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 류재언변호사

#탄핵선고에대한생각

1. 최근 12년 사이 세 번의 탄핵 소추가 있었다. 한 번은 기각, 두 번은 인용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9년 사이 두명의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나라이다.

2. 지난번 탄핵 인용도 전원 일치로, 이번에도 헌법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을 인용하였다.

3. 만일 헌법재판관 중 한명이라도 기각 의견을 내었다면, 윤석열의 계엄행위를 고도의 통치행위라 해석할 여지를 남기게 되어 미래 세대에 또 다른 계엄의 불씨를 살려둘 염려가 있었다.

4. 하지만 윤석열 본인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 마저도 탄핵 인용에 찬성했다는 것이 한 명의 헌법재판관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생각된다.

5. 내부적으로는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을 조율하느라 누구보다 고생했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커다란 경의를 표한다. 이번에도 드러났지만 판사는 극한의 직업이다.

6. 주문을 미괄식으로 해둔 것은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법리적 완결성을 위한 장치이지만 자본주의 미디어의 이해와도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만일 두괄식으로 주문을 이야기했다면 아무도 미디어를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래야할지는 의문이다.

7. 민주주의는 더디다. 참으로 더디다. 12월 3일 새벽 발생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믿기지 않는 행위에 대한 파면 결정을 이끄는데 이토록 오랜 진통과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야만 했다.

8. 하지만 그래서 자신의 개인적 감정에 분개해 무력으로 뜻을 관철시키려는 쪽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우아함이 있다.

9. 내겐 '파면의 시각'을 명시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 한 문장을 읽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 왔는지, 그리고 지금부터 새로운 시간이 시작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다.

10.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말기를. 두 번 다시는 이런 대통령이 나타나지 말기를. 이 지경이라도,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긍정해 본다.

[주문]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덧. 문형배 판사는 경남 진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동시대 진주에서 한의원을 하며 평생 모은 돈 수백억원을 기부하며 살아온 어른 김장하 선생님으로부터 아무런 조건없이 장학생으로 선발이 되어 그 장학금으로 대학생활을 한 학생이었다.

2019년 4월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김장하 선생이 안 계셨더라면 판사가 못 됐을 것이다. 그분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유일한 잣대로 살아왔다."고 밝혔다.

오늘 김장하 선생님은 오랜만에 두 다리 뻗고 편안한 단잠에 빠지시리라 생각된다. 이번 주말 시간이 되시는 분은 넷플릭스에 있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정주행하길 권해드린다.

#파면에대한단상

4 months ago | [YT] |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