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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정시, 정말 ‘펑크 학과’는?
“어떻게 해서든 펑크나는 학과를 찾아야 한다.”
정시 지원을 앞둔 수험생이라면, 마음속에서 한 번쯤 올라오는 절박한 문장일 것이다.
배치표를 넘겨보며 점수를 대입하고, 모의지원 결과를 새로고침하고, 유튜브 입시 방송을 틀어 놓다 보면 늘 비슷한 말이 들린다.
“작년에 ○○대 ○○학과가 진짜 빵꾸였대.” 그 한마디가 곧바로 상상으로 이어진다. 어딘가에 내 점수보다 훨씬 낮게 컷이 형성된, ‘기적의 한 칸’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올해 반드시 펑크가 날 학과를 지금 시점에서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를 가진 학과, 다시 말해 “언제나 약간씩 구멍이 나기 쉬운 모집단위”를 데이터로 좁혀 가는 것은 가능하다.
전설 같은 한 칸을 찍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숫자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을 선택하는 쪽에 가깝다.
입시에서 말하는 펑크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모집인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미달’, 다른 하나는 경쟁률은 그럴듯했는데 최종 합격선이 예상보다 한참 내려가는 ‘컷 폭락’이다.
수험생들이 노리는 건 대개 후자다.
표면상 경쟁률도 나쁘지 않고 대학 이름도 괜찮은데, 막상 합격자 점수대를 뜯어보면 “이 점수로 여기를?” 싶은 지점이 존재하는 것. 이때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이 우연의 사고가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정원이 넉넉한데 선호도가 애매한 학과, 예를 들어 지방 캠퍼스의 일부 자연계열이나 이름만 화려한 융합·글로벌 학과들은 지원자들의 심리에서 한 번씩 비껴나기 쉽다.
군 배치가 바뀌면서 한 군에 인기 대학이 몰려 버리면, 다른 대학·학과의 지원이 빠져 나가 상대적으로 컷이 내려가는 일도 반복해서 나타난다.
상향 도전과 보험 지원이 섞인 허수 지원이 많았다가 정작 등록 단계에서 대거 이탈해, 예비 번호가 길게 돌아가는 경우 역시 전형적인 컷 폭락의 배경이다.
펑크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입시 구조·정보 비대칭·군중 심리가 얽혀 만들어낸 왜곡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때 가장 유용한 무기가 되는 것이 충원율이다.
충원율은 “추가합격 인원 ÷ 최초 모집인원 × 100%”로 계산하는데, 예를 들어 25명을 뽑는 학과에서 추가합격으로만 55명이 더 들어갔다면 충원율은 220%가 된다.
처음 붙은 사람 상당수가 다른 대학이나 학과로 이동해 자리를 비웠고, 그 자리를 예비가 긴 시간 동안 채웠다는 뜻이다.
이런 학과는 겉으로 보이는 최초 합격선보다 최종 등록자 점수대가 더 아래까지 내려갔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의 대학정보공시(대학알리미)에는 대학·학과·전형별 모집 인원, 지원자, 등록자 수, 충원율 같은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공개된다.
여기에 입시 전문 매체들이 해마다 “정시 충원율 분석”을 내면서, 어느 대학·어느 학과에서 충원율이 100%를 훌쩍 넘겼는지를 표로 보여준다.
수험생이 이 자료를 2~3년치만 모아 보더라도, 매년 비슷한 계열·학과에서 충원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패턴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구조다.
이런 지점을 상대적으로 펑크 위험이 잠재한 학과군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수험생은 여전히 경쟁률만 바라본다.
“올해 ○○대 ○○학과 경쟁률 8 대 1 나왔다더라, 망했다” 같은 반응이 전형적이다.
그러나 경쟁률은 어디까지나 표정에 가깝다.
진짜 속마음을 알려 주는 것은 경쟁률, 충원율, 최종 입결을 함께 놓고 보는 일이다.
경쟁률이 지나치게 낮고 충원율까지 높은 학과는 지원도 적었고 붙은 이들마저 많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표면적 수치보다 실제 컷이 많이 내려갔을 가능성이 큰 전형적인 펑크 패턴이다.
경쟁률은 평범한데 충원율만 이상하게 높은 경우도 있다. 상향 도전과 보험 지원으로 허수가 끼어 있다가 최종 등록에서 빠져나간 흔적이다.
여기에 대학별 입결 자료에서 최종 등록자의 평균이나 70%컷을 함께 확인해 보면, 생각보다 낮은 점수대에서 최종 라인이 형성된 학과들이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가 많아질수록 펑크는 더 자주 생긴다.
진학사·유웨이 모의지원, 각종 분석 프로그램, 유튜브 컨설턴트 방송, 수험생 커뮤니티까지, 지금의 수험생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 정보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군중 심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누군가 “여긴 작년에도 컷이 많이 내려갔고, 올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하나의 신호가 된다.
사람들은 동시에 움직이고, 작년에 펑크였던 학과가 올해는 과열되고, 작년에 과열됐던 학과가 올해는 기피 대상이 되면서, 계속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학과들이 생긴다.
펑크는 더 이상 정보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 과잉 정보 속에서 서로의 눈치를 보는 집단 행동의 부산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수험생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단발성 ‘기적의 한 칸’을 노리기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집단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
최근 3년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충원율이 꾸준히 높았고, 경쟁률과 입결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학과들을 묶어 하나의 후보군으로 보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점수대, 희망 계열, 지역 선호를 조합해 여러 대학과 학과를 구성하면, 로또 한 장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이 나쁘지 않은 몇 장의 복권을 동시에 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둘째, 데이터와 분석은 지도이지, 답안지가 아니다.
대학정보공시는 가장 공신력 있는 지도이고, 베리타스알파나 입시기관의 분석 자료는 그 지도를 색칠해 주는 해설에 가깝다.
수험생 커뮤니티의 합격·펑크 후기는 거칠지만 현장의 기류를 알려주는 생생한 증언이다.
세 가지를 겹쳐 보면 “이 라인, 이 계열은 매년 조금씩 약하게 형성되는구나”라는 감이 잡힌다.
그 감각 위에 자신의 점수, 희망 전공, 가·나·다군 전략을 얹는 것이 결국 펑크를 활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펑크를 쫓다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시는 냉정한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든 붙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으로 전공도, 대학 생활도 제대로 떠올려 보지 않은 채 점수만 보고 지원한다면, 합격의 순간은 짧은 안도감이 될지 몰라도 그 다음 수년은 후회가 될 수 있다.
펑크 학과를 찾는 일은 결국, 정보와 구조를 이해해 나에게 유리한 선택지를 넓히는 과정이어야 한다.
데이터는 최대한 냉정하게 보되, 마지막 선택 앞에서는 스스로에게 한 번쯤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붙었을 때, 나는 이 전공을 최소 4년은 버틸 수 있을까?”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그 학과는 펑크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꽤 괜찮은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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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ay ago | [Y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