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시장에서 나왔다.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이제 후텁지근하기까지 하다. 공영주차장에 이르렀다. 정산하고 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누가 부른다. “저기요. 제가 운전을 잘 못 해서 그러는데 차를 빼주면 안 되겠습니까”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는 여인은 몹시 당황해 보였다. 잠시 차를 빼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 그러지요” 흔쾌히 수락했다.
그녀는 주차장을 벗어나 골목으로 안내했다. “차가 어디 있는데요” 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달라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그녀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네비게이션만 믿고 오다 보니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갇혔다는 것이다. 그녀는 너무 길어 후진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어떻게 돌려서 나갔으면 하는 의견이다.
골목은 재개발이 진행되는 협소한 곳으로 건축자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하수관이 길 반은 잡아먹고 있었다. 하수관은 콘크리트 흄관으로 들어 옮길 수 없다. 중장비도 길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수관 한 개만 옮기면 회전반경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흄관을 들어 옮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꿈적도 하지 않는다. 남자가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해볼 생각에 과장 행동을 한 것이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나 역시 쉽지 않았지만 일단 차를 돌려 나가기 위해 앞뒤로 움직여 보았다. 회전반경이 좁아 불가능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는 차 주변을 빠르게 오가며 간섭했다. 후진은 골목이 좁고 길어 안된다고 주장한다. “후진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후진으로 강행했다.
그녀는 차 옆에 빠짝 붙어 무당처럼 날뛴다. “위험해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정신 못 차리고 따라오면서 혼란스럽게 하는 그녀에게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그런데도 근접하여 좌로 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간섭했다. 좁지만 속도를 냈다. 달려오는 그녀를 따돌리기 위해서다. “위험해요. 전봇대 있어요” 멈출지 모르는 그녀는 급한 성격의 길치 여인 것 같았다.
150m 정도 후진 끝에 빠져나갈 수 있는 다리가 나왔다. 나 역시 긴장하여 땀이 났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며 주변을 살폈다. 이 여인 나를 백발의 할배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운전의 달인 고수라 할 수 있는데, ‘여보시오 백발의 청춘입니다.’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다리 위에 안전하게 주차하고 나왔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공손해졌다. “미안해서 어쩌죠. 수고비라도 드려야 하는데” 바쁜데 발목 잡아서 미안하다며 굽신거렸다. “저기 그런데요. 진접은 어떻게 가나요?” 방향감각이 전혀 없는 길치 사모님이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한 다음 다시 우회전 곧장 가서 사거리에서 좌회전 태릉 쪽으로 직진하세요” 고개를 갸우뚱,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다. “네비찍고 가십시오” 그녀는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차 안으로 사라졌다.
그녀를 보내고 공영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를 만났다. 작은 일이지만 남을 도왔다는 것에 기분이 뿌듯했다. 하지만 아내는 불안해서 손에 땀이 났다고 한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다. 차량을 맡겼으면 멀찍이서 지켜보면 될 것을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간섭하는 오두방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아내는 “큰일 했어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차를 빼주는 사이 출차가 지연되어 500원의 추가금을 내야 했다.
말까시TV
길치 여인
@복잡한 시장에서 나왔다.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이제 후텁지근하기까지 하다. 공영주차장에 이르렀다. 정산하고 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누가 부른다. “저기요. 제가 운전을 잘 못 해서 그러는데 차를 빼주면 안 되겠습니까”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는 여인은 몹시 당황해 보였다. 잠시 차를 빼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 그러지요” 흔쾌히 수락했다.
그녀는 주차장을 벗어나 골목으로 안내했다. “차가 어디 있는데요” 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달라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그녀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네비게이션만 믿고 오다 보니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갇혔다는 것이다. 그녀는 너무 길어 후진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어떻게 돌려서 나갔으면 하는 의견이다.
골목은 재개발이 진행되는 협소한 곳으로 건축자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하수관이 길 반은 잡아먹고 있었다. 하수관은 콘크리트 흄관으로 들어 옮길 수 없다. 중장비도 길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수관 한 개만 옮기면 회전반경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흄관을 들어 옮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꿈적도 하지 않는다. 남자가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해볼 생각에 과장 행동을 한 것이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나 역시 쉽지 않았지만 일단 차를 돌려 나가기 위해 앞뒤로 움직여 보았다. 회전반경이 좁아 불가능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는 차 주변을 빠르게 오가며 간섭했다. 후진은 골목이 좁고 길어 안된다고 주장한다. “후진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후진으로 강행했다.
그녀는 차 옆에 빠짝 붙어 무당처럼 날뛴다. “위험해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정신 못 차리고 따라오면서 혼란스럽게 하는 그녀에게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그런데도 근접하여 좌로 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간섭했다. 좁지만 속도를 냈다. 달려오는 그녀를 따돌리기 위해서다. “위험해요. 전봇대 있어요” 멈출지 모르는 그녀는 급한 성격의 길치 여인 것 같았다.
150m 정도 후진 끝에 빠져나갈 수 있는 다리가 나왔다. 나 역시 긴장하여 땀이 났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며 주변을 살폈다. 이 여인 나를 백발의 할배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운전의 달인 고수라 할 수 있는데, ‘여보시오 백발의 청춘입니다.’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다리 위에 안전하게 주차하고 나왔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공손해졌다. “미안해서 어쩌죠. 수고비라도 드려야 하는데” 바쁜데 발목 잡아서 미안하다며 굽신거렸다. “저기 그런데요. 진접은 어떻게 가나요?” 방향감각이 전혀 없는 길치 사모님이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우회전한 다음 다시 우회전 곧장 가서 사거리에서 좌회전 태릉 쪽으로 직진하세요” 고개를 갸우뚱,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다. “네비찍고 가십시오” 그녀는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차 안으로 사라졌다.
그녀를 보내고 공영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를 만났다. 작은 일이지만 남을 도왔다는 것에 기분이 뿌듯했다. 하지만 아내는 불안해서 손에 땀이 났다고 한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다. 차량을 맡겼으면 멀찍이서 지켜보면 될 것을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간섭하는 오두방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아내는 “큰일 했어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차를 빼주는 사이 출차가 지연되어 500원의 추가금을 내야 했다.
1 year ago (edited) | [Y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