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여택 TV

북한에서 오신 분글 퍼옴



북한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죽어서 기뻤던 날
1979년 10월26일 나는 북한에 있었다.
남포시 소재 농업대학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있었다.
그 다음날인 10월27일이라고 기억된다.
북한에 기본 신문인 <로동신문>에 대문짝 같은 기사가 실렸다.
<박정희 역도가 뒈졌다!>
멋도 모르는 아이들까지 박정희가 죽었대! 하며 기뻐 뛰어다녔다.
통일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분위기로 들썩였다.
오로지 통일 때문에 이 모든 고생을 다하며 사는 정서의 반영이다.
통일은 미제와 그 앞잡이 저 도당 때문에 안되는 줄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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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후에 탈북하여 연변에 체류할 때이다(1991년).
조선족 사회에서 가장 지식인 집에 찾아 간 적 있다.
연변 대학 정판용 부총장 댁인데 역시 책이 많았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뜻밖에도 <가장 악당의 책>이 있어 놀랐다.
박정희 전기에 관한 책인 것이다.
그때 만에도 한 중 수교가 없는 냉전 같은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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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하여 개방 사회에 나와 보니 매우 역설적인 것들에 직면한다.
북한에서 가장 악당이라고 했던 사람이 그 반대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가장 나쁜 나라가 가장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가장 나쁜 나라는 당연히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과 일본을 가 볼 때마다 왜 이런 나라를 가장 욕했지 하며
나도 모르게 쑥스러워 지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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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하여 북한 사람들이 가장 욕을 많이 한 것이 박정희이다.
실물 사진은 한번도 본 적 없다.
깡마른 개상(犬相)에 새까만 안경을 낀 만화로만 보았다.
설사 실물 사진을 보여주었다 해도 김일성보다 훨씬 못 생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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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은 일란성 쌍둥이로 똑같이 시작했다.
사실은 북한이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성장했다.
그런데 박정희 때부터 뒤집어 지기 시작했다.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 천국과 지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북한과의 비교 뿐 아니라 가난한 후진국 중 유일하게 선진국이 된 것이 남한이다.
모두의 노력이라고 하지만 이를 이끈 이는 박정희라고 한다.
선산이 전라도 익산인데 그 곳의 사람들도 이점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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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이 터지자 축제를 들었다는 최고의 석학 이춘근 박사가 있다.
박정희 때 해직도 당하는 등 미워하며 파고든 조갑제 대 기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오늘날 불변의 박정희 찬양가들로 되어 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저서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가장 썼지만 단 이런 지도자가 다시 나오기를 기원해 본다.
아마도 다시 나오기 어렵지 않겠나 하면서 -
그래서 사건이 없었더라면 싱가포르 이관유 같은 독재자로 되지 않았을까.
또 실력 통일 주창자이니 통일도 이룩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적어도 더러운 평화가 좋다는 지도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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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북한 사람들도 박정희를 나처럼 놀라며 긍정할 것이다.
가장 달았지만 가장 쓴 김일성 3대세습에는 진짜 침을 뱉을 것이다.

1 week ago | [Y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