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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쓴 책 <라이프 트렌드 2025 : 조용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 2편

제 2장 텍스트 힙과 모형책의 묘한 관계


독서열풍을 주도하는 Z세대, 그리고 책의 변신. 텍스트 힙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에 Hip을 붙여 책 읽는 것이 멋있다는 의미로 쓴다. 국제불명이며 한국에서 만들어 우리끼리 만 쓰는 말이다. 텍스트 힙의 중심 세력은 20대 여성이다. 세대로는 Z세대이다.


책은 사지 않지만 모형 책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도서관은 가지 않지만 도서관 같은 쇼핑몰을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책을 읽지 않아도 굿즈처럼 사는 사람도 생겨났다. 독서보다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런 현상 모두가 사실은 책의 종말이 아니라 책의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제3장 Solopreneur,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의 시대



Solopreneur는 Solo와 기업가 뜻인 Entrepreneur의 합성어이다. 즉 1인 기업가다. 결정적 이유는 생성형 AI 열풍이 만들어낸 증강인류(과학기술의 힘을 활용해 지적. 신체적. 정서적 능력이 크게 향상된 인간) 때문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기업적 가치를 가지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포브스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칼럼리스트 Aytekin Tank가 쓴 "지금이 솔로프러너가 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다. 그는 2023년에 바 업무를 자동화하라는 책을 발간하였는데 이 책의 부제가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달성하고 중요한 일을 위해 두뇌를 절약하라'다. AI도구와 업무 생산성 도구로 문제를 해결하고 혼자 일하기 수월한 환경을 구축한다면 어떨까? 당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은 던져보아라.


프리 에이전트보다 솔로프러너가 더 방향성이 맞다. 사교육의 중심이 입시 위주에서 직업 및 직무 능력 위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한번 배운 것은 평생 써먹는 시대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것을 배워야 계속 일하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1인이지만 대규모 조직을 가진 기업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1인 기업의 새로운 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유튜브가 방송 산업을 바꾸고 콘텐츠 분야의 솔로프리너를 양산한 것처럼 생성형 AI로 인해 음악, 영화 등의 분야에서 솔로프리너의 양산이 예상된다. 음악 작곡뿐아니라 영화 제작에서도 생성형 AI로 놀라운 영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누구나 자본 없이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전쟁 영화, SF영화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바야흐로 1인 매체, 그것도 지역 소도시 기반의 인터넷 매체가 특종보도를 하여 사회젹 큰 반향을 일으키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로컬은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고, 오프라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1인 매체도 얼마든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시대다. 이제 혼자서도 언론 매체로서,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 만큼이나 기술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필수다.




제4장 자발적 고립주의자들의 시대



최근 들어 자발적 고립주의들의 대표격인 쇼펜하우어 열풍이 우리 사회에 거세게 몰아쳤다. 1인가구와 비혼주의자의 증가, 극단적 개인주의의 만연은 더욱더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2025년 외로움과 고립에 대한 더 진전된 욕망, 더 진화한 사회상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줄까? 갈수록 1인 가구와 비혼주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개인주의가 주류인 시대가 되었다. 더이상 우리는 함께 어울려 일하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 하지 않는다.


19세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에 한사람으로 철학, 문학, 예술, 과학등 여러분야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쇼펜하우어 이다. 평생 고독한 철학자로 살아간 그는 내향적인 사람, 자발적 고립주의자 였다.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앙드레 지드, 톨스토이, 안톤 체홉, 모파상, 카를 융, 찰스 다윈, 조지 버나드 쇼 등 셀 수 없이 많은 철학자, 작가, 음악가들이 쇼펜하우어를 탐구하고,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슴을 고백하였다. 심지어 프리드리히 니체도 쇼펜하우어 때문에 자기도 철학을 하였다고 했다.

2023년 9월에 출판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출간 7개월만에 60만 부를 넘겼다. 사람과의 관계를 기피하며 자발적 고립에 빠져드는 이들이 늘어났고 메신저로는 대화하지만 전화통화는 기피하는 콜 포비아도 확산되었으며 현실에서 도피해 쇼트나 유튜브 영상중독에 빠지는 이들도 늘어났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 이라는 입장이다. "인생은 혼자다. 혼자서도 단단해질 줄 알아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사르트르는 "우리는 타인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잣대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에 살고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타인들의 판단과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결국 타인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문제인 것이다.

