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는 흑염소 2마리를 키웠다. 염소는 한겨울에도 솔잎을 먹거나 마른 풀도 잘 먹어서 사시사철 들판에 긴 줄을 연결해 묶어놓으면 잘 먹고 잘 자랐다. 어미 흑염소 2마리는 해마다 새끼를 2마리씩 낳았다.
어느 해 겨울 어미염소가 3마리의 아기염소를 낳았다. 아기염소 2마리는 건강했지만 나중에 낳은 한 마리는 다른 두 마리에 비해 부실했다.
양은 젖꼭지가 4개이지만, 염소는 젖꼭지가 2개이다. 힘센 두 마리 아기염소가 어미의 젖꼭지를 독차지했고 나머지 한 마리는 밀려났다. 어미도 부실한 녀석을 포기했는지 젖을 먹이지 않고 밀어냈다. 그렇게 밀려난 아기염소는 나날이 말라갔다.
사온 연유를 물에 타서 아기염소에게 먹였다. 비로소 아기염소가 생기를 되찾았다. 그 아기염소는 그때부터 제 어미에게 가지도 않고 ‘메에메에’ 울면서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염소를 애처러워하며 엄마는 그 아기염소에게 정성을 쏟았다. 물을 길으러 동네 우물에 갈 때도 아기염소가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갔고, 밤이 되면 아기염소는 엄마가 있는 사랑방의 댓돌 옆에서 쪼그리고 잠이 들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여물로 소죽을 끌이려고 사랑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아궁이 안에서 아기염소의 ‘메에 메에’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 엄마에게 소리쳐 알리고 아궁이의 불을 서둘러 껐다.
때는 한겨울이었다. 아마 아기염소가 추위에 떨다가 온기가 남아있는 아궁이로 들어갔는데 내가 소죽을 끌이려 불을 때니 불기운과 연기에 질식되어 울음소리를 낸 것 같았다. 어미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 아궁이를 찾아간 걸까.
엄마는 아버지에게 아기염소를 구해달라고 매달렸다. 그날 온종일 장대를 아궁이 속으로 쑤셔넣고 아기염소를 꺼내려 했지만 닿지 않았고 아기 염소는 점점 아궁이에서 멀리 들어갔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구들장을 뜯어내고 아기염소를 구해달라’고 애원했고, 아버지는 ‘이 엄동설한에 구들장을 뜯어내면 우리 식구는 어디서 자느냐’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결국 해거름녁에 아버지는 뒤안으로 가서 아궁이에서 가장 먼 곳인 굴뚝 부근의 벽체를 뜯어냈다. 다행히 그곳에서 빈사상태에 빠진 아기염소를 구해냈지만 그 녀석은 시름시름 앓다가 며칠 못 가서 죽고 말았다.
우리는 그 녀석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지만, 엄마는 구들장 밑에서 아기염소 울음이 들린다며 울며불며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온 가족이 모두 우울했다.
안여택 TV
우리집에서는 흑염소 2마리를 키웠다. 염소는 한겨울에도 솔잎을 먹거나 마른 풀도 잘 먹어서 사시사철 들판에 긴 줄을 연결해 묶어놓으면 잘 먹고 잘 자랐다. 어미 흑염소 2마리는 해마다 새끼를 2마리씩 낳았다.
어느 해 겨울 어미염소가 3마리의 아기염소를 낳았다. 아기염소 2마리는 건강했지만 나중에 낳은 한 마리는 다른 두 마리에 비해 부실했다.
양은 젖꼭지가 4개이지만, 염소는 젖꼭지가 2개이다. 힘센 두 마리 아기염소가 어미의 젖꼭지를 독차지했고 나머지 한 마리는 밀려났다. 어미도 부실한 녀석을 포기했는지 젖을 먹이지 않고 밀어냈다. 그렇게 밀려난 아기염소는 나날이 말라갔다.
사온 연유를 물에 타서 아기염소에게 먹였다. 비로소 아기염소가 생기를 되찾았다. 그 아기염소는 그때부터 제 어미에게 가지도 않고 ‘메에메에’ 울면서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염소를 애처러워하며 엄마는 그 아기염소에게 정성을 쏟았다. 물을 길으러 동네 우물에 갈 때도 아기염소가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갔고, 밤이 되면 아기염소는 엄마가 있는 사랑방의 댓돌 옆에서 쪼그리고 잠이 들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여물로 소죽을 끌이려고 사랑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아궁이 안에서 아기염소의 ‘메에 메에’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 엄마에게 소리쳐 알리고 아궁이의 불을 서둘러 껐다.
때는 한겨울이었다. 아마 아기염소가 추위에 떨다가 온기가 남아있는 아궁이로 들어갔는데 내가 소죽을 끌이려 불을 때니 불기운과 연기에 질식되어 울음소리를 낸 것 같았다. 어미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 아궁이를 찾아간 걸까.
엄마는 아버지에게 아기염소를 구해달라고 매달렸다. 그날 온종일 장대를 아궁이 속으로 쑤셔넣고 아기염소를 꺼내려 했지만 닿지 않았고 아기 염소는 점점 아궁이에서 멀리 들어갔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구들장을 뜯어내고 아기염소를 구해달라’고 애원했고, 아버지는 ‘이 엄동설한에 구들장을 뜯어내면 우리 식구는 어디서 자느냐’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결국 해거름녁에 아버지는 뒤안으로 가서 아궁이에서 가장 먼 곳인 굴뚝 부근의 벽체를 뜯어냈다. 다행히 그곳에서 빈사상태에 빠진 아기염소를 구해냈지만 그 녀석은 시름시름 앓다가 며칠 못 가서 죽고 말았다.
우리는 그 녀석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지만, 엄마는 구들장 밑에서 아기염소 울음이 들린다며 울며불며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온 가족이 모두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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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ays ago | [Y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