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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루이 로르티

"아무 연관 없는 곡들로 연주회를 꾸미는 걸 좋아하진 않습니다."

캐나다 피아니스트 루이 로르티는 연주 직전 해설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고른 이날의 주제는 변주곡. 베토벤부터 토머스 아데스까지 고전과 낭만,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변주곡들을 선별했다. 그는 "베토벤과 멘델스존에서 출발하는 음악적 여정"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변주곡을 들을 적엔 연주를 별로 따지거나 평하지 않는다. 대신 '즉석 시험'을 치른다. 변주가 총 몇 곡인지 맞혀보는 것이다. 이날 연주곡은 다섯 곡, 변주는 총 80개. 음악회를 알리는 알람이 시험 종소리처럼 들렸다.

첫 곡인 베토벤의 '자작 주제에 의한 32개의 변주곡'은 다행히 32개를 맞혔다. 실은 정확한 채점보다는 가채점에 가깝다. 잘못 끊었지만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변주들이 짧아서 비교적 쉽게 셀 수 있었다.

곧바로 다음 곡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 초반부터 잠시 딴 생각으로 흐르는 바람에 그만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전체 17개 변주 가운데 14개에 그쳤다.

실은 틀려도 큰 문제는 없다. 악보를 보거나 작품 분석을 하지 않았어도 곡의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험 시간'도 잘 흐른다. 전반 마지막 곡인 포레의 '주제와 변주'는 재시험곡이었다. 몇 달 전에는 두어 개 틀렸던 것 같은데 다행히 11개에서 끝났다. 물론 역시 가채점일 뿐이다.

후반에 최고 난제가 있다. 1971년생 영국 작곡가인 아데스의 '블랑카 변주곡'은 당장 곡명부터 낯설었다. 수시로 건반을 오르내리고 불협 화음으로 빠지는 바람에 '주제 파악'부터 쉽지 않았다. 다행히 변주는 5개. 다음에 다시 듣더라도 0점을 면하긴 쉽지 않을 듯했다.

마지막 곡인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 주제에 의한 15개의 변주곡과 푸가'는 영웅 교향곡 4악장의 주제와 같다. 그래서 '영웅 변주곡'으로도 불린다. 맘을 놓고 있었는데 복병이 있었다. 15개의 변주곡 이후 찾아오는 푸가와 그 뒤의 추가 변주곡의 경계가 아직 불분명했다. 아무래도 베토벤과 멘델스존부터 언젠가 재시험을 봐야 할 것 같았다. #루이로르티

3 weeks ago (edited) | [Y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