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의 한자마당] '근정훈장' 명칭 유감… 이름과 실제가 다른 근정훈장 다섯 등급 명칭
영남일보에 올린 글입니다.
발행일 2023-02-03 제38면
'근정훈장'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설명이 이렇다. "군인과 군무원을 제외한 공무원 및 사립 학교의 교원으로서 그 직무에 힘써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 청조(靑條)·황조(黃條)·홍조(紅條)·녹조(綠條)·옥조(玉條)의 다섯 등급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정훈장'이란 명칭은 무난하게 보이나, 등급을 가리키는 청조장, 황조장 등의 이름은 문제가 많다. 국가의 공식 훈장에 대한 이름치고는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근거와 논리가 전혀 없다. 이름을 보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대체로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근정훈장의 다섯 등급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근정(勤政)은 경복궁의 근정전과 같은 글자다. 근정전의 '정'은 정치를 뜻하겠지만, 근정훈장의 '정'은 정부 관리나 그들의 직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서훈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볼 때 적절한 작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조'니 '황조'니 하는 다섯 등급의 이름은 그렇지 않다. 우선, 한자 '條(줄 조)'를 모르면 그 뜻을 알 수 없다. '청조'는 푸른색 줄을 뜻한다. 따라서 푸른색 줄이 있어야 '근정훈장 청조장'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청조장'에는 푸른색 줄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푸른색 줄이 없으면 '청조장'이 아니며, 노란색 줄이 없으면 '황조장'으로 불러선 안 된다. 그러나 근정훈장 다섯 등급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름에 해당하는 색의 줄은 보이질 않는다. 이름과 실제가 맞질 않는다. 붉은색 기와집을 지어놓고 '청와대'라 부르는 격이다.
근정훈장의 유래를 살펴보면 왜 그런 명칭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유를 알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금의 근정훈장은 1952년에 만들어진 '소성(素星)훈장'을 1967년에 이름을 바꾼 것이다. 또한 청조를 비롯한 다섯 등급은 소성훈장 때 이미 있던 것이다. 애초에 '소성'이라 이름을 붙인 이유나 다섯 등급을 색으로 구분한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근정훈장으로 바꾼 이유가 바로 그 불분명한 명칭에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원래의 소성훈장은 이름 그대로 금속제의 '흰 별'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청조 소성훈장'은 푸른색 줄이 있는 리본에 흰 별 모양의 금속을 매단 것일 뿐 어떤 의미나 가치는 찾아볼 수 없다. 파란색이 왜 노란색보다 높은 등급인지 누구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성훈장의 경우 최소한 이름의 뜻과 훈장의 실제 모양만은 일치하였다. 붕어빵에 붕어는 없을지라도 모양만은 붕어를 본뜬 것처럼.
그러나 다섯 등급의 근정훈장은 '근정'이란 이름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제시하질 않는다. 애초에 등급을 따질 수 없는 색깔로 서열을 나누면서도 훈장 실물의 모양은 명칭과 철저히 무관하다. 의미가 없는 이름은 바꾸어야 한다. 색을 서열화해서도 곤란하다. 국가 행정기관이 사실과 다른 이름을 붙인다든지 이름과 다른 실물을 만드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청조·황조란 명칭을 고집하는 것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기만하는 행위다. 청조장에 푸른색 줄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이름을 붙인 사람들조차 의미를 몰라서 그랬을까 궁금해진다. 한 나라 훈장의 명칭이라면, 이름과 실제가 일치해야 하지 않을까? 근정훈장이 제대로 된 이름을 달고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자마당
[이경엽의 한자마당] '근정훈장' 명칭 유감… 이름과 실제가 다른 근정훈장 다섯 등급 명칭
영남일보에 올린 글입니다.
발행일 2023-02-03 제38면
'근정훈장'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설명이 이렇다. "군인과 군무원을 제외한 공무원 및 사립 학교의 교원으로서 그 직무에 힘써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 청조(靑條)·황조(黃條)·홍조(紅條)·녹조(綠條)·옥조(玉條)의 다섯 등급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정훈장'이란 명칭은 무난하게 보이나, 등급을 가리키는 청조장, 황조장 등의 이름은 문제가 많다. 국가의 공식 훈장에 대한 이름치고는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근거와 논리가 전혀 없다. 이름을 보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대체로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근정훈장의 다섯 등급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근정(勤政)은 경복궁의 근정전과 같은 글자다. 근정전의 '정'은 정치를 뜻하겠지만, 근정훈장의 '정'은 정부 관리나 그들의 직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서훈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볼 때 적절한 작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조'니 '황조'니 하는 다섯 등급의 이름은 그렇지 않다. 우선, 한자 '條(줄 조)'를 모르면 그 뜻을 알 수 없다. '청조'는 푸른색 줄을 뜻한다. 따라서 푸른색 줄이 있어야 '근정훈장 청조장'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청조장'에는 푸른색 줄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푸른색 줄이 없으면 '청조장'이 아니며, 노란색 줄이 없으면 '황조장'으로 불러선 안 된다. 그러나 근정훈장 다섯 등급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름에 해당하는 색의 줄은 보이질 않는다. 이름과 실제가 맞질 않는다. 붉은색 기와집을 지어놓고 '청와대'라 부르는 격이다.
근정훈장의 유래를 살펴보면 왜 그런 명칭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유를 알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금의 근정훈장은 1952년에 만들어진 '소성(素星)훈장'을 1967년에 이름을 바꾼 것이다. 또한 청조를 비롯한 다섯 등급은 소성훈장 때 이미 있던 것이다. 애초에 '소성'이라 이름을 붙인 이유나 다섯 등급을 색으로 구분한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근정훈장으로 바꾼 이유가 바로 그 불분명한 명칭에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원래의 소성훈장은 이름 그대로 금속제의 '흰 별'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었다. 따라서 '청조 소성훈장'은 푸른색 줄이 있는 리본에 흰 별 모양의 금속을 매단 것일 뿐 어떤 의미나 가치는 찾아볼 수 없다. 파란색이 왜 노란색보다 높은 등급인지 누구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성훈장의 경우 최소한 이름의 뜻과 훈장의 실제 모양만은 일치하였다. 붕어빵에 붕어는 없을지라도 모양만은 붕어를 본뜬 것처럼.
그러나 다섯 등급의 근정훈장은 '근정'이란 이름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제시하질 않는다. 애초에 등급을 따질 수 없는 색깔로 서열을 나누면서도 훈장 실물의 모양은 명칭과 철저히 무관하다. 의미가 없는 이름은 바꾸어야 한다. 색을 서열화해서도 곤란하다. 국가 행정기관이 사실과 다른 이름을 붙인다든지 이름과 다른 실물을 만드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청조·황조란 명칭을 고집하는 것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기만하는 행위다. 청조장에 푸른색 줄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이름을 붙인 사람들조차 의미를 몰라서 그랬을까 궁금해진다. 한 나라 훈장의 명칭이라면, 이름과 실제가 일치해야 하지 않을까? 근정훈장이 제대로 된 이름을 달고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한자연구가>
2 years ago (edited) | [YT] | 83