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지식Play

주한미군 감축, 왜 다시 떠올랐을까?


지난 주,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Defense Priorities에서 지난 9일 미군의 해외 운용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구체적으로 현재 2만 8천 500명인 주한 미군을 1만 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순환 배치 전투여단과 육군 전투항공부대 포함한 제2보병사단 대부분을 철수해야 하고, 종국에는 전투 비행대대까지 철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총 병력의 3분의 1가량만 남기라는 것이기 때문에 살짝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난 5월 Wall Street Journal에서 비슷한 보도가 나온 적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4,500명 감축으로 이 정도 대규모는 아니었죠. 이쯤 되면 수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가 되고 있구나 싶은데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 완벽하게 커버할 수는 없지만(심지어 군대도 안 다녀옴),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는 한도 내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더 깊은 내용을 아는 분들은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만과 남중국해, 그리고 인도 태평양 전략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만을 비롯한 남중국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붙박이로 배치되어 있는 2만 명이 훌쩍 넘는 주한미군은 전략에 차질을 가져온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이동 및 전개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하는데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을 세계 어느 곳으로도 신속히 이동 및 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글로벌 차원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결국 남중국해나 대만 위기 시, 주한미군 병력을 신속하게 그 쪽으로 투입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일 터지고 옮기면 되지 왜 벌써부터?

일단 늦을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라고 합니다. 또한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어 임무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기 때문에,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작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고요. 무엇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군의 존재감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중국 도발을 미연에 차단하는 억지력 강화의 목적이 있겠죠. 얼마전 샹그리라 안보대화 기조연설에서, 해그세스 장관이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남중국해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미국은 한국 내 미군기지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있을 경우, 미국은 장거리 폭격기의 급유라든지 미군 전투기나 수송기 등의 기착지로 평택, 군산, 오산 등의 기지를 활용하고 싶은거죠. 이 부분은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방어 외의 목적이기 때문에, 또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 내 기지도 맘대로 쓸 수 없는데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굳이 박아 놓는다고? 그리고 한국 정도 경제력과 군사력이면 북한 정도는 알아서 책임질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여긴 너희가 알아서 지키고, 우리는 진정한 라이벌 중국 견제에 힘을 쏟겠다는 거죠.

이런 시각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작년에 제가 진행했던 현 국방부 정책차관인 엘브리지 콜비 역시 비슷한 생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작성한 댄 콜드웰은 어떤 인물일까요?

4 months ago (edited) | [YT] | 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