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체코 필하모닉 첫날 공연을 보고 오래 기억에 남았던 단어가 '순도'였다. 억지로 쥐어짜거나 극심한 템포 변화가 없는데도 오히려 덜 자극적이고 더 자연스러웠다. 특별한 조미료 없이도 슴슴한 맛을 내는 어머님 집밥 같다고 할까. 굳이 구분하면 지휘자와 악단 모두 올드 스쿨에 가깝고, '센터 라인'에 해당하는 목관이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것도 이유일 듯싶었다.
둘째날 전반 협연곡은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협연 한재민). 실은 첫악장 도입부에서 협연자와 악단 사이의 호흡이 매끄럽지 않은 대목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영민한 협연자가 계속 지휘자를 응시하면서 템포를 맞춰나갔다. 한번 물이 오르면 연주자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감탄스러운 순간들이 있는데 이날은 서정적인 2악장이 그랬다. 체코 악단 앞에서 체코 곡으로 격정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후반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전날의 '나의 조국'이 악단의 레퍼토리라면 차이콥스키는 지휘자의 곡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런던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도 같은 교향곡을 연주했다. 굳이 구분하면 전통적 사운드에 해당했지만 비교 불허에 가까웠다.
비결은 아무래도 배합에 있는 듯했다. 단원과 단원, 악기와 악기가 연신 서로 귀기울였고 절정에서 묵직한 힘과 설득력이 자연스럽게 배가됐다. 연주가 끝나고 청중의 박수 갈채에도 지휘자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단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세묜비치코프#체코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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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체코 필하모닉
전날 체코 필하모닉 첫날 공연을 보고 오래 기억에 남았던 단어가 '순도'였다. 억지로 쥐어짜거나 극심한 템포 변화가 없는데도 오히려 덜 자극적이고 더 자연스러웠다. 특별한 조미료 없이도 슴슴한 맛을 내는 어머님 집밥 같다고 할까. 굳이 구분하면 지휘자와 악단 모두 올드 스쿨에 가깝고, '센터 라인'에 해당하는 목관이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것도 이유일 듯싶었다.
둘째날 전반 협연곡은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협연 한재민). 실은 첫악장 도입부에서 협연자와 악단 사이의 호흡이 매끄럽지 않은 대목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영민한 협연자가 계속 지휘자를 응시하면서 템포를 맞춰나갔다. 한번 물이 오르면 연주자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감탄스러운 순간들이 있는데 이날은 서정적인 2악장이 그랬다. 체코 악단 앞에서 체코 곡으로 격정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후반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전날의 '나의 조국'이 악단의 레퍼토리라면 차이콥스키는 지휘자의 곡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런던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도 같은 교향곡을 연주했다. 굳이 구분하면 전통적 사운드에 해당했지만 비교 불허에 가까웠다.
비결은 아무래도 배합에 있는 듯했다. 단원과 단원, 악기와 악기가 연신 서로 귀기울였고 절정에서 묵직한 힘과 설득력이 자연스럽게 배가됐다. 연주가 끝나고 청중의 박수 갈채에도 지휘자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단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세묜비치코프 #체코필하모닉
1 week ago | [Y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