증은 다발성으로 광범위 하단다.

특단의 조치로 입원이 결정되었다.
오.......마이.......갓뜨~~!!!
오후에 그 잘난 고추밭에 약도 쳐야하는데~
내일 친척집 결혼식도 가야하는데~
다행히 일요일은 마트가 쉬는 날이다.

외롭고,
쓸쓸한 긴 첫날밤이 되지 싶다.
낮선 곳에서 화장실과 밤새 끊임없는
혈투를 벌여야 할 것 같다.

10 months ago (edited) | [Y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