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과대안

<한미 통상 협상.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무책임한 회피를 규탄합니다.>


일본과 미국의 통상 협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훗날 더 많은 정보가 나오면 제대로 평가되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기사에 따르자면 일본이 미국에(정확하게는 트럼프에)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의 고약한(혹은 위험한) 카리스마가 실무자들의 치열했던 협상 노력들을 한 순간에 휘저어 버립니다.
일본은 그것 까지도 염두에 뒀어야 되고, 어쩌면 그 것이 미국 측이 준비하지는 않았더라도 예상하고 있었던 비장의 한 수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협상 과정과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최소한 일본 보다는 나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일본 보다 나은 협상이라는게 뭘까요? 제 눈에는 일본의 협상 결과도 굴욕적이고 최악으로 보입니다.)
과정만 놓고 비교해 볼 때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못 미치는 협상 실력이었는데(미국과의 고위급 대화가 그래도 일본은 여러 번 있었죠. 총리부터 해서) 결과인들 일본 만큼이나마 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장막 뒤에서 한국 측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통상에 임하는 최소한의 전략과 개요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진솔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부분은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정부의 큰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내주고, 무엇인가는 지키는 협상일 수 밖에 없는데,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해질 수 있는 문제를 정부의 책임 있는 사람이 아무도 나서서 설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은 대선이 있기 전 시기에 김민석 최고위원의 1인 시위, 각종 논평과 성명 등을 통해 한덕수 권한대행, 최상목 권한대행의 한미 통상 협상 진행을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한 마디로 못 믿겠으니 다음 정부에 넘기라는 뜻이었죠.
뭔가 협상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경우 한덕수 권한대행의 위상이 올라갈까봐 그걸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정도로 자신이 있었으면 이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책임지고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간 아닌가요?
그렇게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면서 중차대한 한미 통상 국면에서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꼭꼭 숨어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한미 통상협상을 측면지원하겠다고 미국에 건너간 (한미의원연맹 소속 10인 중) 민주당 국회의원 일부가 공식 일정이 아닌 행사에 참여해서 트럼프 탄핵안을 발의하고 재발의했던 경력이 있는, 그리고 얼마 전에도 트럼프와 한바탕 했던 브래드 셔면 상원의원에게 한반도 평화 법안 발의에 대해 '국회를 대표해 깊은 감사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참 눈치 어지간히 없는 사람들입니다. 아예 재를 뿌리시기 바랍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조정식, 서영교, 김영배.


어차피 시간표가 정해져 있는 협상입니다. 현재 미국은 EU 및 중국과의 협상에 우선적으로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출국 한 시간 전에 이메일로 약속 취소를 당하기도 하고, 애써 미국에 갔는데 마르코 루비오 국무 장관 코빼기도 못 보고 (유선?) 협의만 하고 오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정해진 시간 안에 타결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의 없이 줄에 매달아 놓고 조롱하는 듯한 미국 측의 협상 태도가 참 거시기 합니다.
압도적인 협상력의 우열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더 치밀한 다각도의 협상안을 들이밀고 더 책임있는 분들이 얼굴 까고 나섰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협상 전략은 없고, 실무자들의 전문적인 각론만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꼭 일본과 비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일본 같은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한미 통상 협상.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무책임한 회피를 규탄합니다.
그런 자리는 원래 국가에 가장 중요한 일을 총대 매고 나서서 하라고 있는 자리 아니었던가요?

7. 25 모색과대안 올림

* 7월 25일 금요일 방송은 쉽니다.
* 사진은 강릉 앞바다를 지난 주에 아는 친구가 찍어서 보내준 것입니다. 거친 파도와 잔뜩 낀 먹구름 사이에서도 햇살이 틈새를 타고 작은 바위를 비추고 있습니다. 저 바위는 굳건히 견딜 겁니다.

1 month ago | [YT] | 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