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김해마 Haema in Cinema

🐝🐝🐝 <부고니아> 후기: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꿀벌지기 이야기 🐝🐝🐝


작년 12월 뉴욕 한복판에서 발생한
보험사 대표 피살 사건이 기억납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대중의 반응은 총격범의 분노에 공감을 표하고
기업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꼬집는 분위기가 많았죠.

엠마 스톤이 분한 제약회사 CEO 미셸 역시
처음에는 억울한 피해자로만 보이나,
인간성이 절제된 듯한 그의 말투와 사고 방식에
얼마 안 가 우리는 불쾌한 기시감을 느끼게 됩니다.

미셸네 회사의 비윤리적 실험으로 인해 엄마를,
환경 파괴로 인해 아끼는 벌들을 잃게 된 납치범 테디는
아무리 침착하게 말하려 해도 감정이 폭발하지만요.


🐝🐝🐝


놀라운 점은 영화가 테디를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또 하나의 가해자로 그린다는 점에 있어요.

테디는 장애가 있는 동생 돈을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고,
그가 화장실에 가는 것마저 제한하고 통제합니다.
"미셸은 우리를 조종하려 하니 조심해" 라는 그의 말에
"네가 하는 건 조종이 아니야?" 라고 묻고 싶어지는 이유죠.

그의 모순이 가장 격렬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아무래도
"벌들은 성실해서 좋다"는 미셸에게
"착취하기 좋다는 소리냐"며 비꼬는 장면일 거예요.

이게 왜 이상하냐고요? 테디 본인이 바로 양봉장 주인이잖아요!


🐝🐝🐝


원작에서도 병구가 결코 선인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훨씬 더 연민 어린 시각으로 묘사되었죠.

그렇기에 원작이 병구(病球)가 만식(萬食)을,
즉 만물을 탐욕스럽게 먹어 치우는 인류를
병들고 황폐해진 지구가 심판하려는 내용인 반면
이번 작품은 테디도 만식의 또 다른 모습이라 말하는 듯합니다.

빵집 주인의 이기심이 좋은 빵을 만든다는 격언과 달리
해로운 빵을 속여서 팔거나 종업원을 혹사하고,
공동체를 해쳐서 이윤을 추구하는 빵집 주인이 많죠.

그런데, 빵집 손님이나 직원은 무고한 사람일까요?
"나는 피해자"라고만 생각하는 우리들의 상당수는 사실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의 타락에 기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설국열차>가 미셸과 같은 이들을 타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논한 지 10여 년이 지나
<부고니아>는 한 발 더 나아가 미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성찰이 필요함을 말하는 작품 같네요.

...라는 이야기를 현재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 중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불평등과 계급 갈등이 심해지는 지금 이 시대에
다시 한 번 날카로운 경고를 날리는 작품,
<부고니아>를 추천해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떻게 지구를 구하고 계신가요?

#부고니아

2 weeks ago | [Y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