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지식Play

당신의 엔비디아는 안녕하십니까.

미국 정부가 중국에 수출하는 엔비디아 반도체 칩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중국에 수출하는 H20 반도체에 라이선스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엔비디아측에는 이미 4월 9일에 통보를 했고 이를 4월 15일에 엔비디아가 공표했습니다. 말이 라이센스제로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지, 사실상 수출 못하게 통제를 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하루 뒤,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 중국 위원회에서 딥시크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올해 초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중국의 AI, 딥시크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꽤 많은 국가들이 공공기관의 컴퓨터에서는 딥시크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죠. 미국에서도 딥시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결과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딥시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미국 사용자의 채팅기록이나 기기 정보, 타이핑 패턴과 같은 데이트를 수집하여 중국으로 전송하고 있고, 중국과 민주주의 대만, 홍콩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검열되고 있다고도 하네요.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엔비디아의 칩이 관련되어 있다고 명시되었다는 겁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를 우회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을 수 만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 칩은 이전에도 수출 통제가 되지 않았던가?

사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칩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걸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 AMD같은 회사의 고성능 칩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한해 왔습니다. 처음엔 A100, H100에 대한 수출 통제로 시작을 했죠. 그랬더니 엔비디아는 성능을 조정한 대체 제품을 개발합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A800과 H800이고, 미국 정부의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는 수출 규제 우회용 저성능 버전 칩이죠. 이른바 중국 맞춤형 칩.

그러다 2023년, A800과 H800에까지 수출 통제가 확대됩니다. 가만 보니까 살짝 성능을 낮춘 이 칩들만 가지고도 중국 기업들이 충분히 고성능 AI와 슈퍼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어 보였던 거죠. 그래서 A800과 H800에도 규제를 가한 거에요.

그랬더니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살짝 성능을 낮춘 칩을 또 개발하는데요, 그게 H20이었습니다. 미국 행정부가 이번에 이 H20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를 건 것이죠. 뭐랄까요, 여기 막으면 저기로 가고, 저기 막으면 뒤로 가니까 뒷길도 막아 버렸다고나 할까요.

흥미로운 점은 딥시크로 들어갔다고 판단되는 고성능 엔비디아의 칩들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우회해서 들어갔다는 겁니다. 이 사건은 이미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돼 진행되고 있는데요, 우회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싱가포르에 허위 법인을 세워서 미국에서 Dell과 Supermicro의 AI서버를 구입합니다. 이 안에 엔비디아 칩이 있거든요. 싱가포르의 법인은 서버의 최종 목적지를 말레이시아라고 신고하고 보냈는데, 진짜 목적지는 중국이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이 허위 법인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후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이게 딥시크로 전달되었다는 겁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저로서는 놀.라.운. 우회로이네요.)

싱가포르에서 22개 기업이 연루된 대규모 조사로 이어졌고, 이미 여러 명이 체포되고 기소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조사에 착수했고요.

반도체는 미국이 사활을 걸고 공급망을 지키고 중국으로 핵심 기술이 탈취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 아이템입니다. 특히 AI칩에 미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사적 용도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반도체 관련해서는 계속적으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거고, 관세가 전부는 아닐 것 같네요.


그나저나 엔비디아 주가는… 음.

7 months ago (edited) | [YT] | 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