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사이드 Sunnyside

계엄 1년. 앞으로는? + 장경태유감 + 트리 꾸미기

오늘이 계엄 1년이 되는 날이네요. 1년 동안 어떻게들 지내셨습니까.
계엄 1년인데 오늘 주제는 권력형 성범죄입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게 됐네요. 여의도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피해를 당한 여성 동지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힘이 없고 나이도 어리고, 당장 다달이 월급 나오는 직장과 커리어가 절실한 피해자들이 상급자의 희롱을 고발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나마 고인물인 선배들을 찾아와서 털어놓고 도움 청한 친구들 중 대부분이 상황을 바로잡지 못했고 여의도를 떠나버렸어요. 그러는 동안 가해자들은? 여전히 남아서 승진하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 이들이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갈 때 마다 울면서 떠난 어린 친구들이 눈에 많이 밟혔어요. 그런 이들의 실체를 알리려다 불이익을 보고 또 떠나는 부수적 피해자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장경태 의원은 2013년에 제가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때 게스트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때의 장경태는 의원도 당직자도 아니었고 막 정치를 시작해서 여기저기 얼굴을 알리던 청년이었어요. 방송 준비도 잘 해 오고 태도도 밝아서 잘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지켜봤고 21대 초반까지 인사 정도는 나눴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참 충격적이고 씁쓸하네요. 청년정치고 뭐고 떠나서 대체 정치를 왜 하는지는 좀 궁금합니다. 그는 초선 때 국회 여가위에서 성폭력 무고죄 확대에 결사반대했어요. 당시 윤정부의 여가부장관에게 '여성을 꽃뱀으로 보는 저질적 인식' 이라며 거세게 꾸짖었죠.
그 때의 장의원은 지금의 장의원을 보고 뭐라고 할까요. 성폭력 무고죄 확대의 위험성에 대해 정말로 알기는 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진영주의로, 윤석열의 무고죄 확대는 나쁜 일이고 본인의 무고죄 고소를 착한 고소라는 걸까요. 그렇게나 핏대 올리며 꾸짖던 일갈도, 신념도 정책도, 자기가 처한 정치적 입장, 개인적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변할 수 있는 거라면 정치를 해서 뭐합니까. 참 부질없네요.

돌아보면, 충격적이고 황당했던, 한 밤 중의 사태가 몇 시간 만에 끝나고 더 갑갑해진 1년을 우리 모두 견뎠네요. 모두 정말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기저효과의 착시가 사라지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바로 잡힐까요? 섣불리 잘 될거라는 말을 하기도 어렵고, 그저 이 시기를 모두 잘 견뎠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또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몄습니다. 저는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트리보다는 클래식한 레드+그린에 인형과 조명을 잔뜩 다는 걸 좋아합니다. 이제 내년 초 까지 트리를 보면서 힘내야죠. 구독자님들도 각각 도파민이든 취향이든 뭐든 찾아서 즐기세요. 건강과 가족을 더 챙기고요.

아무튼, 손쌀같이 달려온 1년입니다. 이따 6시에 라이브로 뵐게요. ^^
작고 소중한 우리 채널, 써니사이드를 봐 주시는 여러분, 늘 감사합니다.

2 days ago | [YT] |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