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소울영어

뉴질랜드를 ‘워라밸의 나라’라고 해요. 그런데 회사가서 하루에 딱 맞춰 7시간만 일하는데도, 삶에 윤기가 없는 사람들을 꽤 봅니다. 거꾸로 때로 하루에 12시간씩 일해야 된다고 해도, 삶을 풍부하게 누리며 사는구나 싶은 사람들도 있잖아요. 여기사니까 진짜 워라밸이 뭘까 궁금해지더라고요.

🇳🇿 워라밸의 나라, 뉴질랜드
제가 있는 크라스트처치의 교통 혼잡 시간은 아주 신기해요. 오후 3시 반쯤부터 차가 막히고, 6시쯤부터 도로에 차가 사라지기 시작하죠. 9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서비스직은 퇴근이 더 빠르겠죠). 또, 동네산책하다 보면 차가 진흙으로 뒤덮여 있거나, 짐칸에 자전거, 오토바이 실은 픽업트럭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주말이면 변두리 숲속으로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부릉부릉하고 돌아오는 거죠.
뉴질랜드는 한국과 다르게 유튜브나 TV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볼거리도 적고, 쇼핑할만한 장소나 물건도 딱히 없어요. 그래서 이들에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는 ‘자연’입니다. 주말이나 연휴가 오면 해변이나 산으로 들어갑니다. 스키, 자전거, 말을 타기도 하고, 트레킹 동호회나 달리기 모임들도 많습니다. 딱히, 하나의 유행이 있다기보다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야외 활동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는 삶. 너무 좋지 않나요?

📈 뉴질랜드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그런데 이상하죠. 뉴질랜드는 특히 청소년, 청년층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한국보다는 낮습니다.). 대학 입학이나 학업, 경쟁에 스트레스도 없고, 아이들에겐 천국이라고 불리죠. 졸업해서 취직해도 회사가 4~5시면 끝나고, 게다가 노인복지도 좋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심지어 최근에는 살기 좋은 뉴질랜드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물론 이유는 우리와 다릅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옆에 있는 호주로 이민을 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평생을 살면,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겠죠. 또, 어떤 사람들은 밝고 행복하게만 자란 이곳 아이들이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살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일종의 ‘고립된 천국’ 같은 느낌인데요. 최근 카페에서 만난 70세 정도의 할머니가 아이패드로 영상 편집을 하는 저를 보더니 직업이 뭐냐고 묻더라고요. “I’m a Youtuber. (유튜버요)’라고 답했더니, 못 알아들으셨습니다. 유튜브가 뭐냐고 하셨어요. 와…

🌐 다른 문화가 주는 교훈
내가 머물던 테두리 밖으로 나와서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뉴질랜드와 한국의 환경은 극과 극입니다. 한국에서는 ‘지쳐서 죽는 슬픔’이 있다면, 뉴질랜드는 ‘지겨워서 죽는 일’이 생기는 것이죠.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한국은 ‘넘치는 활력과 에너지’가 있는 나라이고, 뉴질랜드는 ‘평온과 힐링’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뉴질랜드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해서, 한국 사람들 관점에서 이곳이 다 좋은 것도 아니겠죠. LPG 가스가 떨어져서 주문하면 1주일 정도 걸려서 갖다줍니다. ‘아차~’하고 주문이 늦으면 일주일 동안 본의 아니게 도파민 터지는 콜드 샤워에요. 택배는 보통 빨라도 2~3일이 걸리고, 일주일 넘는 것이 일반적이라 까먹고 있으며 옵니다. 카페에 가서도 빠릿빠릿한 직원을 기대해서는 안 되죠.
제가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 한국에서 이민 온 50대 여자분이 계세요. 하얗고 맑은 피부에 체구가 작은 분이신데, 종종거리며 여기저기 닦고 치우시는 거 보면 한국인인 저는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근데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남편은 가끔 같이 일하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느리고 일을 못 한다고 불평해요. 그래서 내가 그래, 그러니까 당신이 영어 못해도 일자리가 있는 거라고. 감사하라고.” 사람마다 어떤 곳이 나에게 더 잘 맞는가는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디에 있길 선택하든, 감사를 택할 줄 아는 것이 삶의 지혜이겠죠.

⚖️ 매일 선택하는 삶
<Modern Wisdom>의 진행자인 크리스 윌리엄슨은 ‘자신의 정체성을 커리어 하나에 모두 쏟지 말라’라고 조언합니다. 운동이나 공부, 음악 같은 취미, 친구나 가족 관계 등 다른 중요한 것들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굳이 근무시간이나 워라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현실의 워라밸은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낮에 5시간만 산뜻하게 일하고,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건강한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고, 하루 8시간 반의 수면시간을 누리는 하루. 그런 완벽히 균형 잡힌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면, 헛된 꿈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6개월 과로하고, 1주일 해외여행을 가는 삶도 워라밸 좋은 삶과는 거리가 멀잖아요.
저는 그냥 오늘을 조금 더 잘 살길 매일매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유롭게 걸을 시간은 없을 수 있죠. 그래도 종종거리며 걷다가도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날씨 좋다~’ 혼잣말을 해보고. 요리할 시간이 없다고 배달 음식을 시키고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계란이랑 양파라도 넣어서 대충 먹더라도 이것저것 건강하게 먹어야지. 잘한다, 잘한다~’ 자신을 위해 보고. 책 한 페이지 읽을 시간이 없는 삶을 한탄하는 대신, ‘걸으면서 오디오 북 잠깐 들어볼까.’ 그러면서 책에 대한 나의 취향에 대해 자부심도 가져보고. 그렇게 일상의 틈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어, 조금씩 내 삶의 레이어를 풍부하고 깊게 만들어가는 거죠.

저는 이제 귀국이 두 달 남았습니다. 여기 있는 동안 뉴질랜드가 나에게 무얼 가르쳐줬지, 생각하면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별거 없어도, 성실한 하루하루, 내 갈 길 가는 법을 뉴질랜드에서 배운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도 평화의 에너지를 이 글에 담아서 보냅니다. 오늘도 좋은 선택하는 하루 되세요!

🔖 오늘의 명언
Putting every ounce of your identity into a single pursuit — your work — isn’t the best way to live. It’s better to hedge your identity across multiple things. You care about your work, but you’re also a friend, a part-time pickleball player, you like CrossFit, you’re into 80s jazz, you’re a father, a husband. You’re all of those other things.
자신의 모든 정체성을 딱 하나에만 걸고 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정체성도 여러 개에 분산 투자해야 합니다.당신에게 일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당신은 친구이기도 하고, 아마추어 피클볼 선수이기도 하고, 크로스핏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80년대 재즈 취향을 가졌어요. 아빠이기도 하고, 남편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겐 이런 다른 모습들도 있어요.
-크리스 윌리엄슨 (Modern Wisdom 진행자)-

❤️ 매일 명상루틴처럼 필사하며 영어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소울에 남는 영어 필사’책을 추천드려요.
📎 스마트 스토어 바로 가기
m.smartstore.naver.com/soulenglish

1 month ago (edited) | [YT] | 2,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