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오페 Open Page

문학은 시대를 담아야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오셀로와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유색인종과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꼬집었습니다.
D. H. 로렌스는 당시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욕망과 자유롭게 사랑할 권리를 주장하였고
T. S. 엘리엇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폐허가 된 유럽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지식인, 스스로를 비판했으며
나다니엘 호손은 <주홍 글씨>를 통해 미국 종교의 근본, 청교도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선과 비인간성, 부도덕함을 고발했습니다.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들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닙니다.
시대의 문제를 포착하고, 작가의 목소리로 이를 비판하며,
궁극적으로 후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입니다.
문학을 배우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시대를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야 구독자 천 명에 겨우 도달한, 작고 미약한 저희라
감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 타당한지 너무나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희에게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빠져나갈 것이고,
지금 제 행동을 후회할 날이 언젠가 올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문학도로서 문학의 본질을 따라가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의 정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주권 권력의 위험성에 대해 주장합니다.
주권 권력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존재로, 이것이 법과 국가로 향하면 법의 효력이 멈춘 계엄령이 되는 것이고
사람에게 향하면 어떤 법적, 집단적 보호에서 벗어난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지만 죽여도 되는 생명'
즉, 호모 사케르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우리는 수많은 호모 사케르와 예외상태 위에서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마녀사냥, 냉전, 매카시즘, 좌우 진영 간의 대립 여러 문제 속에서
누군가는 희생되고 누군가는 권력을 쥐는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에서 살아왔습니다.
복종하고 순종한다 할지라도, 권력자의 판단에 의해 호모 사케르로 규정되는 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하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권력자에 의해 죽여도 되는 존재로 명명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모두 호모 사케르가 될 가능성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에 저항해야 합니다.

너무나도 길고, 감정적인 글이 되었습니다.
다음 영상에 다룰 작품, 실비아 플라스의 시 <Daddy>의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I have always been scared of you,
With your Luftwaffe, your gobbledygoo.
And your neat mustache
And your Aryan eye, bright blue.
Panzer-man, panzer-man, O You--
난 늘 당신을 두려워했었죠.
당신의 독일 공군도, 이해할 수 없는 당신의 복잡한 언어도.
그리고 당신의 말끔한 콧수염과
파아란 빛을 띄는 당신의 아리아인 눈
장갑차의 남자여, 장갑차의 남자여, 아 당신–


Not God but a swastika
So black no sky could squeak through.
Every woman adores a Fascist,
The boot in the face, the brute
Brute heart of a brute like you.
주님의 십자가가 아니라 나치의 만(卍) 자 문장
얼마나 새카만지 하늘마저 가려져 볼 수 없을 거예요.
모든 여성은 파시스트를 경배하도다.
얼굴을 짓누르는 부츠, 그 야수 같은
당신 같은 야수가 지닌 야수의 심장

1 year ago (edited) | [Y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