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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윤호] 윤호 가족에게 많은 시작이 생긴 3월입니다.

안녕하세요.
시린 추위에도, 설레는 봄이 왔습니다.
오늘부터 윤호는 20개월 아기입니다.
오늘은 저희 가족 근황을 알려드리려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요.

2월부터 윤호아빠가 출근을 하게 되었고
당직 근무를 하기에
홀로 육아와 재활을 하느라 참 바빴습니다.
그와중에 제가 윤호에게 폐렴이 옮고 장염도 옮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살이 빠질 정도로 아파보니,
이제 혼자서 윤호를 돌보아야 하기에
체력과 면역력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 요즘,
힘들어도 꾸준히 조금씩 운동을 합니다.

윤호를 재운 뒤 밀린 집안일과 운동을 하고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거의 12시가 넘다보니
골아떨어지기 바빠 근황을 이제서야 씁니다.

윤호는 재활을 많이 다녔어요.
월,금 오후는 대학병원 재활,
화,목 오전은 종합병원 재활,
화요일 오후는 언어센터도 갔고요.
그리고 수요일마다 윤호가 옮겨갈
새로운 재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러 다녔습니다.
3월부터 오전에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윤호는 이제
월,수,금 오전 어린이집,
월,금 오후 대학병원 재활,
화,목 종일 낮병동 재활,
수요일 오후 언어센터를 갑니다.

그렇게 어제 처음 낮병동을 가게 되었어요.
낮병동은 하루 6시간을 병원에 상주하며
당일입원 당일퇴원으로
점심시간과 낮잠시간을 제외하곤
종일 재활치료를 하는 곳입니다.

점심시간도 낮잠시간도 짧기에
어릴땐 윤호의 컨디션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하여 안했었어요.
그러나 이젠 일반밥을 먹고 체력도 좋아진데다,
윤호의 몸 밸런스가 많이 무너져 집중 치료가
필요해졌기에 시작해보려 합니다.

어린이집은 화요일부터 가게 되었고
낮병동은 어제부터 가게 되었는데
마음이 참 복잡해졌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들뜬 것도 잠시,
어린이집에서 윤호와 동갑내기 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요.
걷고 뛰고 말하며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모습에
그간 눌러왔던 마음이 솟아 올라
제 머리를 쿵 쳤습니다.

'윤호도 아프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렇게 뛰고 말하고 다닐텐데'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누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울먹거리길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어젠 낮병동을 다녀왔는데
빡빡한 스케줄로 재활받는 아기, 유아, 학생들을 보며
더 마음이 복잡해져 집에오는길 울어버렸습니다.
'이게 현실인데 왜 난 아직도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마음이 아픈걸까'
'한창 뛰고 웃으며 놀 나이인데
난 윤호에게 하기 싫고 힘든 재활을
종일 시켜야하는구나'
'윤호가 유아가 되어도 학생이 되어도
계속 이 생활을 해야하는구나'
'이 생활이 나는 행복한가, 윤호는 행복할까...'

머리론 내려놓아야 한다는걸 알지만
마음이 잘 따라주질 않는다는 것은 참 괴롭습니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윤호아빠가 당직을 가고 혼자 윤호를 재운 날 밤,
집안일하며 펑펑 울다 문득 깨달았어요.
'행복을 남들의 기준에 맞추니
내가 불행하게 느껴져 슬퍼지는구나'

다양한 매체로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그들의 기준에 맞추려
아둥바둥 따라하게되고
뒤쳐지거나 따라가지 못한다면 속상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높아진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데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행복의 기준을 자신이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가난하지만 건강하니 행복하다.
나는 몸이 아프지만 여유가 많으니 행복하다.
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나는 마음껏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취미생활이 즐거워 행복하다 등등

모든게 다 잘되야 행복한게 아니라
내가 정한 몇가지 기준만 잘 되어도 행복하단걸요.

이렇게 나만의 기준을 정해야하는데
남들의 기준만 쳐다보고 욕심내느라
아쉽고 속상했던것 같습니다.
저렇게 윤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저렇게 자금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저렇게 나의 시간이 있었더라면 등등...

그래서 마음은 당연히 아쉽고 속상하지만
'속상할때는 장점만 생각해보자'며
저만의 기준을 만들기위해
조금씩 생각을 고쳐나가려고요.

이렇게 힘든 운동을 울어가며 재활하는 윤호가
불행하진 않을까 속상했지만,
'재활하며 엄마가 사주지 못하는 많은 장난감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과 1대1 상호작용하니 재밌을거야' 라며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윤호의 재활을 챙기느라 일을 못다니기에
늘 노심초사하며 허리띠를 졸라메고
바쁘게 살아 지치고 속상했지만,
'윤호가 아프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진작 윤호를 어린이집 보내고 일을 나갔을테니
가장 예쁠 시기를 함께 보내는걸 놓쳤을거야'라며
장점만을 생각하기로요.

이렇게 속상함을 먼저 줄여나가고
나만의 행복 기준을 고민하며 정해나가다보면
윤호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다같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윤호에게 몇가지 선천적 장애가 있지만
지금껏 건강한 편이었는걸요.
며칠전 600일에 웃으며 사진찍던 그런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걸요.
지금 건강하게 곁에 있는 가족들이
저의 첫번째 행복입니다.

윤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윤호가 아프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저의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7월 7일생 윤호는 역시, 저에게 복덩이입니다.

한달을 넘게 공고를 냈는데,
외지라 그런가 장애돌봄선생님께서
아무도 안오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윤호를 혼자 케어하다보니
힘도 부치고 갈수록 늘어나는 지출에
마음이 약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나가는 아이만 보였다하면 눈물흘리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지나다니는 아이들이
다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윤호의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느끼는 이 속상한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아질것 같아요.

어린이집 오티때 모래 공연으로
창작동화를 보여주셨는데,
모자라고 부족한 친구의 이야기더라고요.
알고보니 그 친구는 장애아였습니다.
서로 다른 단점이 있을뿐, 틀리고 모자란 사람은 없다며
장애통합 어린이집의 취지를 말해주셨어요.

새로 입학하는 몇십명의 아이들 중
장애 아이는 윤호 하나다보니
윤호를 위한 행사인것 같아 눈물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부모님을 위한 모래 공연.
'부라보 마이 라이프'

부라보 부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부라보 부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공연을 보다 결국 눈물이 흘렀습니다.
낯선 장소에서 굳어있던 윤호가 불안해할까봐
얼른 눈물을 훔치고 같이 노래하며 웃어주었지만요.

아마 잘 될 것 같습니다.
많이 부족한 부모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지금껏 용기있게 달려왔으니까요.
앞으로도 용기있게 달려가려 합니다.
찬란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요.

저희 가족의 여정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분들 덕에 용기를 냈고
용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용기내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다음주 금요일엔 윤호의 녹내장 재검이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이유없는 눈물이 자주 흘렀지만
이번 겨울, 윤호의 눈에서 이유없는
눈물이 쉴세없이 계속 흘렀습니다.
건조해서 안압이 오른건지
어디 다른데 문제가 생긴건지 모르겠습니다.
걱정이 되어 검사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별일 없기를, 검사가 잘 나오기를 응원해주셔요.

오늘은 윤호의 600일 사진과 어린이집 가기전 사진을
올립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고요.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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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 후원계좌는
신한 110-569-820014 오윤호 입니다.
보내주신 후원은 윤호를 위해 아껴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 months ago | [YT] |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