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그라프

안녕하세요, 여러분.
페이지그라프입니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현실의 추가 무게를 잃어
저라는 저울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귓가에선 사운드 오브 뮤직이 울려퍼지는데
저의 마음은 카프카의 글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이상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많은 여행에서 돌아갈 곳을 생각하면
벨기에의 집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돌아갈 곳을 알 수 없는 미정의 여행입니다.

그래서 더욱 호수에 둥둥 뜬 부표같은 느낌인가봐요.
현실이 단단히 밑을 받쳐주어야
여행도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8월에도 우울한 카프카의 일기는
저의 이런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호숫가에 앉아
그의 일기를 읽다가 저의 일기를 쓰다보면
생각의 가닥이 조금은 그를 닮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성 안에 들어가고자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채 노력하는게 인생이라면
카프카는 끝까지 성 안에 독자를 넣어주지 않음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긍정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호숫가에 낀 새벽안개 같이 생각이 뿌얘질때면
미정인 한국의 집에 꽂힐 선명한 책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글을 떠올려봅니다.

Life's a voyage that's homeward bound.

멜빌은 삶이 집으로의 여행이라 말했습니다.
이 긴 여행의 끝이 집에 닿아있다면
지금은 조금 둥둥 부유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디론가 도착하게 될겁니다.

방황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이지그라프 드림.

추신. 오늘이 고양이의 날이라면서요. 체스키에서 감사하게도 여행내내 함께해주신 고양님의 사진을 맨 마지막에 덧붙입니다.

1 year ago | [YT] |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