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꽃집아트꽃월드

[다운증후군 윤호] 다사다난한 3월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피어나는 꽃들로 봄을 알리는
4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낮병동과 어린이집을 시작하여 바쁜 요즘,
녹내장 재검사를 받았습니다.

3월 중순 재검을 받았는데, 지금 넣는 안약으로
안압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칭찬을 받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각막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해요.
녹내장, 백내장, 각막혼탁, 사시, 고도근시,
눈썹눈찔림까지 눈에 있을만한 질병은
다있는것 같은데 아픈곳이 또 생겼다니요..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윤호는 분리수면을 하기에
최근엔 자는 모습을 오래 관찰한적이 없었어요.
눈 나빠질까싶어 암막커튼에 불도 꺼놓고 재우니까요.
재활을 다녀도 잠은 편하게 집에서 재우려
밖에서는 낮잠도 안재우다보니
자는 모습을 관찰할 일이 더욱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낮병동을 하며 밖에서 낮잠을 재우다보니,
윤호가 실눈을 뜨고 자는걸 알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실눈을 뜨고 자는게 아니라
한참 자는 도중 실눈을 간간히 뜬다는 것을요.

윤호가 어릴땐 실눈을 뜨고 잔적이 없었지만
커가는 과정이구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눈을 뜬 채 뒹굴며 자는 것 때문에
각막에 상처가 많이 났다고해요..

녹내장으로 이유없는 눈물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 겨울 유독 눈물이 심하게 많아져 걱정이었어요.
녹내장이 심해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각막 상처 때문에 눈물이 늘어난 것이라 해요.

안연고와 인공눈물을 처방 받았습니다.
3시간마다 인공눈물을 넣고
자기전 각막에 연고도 발라야합니다.
윤호가 눈뜨고 자는건 막을 수 없으니
최대한 베개를 대고 하늘보고 자도록 해야 한다고요.

생후 9개월, 처음 녹내장 진단을 받은 뒤
엎드려 자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기에
몇개월동안 머리대고 자도록 유도해봤으나
계속 실패하여 포기했었어요.
그래도 녹내장 안압은 안약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거라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커가면서 고쳐지겠지 하면서요.

그때 버릇을 고쳤다면 괜찮았을까요?
결과를 들은 뒤 후회와 죄책감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종일 눈물이 났습니다.
안그래도 눈이 아프고 불편한 아기인데..
더 아프게 만든것 같아 엄마가 미안해..

녹내장이 심해진건 아니라 다행이지만
눈에 질병이 또 추가되어 속이 너무 상했습니다.
정말 예쁜 눈을 가진 아인데,
죄스러운 마음에 한동안 윤호 눈을 못보겠더라고요..

윤호가 크면서 수면제 용량이 늘다보니
수면제가 잘 빠지지 않아
검사한 날 윤호가 종일 어지러워했어요.
나중엔 아무것도 못하고 울기만 해
몇시간을 안아주기만 했습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더 내려앉아
같이 울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각막상처는 아직 어리기에
관리를 잘하면 나을 가능성도 있다하니
또 마음 토닥이고 힘을 냅니다.
사실 슬퍼할 틈도 없이 바빴어요.
월수금 오전은 어린이집을 가고
화목은 종일 낮병동, 월금은 오후 대학병원재활,
언어센터에 방문미술까지하니 일주일이 금방 갑니다.
그래도 바쁘게 지내다 보니 마음이 조금 나아졌어요.

윤호가 어린이집에는 아주 적응을 잘하는데
낮병동은 거의 종일 울 정도로 아직 힘들어합니다.
아무래도 어린이집은 친구들도 있고
힘든걸 안시키니 분리해도 안울고 잘 노는것 같아요.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정말 자상하셔서
윤호가 마음이 편한지,
엄마아빠를 안찾고 밥도 잘 먹는다고요.
며칠전 처음 낮잠을 자고왔는데
두시간이나 푹 잤다해요.

윤호가 아프지 않았다면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즐거운 시간만 보내면 되었을텐데
재활이 필요하다보니 힘들어도 재활을 다녀야합니다.
요즘 재활병원과 낮병동에선 잠시를 안떨어지려 하고
분리하자마자 울고불고 난리가 나요.
그래서 적응할때까지
제가 같이 수업을 들어가고 있어요.
낯도 많이 가리고 사람도 구별할 줄 아는것 같습니다.
요즘 인지능력이 좀 올라온것 같아요.

저번주에 인지와 소근육 평가를 했는데
20개월인 윤호가 인지 16개월, 소근육 13개월로
엄청난 발전을 했습니다.
생후 14개월에 평가했을땐
인지 7개월 소근육 7개월이었는데
이번엔 반을 넘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어린이집과 낮병동이
인지를 크게 끌어올린것 같습니다.
입자감을 많이 올린 유아식도 고루 잘 먹으니
뇌 발달이 좋아진것 같습니다.
아직 적응기간이라 쉽지는 않지만
적응하고나면 윤호가 더 좋아질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화사한 봄날, 꽃길을 다같이 걸을 수 있기를.

장애돌봄 공고를 낸지 두달만에 드디어,
선생님을 구했습니다.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이가 없으셔서
주변의 추천으로 아이돌봄을 해보기로 하셨다해요.
기왕 하는것 봉사하는 마음으로
장애돌봄을 해보려 하신다고요.

상냥하고 자상하셔서 저와 윤호에게
잘 맞을듯 합니다.
윤호의 처음과 선생님의 처음이 만나
좋은 시작이 될것 같습니다.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선생님과 함께 윤호를 돌보며 적응하다보면
다행히 어버이날 시즌 전엔 부모님 꽃가게로
출근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꽃샘추위와 바쁜 일정에
윤호가 감기를 계속 달고 있어요.
어제도 코가 막혀서 밤새 잠을 못자고
오늘도 낮잠을 조금밖에 못자더니
오늘 밤은 조금 나은지 깊이 잠든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윤호를 위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련에 무너지지 않고
좋지 않은 형편인데 이렇게 치료도 받을 수 있으니
웃음 잃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윤호와 함께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아끼고 마음껏 사랑하며 보내게 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도 잘 지내는
윤호 사진으로 인사드립니다.
좋은 소식으로 꽃피는 4월에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행복하셔요.


-----------------------------
윤호 후원계좌는
신한 110-569-820014 오윤호 입니다.
보내주신 후원은 윤호를 위해 아껴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months ago | [YT] |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