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호 목사의 묵상일기 [신평침례교회]

* 적반하장 (賊反荷杖)

우리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방귀 뀐 놈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 성내야 할 판에 방귀를 뀌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으면서도 도리어 자기가 화내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요?

적반하장

도둑놈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말입니다.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한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내거나 남을 업신여기는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과 같은 말입니다.

도둑이 도둑질하다가 걸렸으면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하면 될 것을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 주인 행세하는 심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방귀 뀌고 성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귀 뀌고 바로 고백해야 했습니다.
"내가 방귀 뀌었습니다. 불쾌한 냄새를 피워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이게 때로는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잔머리를 굴립니다.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태세전환을 시도합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칭찬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방귀를 뀌었다고 고백하는 순간 하이에나들이 몰려와 물어뜯을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화를 내면서 공세적 자세를 취하자! 아니면 시치미를 떼고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난 슬그머니 빠지자!"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라 했던가요?
물러서는 순간 난 끝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도둑인 줄 알지만 살기 위해서는 몽둥이를 들고 주인이라도 몰아 부처야 합니다.

이것이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똑똑한 처세술이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나도 방귀를 뀌어 보았기에 이 정도는 압니다.

적반하장!

아무리 자존심이 상하고 명예가 걸린 급한 경우라 해도… 그래도 도둑 주제에 몽둥이를 들고 주인 행세는 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러면 안 됩니다.

그것이 양심입니다.

양심이 무뎌지면 뻔뻔해집니다.
양심이 무뎌지면 염치가 없어집니다.
뻔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염치가 없어야 버틸 수 있는 세상!

최소한의 양심도, 염치도 없는인간군상들을 보며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잘못한 일이 들어 났으면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적반하장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듦>

2025년 11월 22일
강원도 신평교회 신익호 목사

1 month ago | [Y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