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아재John

2025년 9월23일 화요일 날씨 더움.

어렴풋 1990년 한국의 여름이 생각이나는 날씨이다. 무더운 햇볕이 나의 피부를 간지르자 내 머릿속 세포들이 오래전 향수를 느껴본다. 요즘들어 느껴보기 힘든 아무것도 걱정없이 즐거웠던 그날들. 역시 날씨가 내 기분을 만져주는것은 무시할수 없나보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핸드폰을 켜본다. 생각없이 그냥 손은 저절로 움직여 인스타그램을 누른다. 정처없이 그냥 바라보는 영상들. 분명 나에겐 전혀 도움도 되지도 안고 시간만 잡아 먹는 그런것들이지만, 도대체 끊을수가 없다. 내 손안에 이 모든세상이 들어 있다. 자극적이면서 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갈수 있는, 내 손안의 세상. 그렇게 훌쩍 몇시간이 흘러버린다. 엎지러진 물… 지나간 시간…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시간동안 다른 의미 있은걸 했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차피 인생이 이런거지 뭐.. 그냥 이순간 즐기다 가는거지 뭐..
하지만 그 즐길수 있는 그 시간도, 내 깊숙이 있는 그 짐들에 갑작스레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쩌지? 도대체 내 인생을 왜그런거지?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두려움. 모든것이 괜찮을지도 라는 빛에 갑자기 몰려드는 어둠의 그림자. 근데 보면 딱히 잘못한것도 없고 딱히 두려워 할것도 없다. 원래 인생이란것이 이런것인데.. 전엔 이것보다도 더 했었는데… 그리고 보면 인생이란것이 원래 빛과 그림자 같이 가는것인가보다.
밖으로 나가본다. 서늘한 밤바람. 괜시리 시원하고 좋다. 그래 이것이 인생이지. 시원히 즐기다 가는게 인생이란거지. 후라시를 들고 거리를 걸어본다. 뚜벅뚜벅 걷고 있는데 저기 풀숲안 검은 어둠속 뭔가가 궁금해진다. 바로 후라시를 켜보는데… 앗!!! 큰일날뻔했다! 거미줄에 5센치는 되어보이는 뚱뚱한 거미가 있는게 아닌가! 분명 내 집안에서 편하게 누워 있다 집앞에 나왔는데, 밖은 야생이구나. 이 거미도 치열하게 먹이를 잡으러 살아가고 있구나 세삼 느껴본다. 저 거미는 어떻게 저렇게 까지 클수가 있었을까? 분명 애기때부터 야생에서 밤마다 사냥하며 살았을텐데.. 정말인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껴있네? 뭉게구름이 아닌 계단식 얇은 여러개의 구름들. 분명 그 구름사이로 빛이 보였다. 달은 어디있지? 자리를 옮겨본다. 빛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달이 안보인다. 그리고 블록을 걸어 코너를 도니 건물에서 나오고 있는 밝은 불빛들이 보인다. 아, 달빛이 아니었구나. 난 뭘 쫓고 있었던것이지? 그것이 진실일줄 알고 쫓았는데, 알고보면 다 부질없는것인가?
소파에 앉았다. 오늘 낮 더위가 지붕을 타고 내 머리에 내려 앉는다. 캘리포니아의 인디언 섬머인가? 늦가을에 찾아오는 기분좋은 더위? 아님 기분날뛰는 더위? 다시 선풍기를 틀고 숨을 내쉰다. 그렇게 오늘도 흘러간다.

1 month ago | [YT] |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