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을 열어보았다. 바닥이 반질반질 빛이 난다. 아침을 토스트로 해결했었다. 엊저녁에 남은 찬밥이 어데 갔을까. 볶음밥을 해먹을 계획이었다. 낭패다. 다시 밥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귀찮기도 하다.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먹다 남은 통닭이 보였다. 언제의 통닭일까. 아마도 일주일은 넘어 보인다. 저것을 컵라면에 넣고 끓이면 괜찮은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았다.
물을 냄비에 담고 컵라면을 개봉하여 부었다. 잘 안 빠진다. 거꾸로 힘차게 흔들어 보았다. 밀착된 면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바닥에 내리쳤다. 안에 들어 있는 말린 채소가 산산이 흩어졌다. 아깝다. 쓸어 담아 물에 퐁당 떨어트렸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통닭을 가늘게 찢어 투척했다. 강한 불에 맹렬히 끓어오르는 물 사이로 닭고기가 춤을 추었다. 청양고추 하나 송송 썰어 대파와 함께 넣었다. 매운 기운과 구수함이 더해진 국물은 진국이 되어 코끝을 자극한다. 완성이다.
빵 쪼가리가 땡땡 얼어 있었다. 먹다 남은 빵이다.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크림빵을 먹고 나면 설사 직방이다. 화장실 들락날락하느라 진땀을 빼야 한다. 먹을 만큼만 사 오면 냉장고에서 잠잘 일 없을 것인데, 으레 산더미처럼 사 온다. 가족 모두 다 같이 먹자는 것이란다. 신속히 먹자는 것이, 내 주장이지만 냉장고로 들어간 빵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누가 먹으라는 것인가. 전업주부로 전락한 나를 식순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놔두면 해를 넘길지도 모른다. 물에 넣어 삶아 보았다. 약한 불에 말이다. 먹어 보니 맛이 좋았다. 크림을 제거하고 굳어 딱딱했던 빵은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했다.
김치통을 열어보았다. 해묵은 김치에서 쉰내가 진동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국물을 버리고 묵은지를 물에 담갔다. 소금기를 빼야 했다. 양념을 준비했다. 멸치 대가리를 비틀어 버리고 내장을 발라냈다. 전자레인지에 넣어 비린내를 제거했다. 수분이 달아난 멸치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부어 불꽃을 키웠다.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았다. 다시 멸치를 넣고 버무렸다. 냄새 좋다. 소금기가 빠진 묵은지를 잘게 썰어 넣었다. 가장 센 불로 지지고 볶고 뒤집어 다시 한번 볶아 불을 줄였다. 설탕 한 숟가락과 참기름을 두어 방울 떨어뜨려 맛을 더했다. 맛있다. 다들 맛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아이 참네, 냉장고 깊숙이 못 보던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갓김치다.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맛있는 갓김치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살림에서 손을 놓은 그녀는 버리자고 한다. “아니올시다. 벌 받습니다” 단호히 거절하고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왔다. 프라이팬을 기울여 기름을 모았다. 고기를 꺼내고 나서 갓김치를 구웠다.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으로 말이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극구 말린다. 편견이다. 적당히 먹으면 좋고 나쁜 음식이 따로 없다는 것이 나의 진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뒤집기를 반복하여 볶아 냈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갓김치는 먹음직스러웠다. 상추에 삼겹살 한 조각, 마늘과 방금 볶아 낸 갓김치 한 조각을 넣어 쌈을 해서 먹어 보았다. 꿀맛이다. 삼겹살에 갓김치 만찬은 아주 훌륭했다. 평점 9점을 받았다. 난 폐기물처리반장이다.
말까시TV
^폐기물 처리반장^
밥통을 열어보았다. 바닥이 반질반질 빛이 난다. 아침을 토스트로 해결했었다. 엊저녁에 남은 찬밥이 어데 갔을까. 볶음밥을 해먹을 계획이었다. 낭패다. 다시 밥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귀찮기도 하다.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먹다 남은 통닭이 보였다. 언제의 통닭일까. 아마도 일주일은 넘어 보인다. 저것을 컵라면에 넣고 끓이면 괜찮은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았다.
물을 냄비에 담고 컵라면을 개봉하여 부었다. 잘 안 빠진다. 거꾸로 힘차게 흔들어 보았다. 밀착된 면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바닥에 내리쳤다. 안에 들어 있는 말린 채소가 산산이 흩어졌다. 아깝다. 쓸어 담아 물에 퐁당 떨어트렸다. 물이 끓기 시작했다. 통닭을 가늘게 찢어 투척했다. 강한 불에 맹렬히 끓어오르는 물 사이로 닭고기가 춤을 추었다. 청양고추 하나 송송 썰어 대파와 함께 넣었다. 매운 기운과 구수함이 더해진 국물은 진국이 되어 코끝을 자극한다. 완성이다.
빵 쪼가리가 땡땡 얼어 있었다. 먹다 남은 빵이다.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크림빵을 먹고 나면 설사 직방이다. 화장실 들락날락하느라 진땀을 빼야 한다. 먹을 만큼만 사 오면 냉장고에서 잠잘 일 없을 것인데, 으레 산더미처럼 사 온다. 가족 모두 다 같이 먹자는 것이란다. 신속히 먹자는 것이, 내 주장이지만 냉장고로 들어간 빵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누가 먹으라는 것인가. 전업주부로 전락한 나를 식순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놔두면 해를 넘길지도 모른다. 물에 넣어 삶아 보았다. 약한 불에 말이다. 먹어 보니 맛이 좋았다. 크림을 제거하고 굳어 딱딱했던 빵은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했다.
김치통을 열어보았다. 해묵은 김치에서 쉰내가 진동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국물을 버리고 묵은지를 물에 담갔다. 소금기를 빼야 했다. 양념을 준비했다. 멸치 대가리를 비틀어 버리고 내장을 발라냈다. 전자레인지에 넣어 비린내를 제거했다. 수분이 달아난 멸치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부어 불꽃을 키웠다.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았다. 다시 멸치를 넣고 버무렸다. 냄새 좋다. 소금기가 빠진 묵은지를 잘게 썰어 넣었다. 가장 센 불로 지지고 볶고 뒤집어 다시 한번 볶아 불을 줄였다. 설탕 한 숟가락과 참기름을 두어 방울 떨어뜨려 맛을 더했다. 맛있다. 다들 맛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아이 참네, 냉장고 깊숙이 못 보던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갓김치다.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맛있는 갓김치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살림에서 손을 놓은 그녀는 버리자고 한다. “아니올시다. 벌 받습니다” 단호히 거절하고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왔다. 프라이팬을 기울여 기름을 모았다. 고기를 꺼내고 나서 갓김치를 구웠다.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으로 말이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극구 말린다. 편견이다. 적당히 먹으면 좋고 나쁜 음식이 따로 없다는 것이 나의 진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뒤집기를 반복하여 볶아 냈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갓김치는 먹음직스러웠다. 상추에 삼겹살 한 조각, 마늘과 방금 볶아 낸 갓김치 한 조각을 넣어 쌈을 해서 먹어 보았다. 꿀맛이다. 삼겹살에 갓김치 만찬은 아주 훌륭했다. 평점 9점을 받았다. 난 폐기물처리반장이다.
1 year ago (edited) | [Y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