어쩌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한국인일지 모른다. 경제력에 있어서는 분명 세계에서 상위권일 정도로 풍요로운데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최상위권이고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실존주의는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이다.

사르트르는 자신의 철학을 실존주의라고 명명한 최초의 철학자이다. 타인 자체가 지옥이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지옥을 만든다. 그러니 "타인은 소음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타인의 긍정적인 말은 기분좋게 들으면 되고 부정적인 말은 소음이라 여기고 무시하면 된다. 부정적인 말과 진심 어린 조언은 다르다. 내가 조언을 요청했을 때가 아니면 상대의 말은 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나 오만한 참견과 잔소리에 불과하다.

어떻게 타인의 소음을 통제할 것인가?
한국에서도 마음챙김, 명상이 트렌드가 되었고, 자신의 중심을 잡고 자신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이들이 늘었다. 철학열풍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왜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을까? 타인과의 비교때문일까?

글로벌 조사기관 입소스의 세계행복 2024에 따르면 30개국의 평균은 "행복하다 71% vs 불행하다 29%인데 반해 한국은 48% 대 52%이다. 추세를 보면 더 놀랍다. 2011년에는 71%가 행복하다 였다. 12년 간 한국인의 행복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일본과 한국이 비슷하게 늘 최하위권이다. 두 나라는 경쟁이 치열하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혼율도 계속 높아지고 출산율도 OECD 최하위권이다. 세대갈등 이슈가 계속 제기되는 공통점도 있다.
행복지수는 GDP와 기대 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으로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한국은 2012년 첫 보고서 때 56위, 계속 50-60위권이다. OECD 국가중 늘 최하위권이다. 돈도 문제지만 타인과의 비교가 근본 배경에 큰 요인으로 짐작케한다.
자연인 또는 은둔형 외톨이가 이유가 무엇이든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소 6개월 이상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본서는 히키코모리 라는 은둔형 외톨이 이다.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9-34세,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54만명 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청년 은둔형 외톨이가 가장 많은 지역이 서울이며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도 서울이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 정부 추산 히키코모리는 약 146만명, 그 중 40대가 40% , 60세 이상이 25%이다. 경쟁에 대한 압박감도 크고, 학벌주의, 타인과의 비교도 일본과 한국이 심한 편이다. 성적 부진과 학업 스트레스. 진학과 취업 실패 등 문제로 1020세대에 시작된 은둔형 외톨이가 3040세대를 지나 5060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자립적 고립처럼 보여도 엄밀히 말하면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도태되고 고립된 것이다. 자립적 고립은 필요하면 다시 사회로 나가는 경우를 말한다.

방송의 나는 자연인이다와 나혼자 산다 프로가 6-8%의 높은 시청률과 10년 이상 롱런하고 있다. 자립적 고립이 일시적 관심, 반짝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자 보편적 문화 트렌드가 된 셈이다.


이미 유럽은 결혼은 비주류가 되고 동거가 결혼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80년 40만 건이던 혼인 횟수가 2023년 19만 건으로 반토막 났다. 최근 3년간은 비슷하다. 1인 가구도 1980년 4.8%였는데 2023년에는 35.5% 였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1인가구와 자발적 고립과 느슨한 연대는 긴밀히 연결되는 화두다. 우리사회는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로 학연,지연. 혈연이 강하던 사회였는데 갈수록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연결된 혈연, 학연, 지연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인맥은 단순히 아는 사이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히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집단주의가 퇴조되고 개인주의가 부각되면서 인맥의 힘도, 인맥을 활용한 불공정, 불투명도 줄어든다. 2030 세대 직장인은 연차와 나이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며, 이것이 한국 기업에서 세대 갈등, 조직 문화 이슈의 중요 배경 중 하나가 된다.
서로 연결로 인한 장점은 일부 취하되 그런 연결이 주는 부담스러움 이나 복잡함은 덜어내겠다는 느슨한 관계를 만들어 내었다. 개인주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결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결혼관이 바뀌면 가족관이 바뀌고 출생과 자녀에 대한 태도도 바뀔 수 있다. 이 변화는 유럽이 먼저 겪었고 미국도 겪었고 어느새 우리도 겪고 있다.
느슨한 연대는 궁극적으로 패러다임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2025년에도 우리는 계속 느슨한 연대가 미칠 영향에 종속해야 한다.



출처: <라이프 트렌드 2025 : 조용한 사람들>, 김용섭, 도서출판 부키

7 months ago | [Y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